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철로·관제까지 다 가진 '코레일', 독점이 무너진다

이민하 기자 2022. 12. 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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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2차 철도개혁 막 오른다]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 발의…시설유지보수 업무 코레일 위탁 조항 삭제

[편집자주] 2004년 본격화된 철도구조개혁은 20년 가까이 미완이다. 철도청 해체를 처음 논의했던 국민의 정부부터, 구조개혁을 본격화 했던 참여정부, 민영화 논란에 휩싸여던 MB·박근혜 정부, 철도통합으로 방향을 틀었던 문재인 정부까지 어느 정권도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가 다시 철도개혁을 꺼냈다. 이번엔 끝을 볼 수 있을까.

국내 철도 산업의 판을 바꿀 법안이 발의됐다. 골자는 철도 운영부터 시설관리까지 도맡고 있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독점적 역할을 조정하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국내 철도산업은 과거 철도청 해체 이후 가장 큰 변화를 맞게될 전망이다. 국민의 정부부터 이어져 온 '상하분리'와 '철도 운영 경쟁 체제' 같은 해묵은 문제까지 풀어낼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25일 국회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지냈던 조응천 의원은 코레일 외에 다른 기관 등이 철도 유지보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철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단순하다. 현행 철산법 제38조의 '시설유지보수 시행 업무는 철도공사에 위탁한다'라는 문장 하나를 삭제하는 것이다.
18년 지속됐던 철도 시설유지보수·관제 업무 '코레일 독점' 구조 깨지나
간단해 보이는 개정안이지만 철도산업에 미칠 영향은 작지 않다. 철도청 해체 이후에도 열차 운영부터 시설유지보수, 철도교통관제·운영까지 맡는 독점적 기관으로 자리잡고 있는 코레일의 위상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SR(수서고속철도)이 출범하면서 고속철도의 독점은 깨졌고 이번 철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코레일의 철로 유지보수 업무 독점이 무너지게 된다. 철산법 개정 후 철로 유지보수 업무를 어느 기관이 맡게될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국가철도공단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코레일의 관제권 독점도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현재 구로에 있는 철도교통관제센터와 별개로 충북 오송에 제2철도교통관제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는 제2 관제센터의 운영은 코레일이 아닌 국가철도공단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R, 수도권 광역급행열차(GTX) 사업자 등 철도운영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코레일이 관제 업무를 독점하는 것은 안전·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감사원도 코레일이 SRT보다 KTX를 우선 배차하는 등 관제 공정성을 훼손했다며 기관 주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국회와 별도로 국토부도 철도사고가 잇따르자 철도산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최근 '철도안전체계 심층진단 및 개선방안 연구'라는 대규모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는 관제·시설유지보수 등 코레일에 위탁하고 있는 국가사무를 진단해 철도안전 확보를 위한 최적의 대안과 이행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노조 "개정안 철도 민영화 촉진법"…전문가 "달라진 철도환경 고려해야"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인근에서 철도민영화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2022.06.28.
철도노조는 철산법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측은 "개정안은 철도유지보수를 분리해 윤석열 정부의 철도민영화 정책에 부응하는 '민영화 촉진법'"고 주장했다. 과거 정부에서도 철도구조개혁 작업이 시도된 바 있지만 '민영화 수순'이라는 프레임에 갖혀 무산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코레일이 철도 운영부터 유지보수·관제 업무까지 맡았던 2004년과 지금의 철도산업 환경이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2004년 코레일에 유지보수를 위탁한 것은 '철도시설의 유지보수는 철도운영자가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였다. 당시 철도운영자는 코레일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코레일 외에도 SR·공항철도(AREX)·신분당선(네오트랜스)·진접선(서울교통공사) 등 여러 운영사가 존재한다. GTX가 개통되면 민간 운영사나 지방공기업 등 운영사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러 민간·기관에서 운영을 맡기 때문에 굳이 유지보수업무를 코레일에만 위탁해야 할 명분이 사라진 셈이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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