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에 구애한 이유 있었네··· 사우디에 게임사는 24개뿐
전문 교육·경험 갖춘 인력도 태부족
실업률 해결 위해 게임 등 신사업 성공 절실
해외 투자는 물론 외국 인력 유치에도 사활
국내 게임사에도 "사우디 이주해라" 구애
사우디아라비아에 소재한 게임 개발사가 전년 대비 2배 늘어났음에도 24개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국가 차원에서 게임 산업에 거액을 쏟아붓고 있지만, 현지 시장은 아직까지 극초기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25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기업 ‘Savvy Games Group(새비 게임즈 그룹)’ 자회사인 ‘Nine66(나인66)’는 이같은 조사 결과를 담은 ‘사우디 내 게임 개발자 현황’ 보고서를 발간했다. 새비 게임즈 그룹은 사우디의 실권자 빈 살만 왕세자가 전 세계 게임 산업의 중심이 되겠다는 포부 하에 지난해 설립한 게임사다. 나인66은 퍼블리싱, 초기 벤처투자 등 사우디 내 게임 산업 생태계를 육성·지원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맡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 현지에 현재 영업중인 게임사는 24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지난해부터 국가에서 ‘게임체인저스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의 게임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실시한 덕에 전년(12개) 대비 두 배나 불어난 수치다. 보고서는 “공식적으로 등록된 법인은 24개보다 많을 가능성이 있으나, 현지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30개를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24개 회사 중 17곳이 10명 미만을 고용하고 있는 소규모 사업장이었다. 지난 2010년 설립돼 24개사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Semaphore(세마포어)’가 고용 규모도 100명으로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됐다. 정규직 직원을 한 명이라도 고용하고 있는 회사도 8개에 불과했다.
극초기 시장인만큼 전문성과 실무 경험을 갖춘 인력도 태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게임 개발자 중 18%만이 대학에서 게임개발 관련 수업을 수강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들 중 92%가 게임 퍼블리셔(배급사)와 일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임 개발사, 특히 초기 개발사들은 사업화 경험이 비교적 부족하기 때문에 마케팅 집행·글로벌 진출 등을 위해 퍼블리셔와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또 설문 참여자 중 60%가 게임 개발 경험이 있는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인재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같이 열악한 국내 시장 상황은 게임산업의 ‘메카’를 꿈꾸는 사우디에겐 큰 걸림돌이다. 지난 10월 사우디는 오는 2030년까지 새비 게이밍 그룹을 통해 게임산업에 1420억 리얄(약 50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2030년까지 △사우디 소재 게임사 250개까지 확대 △글로벌 상위 게임 300개 중 사우디 소재 게임사가 제작한 게임 30개 이상 △인구당 이스포츠 선수 비율 전세계 3위권 진입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공격적인 투자 배경에는 사우디가 지난 2016년 발표한 종합 개혁안인 ‘비전 2030'이 있다. 사우디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석유 부문 수출의 비중을 2016년 16%에서 2030년 50%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정보기술(IT), 엔터테인먼트 등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핵심 산업으로 꼽힌다.
당장 눈앞의 문제도 있다. 바로 하늘로 치솟는 청년실업률이다. 사우디의 지난해 기준 청년실업률은 28.84%로, 한국(7.78%)의 4배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3분의 2가 30세 미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낙태가 금지돼 인구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가운데, 고용 유발 효과가 높은 민간·비석유 부문이 더디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률은 현재 사우디 사회의 가장 큰 불안 요소 중 하나다.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게임 등 신사업 발굴이 절박한 상황인 것이다.
이에 사우디는 해외 게임사에 적극 투자하는 것은 물론, 고급 해외 인력을 사우디에 유치하기 위해서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나인66은 최근 ‘사우디 이주 가이드북’을 발간해 게임사들이 사우디에 이주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올해 초 3조 원 이상을 들여 넥슨·엔씨 2대 주주에 오른 것에서 알 수 있듯 사우디는 국내 게임사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실제 사우디 투자부 측은 지난 11월 ‘승리의 여신: 니케’ 개발사인 시프트업을 방문해 “필요한 인프라를 모두 제공할 테니 사우디아라비아로 회사를 옮기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같은 제안이 ‘빈말’이 아니었던 셈이다.
물론 실제로 국내 게임사들이 사우디 이주를 감행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중동 시장의 문화적 장벽이 높은 데다가, 대중문화를 오래도록 억압해 온 탓에 일반인들 사이에서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제대로 자리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이외에도 투자 유치·게임 개발 협력 등 사우디와 손잡을 수 있는 부분은 많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우디는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게임사들에게 전방위적으로 투자 중”이라며 “한국 또한 대표적인 게임 강국 중 한 곳인 만큼 사우디의 ‘간택’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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