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시 ‘재난문자’ 시급했는데, 서울시 단톡방 보니···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 호텔 앞 긴급사고로 현재 교통통제 중. 차량 우회바랍니다.’
이태원 참사 당일인 지난 10월29일. 참사 소식을 알리는 재난문자가 처음 발송된 시각은 오후 11시55분이었다. 참사를 알리는 첫 신고(오후 10시15분)가 들어온지 1시간 40분이 지난 뒤였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당시 교통통제와 장애상황 전파 등을 위한 재난문자 발송이 필요하다는 의견(오후 11시22분)이 나온 지 33분이 지나서였다.
25일 서울시가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제출한 당시 단톡방 대화를 보면, 10월29일 오후 11시22분 영상 화면이 올라왔다.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인근 교통 혼잡을 보여주는 사진이었다. 사진을 본 서울소방재난본부 소속 인사는 같은 시간 “재난문자 발송해 교통통제 및 장애상황 전파 필요합니다”고 했다.
해당 단톡방에는 최모 안전총괄실장 직무대리, 장모 안전총괄관 직무대리 등 서울시 관계자 70여명이 참여했다.
재난문자 발송이 되지 않자 재차 독촉하는 메시지도 올라왔다. 이모 안전총괄과장은 “용산구청 재난상황팀 용산 지역에 이태원으로 차량운행 통제한다는 문자 발송하세요. 빨리요”(오후 11시49분)라고 했다. “지금도 이태원으로 향하는 인파가 너무 많아 재난문자 추가 발송 필요”(오후 11시50분), “재난문자 빨리요”(오후 11시51분) 등의 메시지도 잇따라 단톡방에 올라왔다.
수차례 독촉 끝에 참사 첫 재난문자는 오후 11시55분에서야 발송이 이뤄졌다. 발송 주체는 서울시였다. 용산구는 참사 다음날 밤 12시11분에야 첫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재난문자는 재난 상황발생시 인명·재산피해가 예상될 때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휴대전화 등으로 발송하는 경보시스템이다. 총괄 부처는 행정안전부다.
이태원 참사 당일 원활한 구급활동을 위해서는 재난문자 발송이 중요했다. 환자이송과 구급대원 진입 등을 하려면 이태원역 주변 교통통제가 필요했다. 재난문자 이를 알리는 주요 수단이었다.
참사 소식을 전하는 언론 보도가 오후 11시40분 전후로 나오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재난문자 전송이 더 빠르게 이뤄졌어야 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교통통제가 되지 않아 구급대원 등의 현장 접근이나 환자 이송이 더뎠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참사 당시 서울시 단톡방에는 교통통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경찰 적극 투입해 축제인파 대응해야 할 것 같습니다”(오후 11시24분), “현재 이태원역 중심으로 서쪽과 남쪽 도로는 마비상태인 것 같습니다. 도로영상 확인해서 구급차 진출입로 확보 필요합니다. 경찰 최대한 협조 필요”(오후 11시30분), “현장상황 심각합니다. 지금도 의식 없이 CPR 환자 많아요. 경찰 최대한 협조해서 병원이송 길 터줘야 해요. 급합니다”(오후 11시40분) 등의 언급이 이어졌다.
참사 이후 재난문자 발송이 늦어진 경위와 관련해 관계 기관 간 책임 미루기가 발생하기도 했다. 행안부는 오후 10시53분부터 재난문자 송출을 하라고 서울시·용산구에 알렸고, 이후 재난문자 발송을 재촉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재난문자 발송을 직접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재난문자 발송을 재촉만 했다. 행안부 예규인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을 보면, 행안부는 ‘대규모 사회재난 상황정보’의 재난문자를 발송하도록 규정돼 있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지난달 10일 “재난문자를 신속하게 보냈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한 점 등 이런 부분은 굉장히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재난이 발생하면 현장을 잘 아는 기관이 대응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빠르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재난문자 발송이 늦어진 책임을 용산구에 돌렸다. 당시 재난문자 송출주체인 용산구에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으며 전화연결이 된 후에도 발송이 되지 않아 직접 발송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규정상 서울시는 2개 이상 자치구에서 발생한 재난에 대해 재난문자를 발송한다”고도 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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