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가 처음 아니다" 빅리그 진출 단골팀, 히어로즈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키움 간판스타 이정후(24)의 해외진출 선언으로 연말이 시끌벅적 하다.
데뷔 6년 만인 올시즌 5관왕에 오르며 최고의 자리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슈퍼스타. 그가 고심 끝에 내년 시즌 후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희망했다.
이정후는 19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구단 사무실을 찾아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밝혔다. 이정후는 내년 시즌 후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한 해외 진출 자격을 충족하게 된다. 소속 구단 키움은 신년 초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정후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도울 공산이 크다.
이정후의 결심에 국내 언론은 물론, 해외 언론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도 다음날 첫 화면에 '내년 FA 시장을 흔들 선수'라며 '오타니, 마차도 등과 함께 주목해야 할 영입 대상'이라고 대서특필에 나섰다.
야후스포츠도 '한국의 슈퍼스타가 MLB 포스팅을 원한다'는 제목 하에 이 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다. 최고 스타플레이어였던 부친 이종범을 설명하며 '바람의 손자'란 별명이 붙게된 이유도 설명했다. 2017년 신인왕 출신으로 올시즌 5관왕으로 리그를 폭격하며 MVP에 오른 사실도 구체적으로 전했다. 통산 1075안타로 통산 타율 3할4푼2리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도 적시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키움 히어로즈 출신으로 포스팅 되는 첫번째 선수가 아니'라며 강정호, 김하성, 박병호 등 히어로즈 출신 사례들을 언급했다.
KBO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키움 선수들만 있었던 건 아니다. 이상훈 구대성 류현진 임창용 강정호 오승환 박병호 이대호 김현수 황재균 김광현 김하성 양현종이 KBO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분명한 사실은 타 팀에 비해 히어로즈 선수들의 숫자가 압도적이고, 꾸준하다는 사실이다.
이정후 뿐 아니라 향후 진출 후보들도 줄줄이 대기중이다. 국내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에이스 안우진은 향후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이 가장 큰 선수 중 하나다. 빠른 발을 무기로 한 멀티 내야수 김혜성도 주목받는 선수다. 질롱코리아를 통해 영점을 잡고 있는 미완의 파이어볼러 장재영도 갈 길이 멀지만 성장 속도에 따라 미래를 주목해야 할 특급 재능이다.
히어로즈 출신 선수들의 꾸준한 해외 진출 러시. 이유가 있을까.
주목해야 할 점은 키움 구단의 방향성이다. 스카우트 단계부터 육성 과정까지 해외 진출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집중 발굴해 키운다. 통상 해외진출 가능선수는 시속 160㎞ 가까운 빠른 공을 던지는 파이어볼러나 홈런을 칠 수 있는 필드 내야수다. 이정후 처럼 완벽한 케이스가 아닌 경우 힘에서 밀리는 외야수나 1루수의 진출과 성공 확률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키움은 빠른 공 투수와 특화된 내야수를 중점적으로 꾸준히 육성해 오고 있다. 수비만 강조하는 일부 구단과 달리 힘 있는 내야수에게는 거침 없는 풀스윙을 특화시킨다. 빠른 선수들은 스피드를 살릴 수 있도록 한다. 그야말로 확실한 장점 있는 색깔 있는 내야수를 키워내는 과정.
거포 내야수 출신 메이저리거 강정호 김하성 등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현재 키움은 김휘집 처럼 힘 있는 내야수를 '제2의 강정호'로 특화 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될 만한 자원을 모으고, 해외 시장에 맞춰 성장시킨 뒤 때가 되면 적극적으로 셀링에 나선다. 특히 포스팅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해외진출을 장려한다. 강정호는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첫 야수이자, 일본 등 타리그를 거치지 않고 미국으로 건너간 첫 야수 케이스였다.
'선수 팔아 구단 운영비를 쓴다'는 일부 부정적인 시선은 달리 보면 구단 재정 자립의 선 순환 과정이란 긍정적 시각으로 바꿔 볼 수도 있다. 선수를 양도해 얻은 대가로 또 다른 유망주를 키워 구단 발전의 동력을 삼는다. 실제 리그에서 성적마저 내고 있으니 이 과정을 무작정 비난하기란 쉽지 않다.
치밀한 계획 하에 만들어낸 상품을 제 값 받고 파는 건 어쩌면 프로페셔널한 논리일 수 있다. 키움의 슈퍼스타 만들기 프로젝트. 이정후 다음, 안우진 다음은 과연 누가 될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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