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우크라에 한눈 팔린 동안…러 용병들, 중앙아프리카 장악

김동호 2022. 12. 2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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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신경을 쏟는 동안 러시아가 조용히 아프리카 각국에 영향력을 키워오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민간 용병 단체 와그너 그룹을 통해 아프리카 대륙 한가운데에 위치한 자원 부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상당 부분을 사실상 장악한 상태다.

지난 3월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통과될 때 아프리카 54개국 중 절반가량인 28개국만이 찬성한 것이 그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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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그너 용병그룹, 반군 진압 돕고 금·다이아·벌목 이권 챙겨
친러 정권 유지 위해 개헌 획책까지…"우리는 러시아의 식민지"
중아공의 유엔 평화유지군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신경을 쏟는 동안 러시아가 조용히 아프리카 각국에 영향력을 키워오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민간 용병 단체 와그너 그룹을 통해 아프리카 대륙 한가운데에 위치한 자원 부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상당 부분을 사실상 장악한 상태다.

얼굴을 뒤덮는 복면 차림의 와그너 소속 용병들은 자동화기를 공공연히 휴대하고서는 별도의 표식이 없는 차량을 타고 다니는 등 이 나라에서 활개 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이들을 제지하거나 처벌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와그너 그룹이 통제하고 있는 금광과 다이아몬드 광산, 삼림 등 자원에서는 막대한 이익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와그너 그룹을 운영하는 '푸틴의 요리사'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최근 자국내 교도소에서 차출한 용병대원들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대거 투입,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을 키우고 있는 인물이다.

이같은 채널을 통해 러시아는 중아공 정계에도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 러시아는 전쟁과 관련한 국제사회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친러 성향의 포스탱 아르샹쥬 투아데라 중아공 대통령의 임기를 늘리려는 획책을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중아공 주재 러시아대사관의 예브게니 미구노프가 다니엘 다를랑 중아공 대법원장을 찾아가 대통령 임기를 두 차례를 제한하는 헌법 규정을 고칠 것을 요구했고, 이에 부정적인 반응을 했던 다를랑 원장이 지난 10월 축출된 후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 절차가 굴러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12년부터 이어진 오랜 내전으로 신음하고 있는 중아공에는 유엔 평화유지군 약 1만4천500명이 배치돼 있지만, 정작 현지인들은 이들보다는 와그너 용병을 더 신뢰하는 분위기라고 NYT는 전했다.

2019년 러·아프리카 정상회의 행사에서 투아데라 중아공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반갑게 악수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위선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서구보다, 총을 들고 들어와 내정에 간섭하는 러시아인들이 현실적으로는 자국 질서 안정에 훨씬 낫다는 인식이다.

지역 주민인 플로라 아상구는 유엔군의 동네 순찰이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코웃음을 쳤다.

이어 "반군이 누군가를 살해하면 유엔군은 사진을 찍어가지만, 러시아인들은 그 사람들을 죽여준다"고 대꾸했다.

실제 아프리카 국가들에 투입된 러시아 용병은 반군 단체를 진압하고 해산시키는 데에 매우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당선된 뒤 자국군의 역량에 크게 실망한 투아데라 대통령은 '군사 교관'을 보내겠다는 러시아의 제안을 수락했다.

은근슬쩍 중아공에 발을 들이게 된 와그너 용병들은 현지에서 약탈과 살해 등 인권유린을 통해 정권 유지를 도왔고, 그 대가로 광산 개발과 벌채 등 이권을 보장받은 것이다.

그 결과로 한때 중아공 주둔 병력이 1천600명에 이르렀던 프랑스군은 밀려났고, 지난달 철수를 완료했다.

이 때문인지 중아공에서는 이번 전쟁을 놓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여론도 감지하기가 어렵다.

말리, 수단 등 와그너가 손을 뻗친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NYT는 전했다.

지난 3월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통과될 때 아프리카 54개국 중 절반가량인 28개국만이 찬성한 것이 그 단면이다. 나머지는 기권하거나 불참했고, 에리트레아는 아예 반대표를 던졌다.

투아데라 정부에서 내무장관을 지낸 장-세르주 보카사는 "오늘날 우리는 러시아의 식민지"라며 개헌 국민투표와 관련해 "피가 흐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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