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철도공단 '불완전 상하분리'에 철도 안전 '흔들'
[편집자주] 2004년 본격화된 철도구조개혁은 20년 가까이 미완이다. 철도청 해체를 처음 논의했던 국민의 정부부터, 구조개혁을 본격화 했던 참여정부, 민영화 논란에 휩싸여던 MB·박근혜 정부, 철도통합으로 방향을 틀었던 문재인 정부까지 어느 정권도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가 다시 철도개혁을 꺼냈다. 이번엔 끝을 볼 수 있을까.
2004년 국가철도공단이 출범하면서 철로의 건설은 국가철도공단이 맡게 됐다. 코레일은 철로 위를 달리는 열차 운영을 담당한다. 열차(상)와 철로(하)를 분리한다는 의미에서 '상하분리'라고 부른다. 이 과정에서 철로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담당했던 철도청은 해체됐다. 철도구조개혁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미완이었다. 법률에 '철로의 유지보수업무는 코레일에 위탁한다'는 문구를 넣으면서 철로 건설은 국가철도공단이 하지만 유지보수는 코레일이 하고, 다시 철로 개량작업은 국가철도공단이 맡는 지금의 구조가 만들어졌다. 열차운영사인 코레일이 유지보수도 해야 안전·효율이 높다는 게 명분이었지만, 철도노조의 반발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또 언젠가 철도청으로 회귀하기 위한 장치를 남겨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미완의 '상하분리'는 철도산업에 두고두고 논란을 만들어 왔다. 철도 시설관리 업무의 주체가 둘로 쪼개지면서 '설계-건설-유지보수-개량'의 기본적인 생애주기 관리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또 단순 점검·정비와 시설물 개량·투자 사이 경계가 모호해 졌고 사고 발생 시에는 두 기관간 책임소재 공방이 커졌다.
코레일 유지보수 인력이 9000여명에 달하지만, 1인당 맡은 유지보수 선로길이는 0.84㎞로 스위스(1.6), 네덜란드(2.2) 등 선진국의 절반 이하다. 작업시간도 3.5시간으로 프랑스(5.5시간), 이탈리아(5.5시간), 일본(6.0시간) 등과 비교해 부족하다. 이는 상대적으로 열차 운행밀도(36.38)도 높아서다. 프랑스(17.25), 이탈리아(18.93) 등보다 두 배가량 높다.
철로 유지보수를 위해선 열차 운행을 멈춰야 하지만 코레일이 이익을 내려면 철도 운행을 늘려야 한다. 결국 열차 이익을 늘리기 위해 상대적으로 유지보수시간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독일(DB Netze Track AG), 영국(Network Rail), 프랑스(SNCF Reseau), 네덜란드(Prorail) 등 유럽 국가들은 유지보수를 운영과 독립된 시설관리자가 관리한다.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은 커진다. 이달 초 승객 500명 탑승한 서울지하철 1호선 전동열차가 차량 고장으로 한강철교 위에서 2시간 넘게 멈추는 등 2010년 이후 탈선·멈춤·신호장애 등 열차 사고는 2000여건을 웃돌고 있다. 시속 300㎞로 달리는 고속열차 사고도 매년 4~5건 넘게 발생한다. 올해 1월에는 서울역에서 출발한 부산행 KTX산천열차가 영동터널 인근에서 탈선(궤도이탈)했다. 7월에는 승객 380명을 태운 수서행 고속열차(SRT)가 대전시 대전조차역 부근에서 선로를 벗어났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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