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송중기 향한 또 한번의 테러, 오버랩 되는 옛 장면들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김재동 객원기자] “누구 때문에? 내가 누구 때문에 그렇게 했는데 세상천지 어느 어미가 제 자식 밥그릇 남에게 넘겨주는 사람이 있어? 넌 알아야지!”
“어머니도 도준이한테 순양을 물려주려던 아버지 용서 못하셨죠. 저도 그러네요. 내 아들 성준이가 가져야 될 순양, 도준이한테 넘겨버린 어머니가 용서가 안되네요.”
이상은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이필옥(김현 분)과 진영기(윤제문 분)간 대화다. 진양철(이성민 분)과 진도준(송중기 분)을 향한 차량테러 교사범이 이필옥으로 밝혀진 후 모자간에 나눈 대화다. 당시 이필옥은 교사사실을 진도준에게 약점 잡힌 후 자신의 지분 17%를 진도준에게 넘겨줬었다.
그리고 진영기는 서민영(신현빈 분)을 만나 “이제라도 바로잡아야죠. 그편이 아버지나 어머니 두분 모두에게 자식된 도리를 다하는 것이니까. 증거는 저희 조카아이가 갖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진도준한테.”라 어머니 이필옥을 고발했었다.
이 장면은 15화에서 오버랩된다. “제가 아버질 우습게 여기지 않는 척 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세요? 할아버지가 눈치 채실까봐, 제 자식에게도 우습게 보이는 아버지에게 순양을 넘겨주시지 않으실까봐!”
진도준이 순양물산 2% 지분을 미끼로 진동기(조한철 분)·진영기 형제로부터 거액을 갈취한 후 그 자금으로 정부와 채권단을 상대로 딜을 해 개인회생제도를 담보로 순양증권과 대영증권을 인수하고 이항재(정희태 분)를 통해 차명계좌 지분까지 인수함으로써 순양물산 최대주주로 등장했을 때 진성준(김남희 분)이 아버지 진영기를 향해 내뱉은 독설이다.
그리고 진도준이 스스로 고육계를 써 불법대선자금 수사로 검찰을 움직인 후 이를 순양가 비자금 사건으로 비화시켰을 때 진영기는 진성준을 향해 “너 없이 내가 뭘 할 수 있겠니? 그러니 니가 대표로 책임지거라 성준아!”라고 말했다.
이때 절망한 진성준에게 모현민(박지현 분)은 고야의 ‘자식을 잡아먹는 크로노스’ 그림을 보여준다. 아버지 크로노스에게 잡아먹힐 위기를 어머니 레아의 도움으로 벗어난 제우스와 형제들은 아버지 크로노스와 10년 전쟁을 벌여 그를 감금한다.
검찰 포토라인에 선 진성준은 “불법 자금조성의 책임은 진영기 부회장, 제 아버지께 있다”며 부자간 불화의 끝을 보여준다.
이필옥과 진영기, 진성준 모두에게 발견되는 것은 바닥까지 드러낸 이기심과 인간성의 타락이다.
이필옥은 아들과 손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남편과 손자의 살해를 교사했지만 정작 자신이 위기에 몰리자 아들과 손자를 위해 준비한 자신의 지분을 덧없이 진도준에게 내어준다.
진영기는 어머니의 아버지 살해교사에 대한 이해, 혹은 분노 대신 그 지분이 진도준에게 넘어간 것에 분노해 어머니를 고발한다.
진성준은 제 몫인 순양을 위해 오랜 세월 아버지에 대한 경멸을 숨겨왔으나 결국 순양이 제 손을 떠나자 오랜 가식을 버리고 아버지에 대한 경멸과 분노를 터뜨리고 만다. 이들 사이에 모자, 부자 관계의 정리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진영기는 어머니 이필옥에게 저질렀던 똑같은 응보를 아들 진성준에게 받는다.
또 1화에서는 진영기가 진성준을 향해 “자존심도 주제를 아는 놈이 부리는 거다. 제 손으로 뭐하나 갖춘 게 없는 놈이 뭘 포기해? 네 자리, 네 처, 네 이름까지 할아버지와 내가 만들어줬어.”라고 일갈했었다.
15화에선 진성준이 진영기를 향해 “할아버지와 제가 아녔으면 아버진 그 자리 지키지도 못하셨어요.”라고 독설했다. 이들 부자는 그렇게 판박이로 무능하기까지 하다.
계산 빠르다는 진동기 역시 잔꾀만 바르다. 대선 자금 전달에 진도준에게 붙여둔 하인석(박지훈 분)을 이용해 함정을 파놓고는 그 함정에 제가 빠져 허우적댄다.
이들 모두 손가락에 침을 바르고 눈 앞의 돈만 셀 줄 아는 부류다. 오세현의 말처럼 월스트리트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횡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의 대물림이야 그렇다쳐도 경영권까지 대물림한다는 위험성은 그런 것이다. 물려받은 돈 추스리기도 바쁜 이들이 경영인들 제대로 해낼까 싶은 우려. 진도준처럼 유산을 전액 기부하고 새롭게 돈벌기를 시작한다면 모를까. 부자라고, 가난한 이라고 올바른 돈 사용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주총을 통해 순양물산 회장에 오르개 된 진도준이 진양철 기념관을 찾아 “지금 이 순간 할아버지가 보고싶다”고 독백한 데는 기업보국의 원칙만은 지켜냈던 사업가로서의 동질감도 한 몫했으려니 싶다.
15화 마지막 진도준을 향한 교통사고도 오버랩된다. 모현민은 진성준에게 말했었다. “나 당신 할머니처럼 살아보려고.” 뒤늦게 이필옥의 살해교사를 알게 된 진성준이 “나를 죽이기라도 하겠단 거야?” 다그쳤을 때 임신진단키트를 건네주며 “그러니까 당신이 잘해야지”라 윽박질렀다.
순양이 진도준에게로 날아간 상황. 닭쫓던 개 신세가 된 순양의 나머지 진씨일가 중 진도준을 향한 또 한번의 살해시도를 자행한 교사자는 누굴까? 이필옥처럼 살겠다는 모현민의 지난 멘트가 예사롭지 않게 오버랩되는 이유다.
매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원작과 달라진 그 대미가 종잡을 수 없어 더욱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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