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변화 없는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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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험사들이 연말을 맞아 경영진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무리하고 있다.
기업계 보험사에서 안정 성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하면서 이처럼 극단적인 안정 추구를 보인 건 처음 보는 광경이기도 하다.
위기를 넘자고 안정만 추구하다 변화의 때를 놓치면 젊은 고객을 잡을 기회도 다른 금융권보다 뒤처진 보험업의 디지털화도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길도 모두 헛구호에 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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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험사들이 연말을 맞아 경영진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무리하고 있다. 변화를 최소화하는 가운데 안정 추구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새해 우리 경제에 몰아칠 한파에 대비, 몸을 잔뜩 움츠리는 모습이다.
기업계 보험사에서 안정 성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생명보험업계에선 '대장'인 삼성생명이 전영묵 사장 연임을 결정하면서 안정을 꾀했다. 삼성생명은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도 최소화했다. 같은 대형사인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대표적으로 최고경영자(CEO)의 장기 집권이 유명하다. 새해에도 경영진 변화 없이 기존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손해보험업계도 마찬가지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주요 보험사의 CEO들은 잔여 임기가 길게 남았거나 연임하면서 기존 인물 그대로 새해를 맞을 예정이다. 예년처럼 비중 있는 인사의 외부 영입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주요 금융그룹 계열에서 약간의 변화를 줬다. 외부 출신 대표를 물러나게 하고 대신 핵심 계열사인 은행 출신을 앉히는 등 역시 안정을 취하는 선택을 했다. 신한금융그룹은 관료 출신 사장을 대신해 신한은행 출신 이영종 부사장을 사장 자리에 올렸다. KB금융그룹도 은행 출신 보험사 대표를 내정했다.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을 통합하면서 이환주 KB생명 사장을 KB라이프 대표로 내정했다. 외부 영입 인사인 민기식 푸르덴셜생명 대표는 물러난다.
경기침체와 불황에 대비하는 것은 건전성이 생명인 금융회사로선 당연한 일이다. 특히 보험사들은 올해 유난히 부침을 많이 겪었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에 성장보다는 현상 유지에 방점을 두고 영업했다. 금융시장 급등락에 따라 보유한 채권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자본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기도 했다.
하지만 원래 보수적인 성향이 짙은 보험사들이 몸을 더 사리면서 변화와 혁신 기대가 한풀 꺾인 건 아쉬운 대목이다.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하면서 이처럼 극단적인 안정 추구를 보인 건 처음 보는 광경이기도 하다. 이번 경영진 인사와 조직개편마저 극도로 줄이면서 회사 분위기가 더 보수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더구나 안정만 추구하기엔 보험업계 앞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고객 유치' '디지털전환' '글로벌 진출'이라는 큰 산이 놓여 있다. 위기를 넘자고 안정만 추구하다 변화의 때를 놓치면 젊은 고객을 잡을 기회도 다른 금융권보다 뒤처진 보험업의 디지털화도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길도 모두 헛구호에 그칠 수 있다. 부디 이 같은 우려가 기우이길 바란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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