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집 팔 필요 없다"…맷집 두둑해진 다주택자, 끝까지 버티나

박상길 2022. 12. 2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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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연합뉴스>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팔려던 다주택자들이 최근 정부의 잇단 규제 완화 정책에 일부 매도 계획을 보류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됐다. 정부안대로 2주택자의 종부세 중과가 폐지되고,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떨어지면 보유세 부담이 절반 이하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내년 5월 종료될 예정이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를 1년 더 연장하기로 한 것도 급하게 팔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이번 정부 세제개편안의 최대 수혜자는 조정대상지역내 2주택 보유자다. 정부가 내년부터 2주택자에 대해 종부세 중과세율(1.2∼6.0%)을 대신 일반세율(0.5∼2.7%)을 적용하기로 한 데다 2주택 이상자의 기본공제도 종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고, 집값 하락분까지 더해져 내년 공시가격은 올해보다 크게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

연합뉴스가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우병탁 팀장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를 보유한 A씨의 경우 현행법으로는 내년 6410만원의 보유세(재산세+종부세)를 내야 하지만 정부 개편안을 적용하면 3182만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공정시장가액비율 60%로 적용으로 줄어든 보유세가 7827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보다 60% 가까이 보유세가 감소하는 것이며 2021년 보유세 9970만원보다는 3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

마포 래미안푸르지오와 대전 유성죽동푸르지오 전용 84㎡를 보유한 B씨의 경우는 보유세 부담이 올해 1739만원에서 내년에는 738만원으로 58%가량 줄어든다. 2021년 보유세는 2274만원이었다.

우병탁 팀장은 "현재 여야 합의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3주택 이상 다주택자보다는 조정대상지역내 2주택자의 종부세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출 이자 부담은 없어도 보유세 걱정에 집을 팔려고 했던 2주택자들은 매도 시점을 연기하거나 다시 보유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이 일부 매도 계획을 보류하면서 시세보다 크게 낮은 '급급매' 물건은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내년에도 금리 인상기조가 이어지고,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당장 집값 상승이나 거래 증가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잇단 규제 완화 기조에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금융시장 불안, 금리 인상, 고물가 등 악재들이 여전히 산재해있다. 2주택자들이 매도를 보류할 순 있지만 매수세가 당장 유입되기에는 시장 불안요인이 크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이 다시 버티기에 돌입하면서 시장의 매물은 줄고 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5만1093건으로 한 달 전 5만4927건과 비교해 7.0% 감소했다. 전국 광역 시도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서울 서대문구의 매물이 한 달 전 1933건에서 현재 1749건으로 9.6% 줄어 매물 감소 폭이 가장 컸고 관악구(-9.3%), 강남구(-9.0%), 구로구(-8.7%), 종로구(-8.6%), 도봉구(-8.4%) 등의 순이었다. 안전진단 규제 완화 혜택이 기대되는 양천구도 한 달 전 2523건에서 현재 2333건으로 7.6% 감소했다.

양천구 목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실입주자가 아니면 집을 살 수 없어 근래 거래가 거의 없었다"며 "다음달 중으로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되고, 보유세 완화정책도 발표되니 일부 집주인은 매매를 전세로 돌렸다"고 말했다.

매물이 줄면서 일부 매물은 소폭 오른 가격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송파구 잠실 엘스 전용 84.8㎡는 이달 1일 19억4500만원에서 7일 20억4000만원, 10일 21억3000만원에 팔리며 상승 흐름을 보였다. 이 아파트의 전용 84.88㎡는 이달 5일 20억2000만원에 거래된 뒤 6일에는 이보다 높은 21억원에 거래 신고가 이뤄졌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규제완화 분위기 속에 대출 부담이 없는 2주택자중 일부는 '급급매' 가격으론 안 팔겠다며 거둬들였다. 고점 대비 6억∼7억원 가까이 하락하며 20억원 안팎이 바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매수 문의도 늘었다"고 말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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