"코레일 경영개선보다 안전이 중요..철도구조개혁 완성해야"

이민하 기자 2022. 12. 2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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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2차 철도개혁 막 오른다]전문가들 "코레일 독점했던 운영·시설·관제 업무 기능별 분산해야"

[편집자주] 2004년 본격화된 철도구조개혁은 20년 가까이 미완이다. 철도청 해체를 처음 논의했던 국민의 정부부터, 구조개혁을 본격화 했던 참여정부, 민영화 논란에 휩싸여던 MB·박근혜 정부, 철도통합으로 방향을 틀었던 문재인 정부까지 어느 정권도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가 다시 철도개혁을 꺼냈다. 이번엔 끝을 볼 수 있을까.

국내 철도산업 전문가들은 코레일의 독점적 지위를 해소해야 한다는데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코레일이 철도유지보수·관제 업무를 전담하는 구조가 변화된 철도산업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철도 운영은 코레일 단일 체제의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경쟁체제를 고도화 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경현 변호사(법무법인 진운)는 "철도구조개혁 자체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으로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며 "우리 철도산업이 과거 철도청 시절로 회귀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기 때문에 더 안전하고 편리한 철도산업 체계를 만드는 계획을 세우고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유지보수·관제, 운영까지 모두 철도산업의 환경변화에 맞춰 법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안전관리, 이용자 서비스 등 철도 운영과 시설, 관제까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획 수립과 법·제도 정비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며 "현행 법 개정을 통해 국가 책임의 공적 시설관리 체계부터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철도구조개혁에 빠져있던 도시철도 관련 운임·투자·지원체계 등 정부 책임이 모호한 부분을 명확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광석 전 한국교통대학교 교수는 안전 중심의 제2차 철도구조개혁을 강조했다. 그동안 철도구조개혁이 철도산업 경영개선에 방점이 찍혔다면 이후에는 안전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철도산업 환경 변화에 따른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며 "안전확보를 위한 구조개혁, 시설 관리와 운영을 나누는 상하분리 원칙에 따른 기관별 역할 재조정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현실적으로 코레일 노조를 설득할 방안들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 전 교수는 "현재 코레일의 유지보수 인력만 놓고 봐도 9000명이 넘는데, 정부 정책에도 이들 인력에 대한 적절한 활용 방안이 필수적"이라며 "과거 구조개혁도 철도노조와 마찰을 빚으면서 프랑스·네덜란드 등 외국과 비교했을 때 10~20년씩 늦어졌다"고 언급했다.
전문가·시민단체 경쟁체계 구축 불가피 …국토부, 안전체계 원점서 재검토
시민단체도 철도산업 경쟁력 확보을 위해 경쟁체계 구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철도산업 경쟁력을 고려하면 기본적으로 독점보다 경쟁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공공성 훼손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경쟁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단장은 "시설 유지보수나 철도 운영 모두 궁극적인 목표는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확보하는 것이고, 현재 산업구조에서 개선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철도환경 변화에 맞춰 관련 법 개정은 필요하지만, 코레일의 역할을 분리·축소하는 과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승엽 한국교통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철도 운영과 유지보수 작업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단순히 업무를 분리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현재 체계는 첨단 설비 등에 대한 투자가 부족해 안전확보 면에서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경쟁체제는 기관별이 아닌 노선별 형태로 강화해야 한다는게 장 교수의 주장이다. 장 교수는 "흑자노선을 전부 에스알이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코레일은 적자노선을 떠안고 운영해야 하니 당연히 불만이 쌓이지 않겠냐"며 "지역별 노선에 대해 자격을 갖춘 운영사들은 기본적으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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