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대기 언제까지"···올해 국내 완성차 내수판매 9년만 최저 전망
포터 2년째 베스트셀링카···전기차 연간 판매 10만대 돌파
2022년 국내 완성차 업계의 내수 판매실적이 9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와 코로나 재확산, 공급망 차질 등 영향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특히 연간 판매량 10만대를 넘는 대박 차종은 올해도 등장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승용 부문에서는 레저용 차량(RV)이 처음 세단을 제치고 판매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산차의 내수 판매실적은 11월까지 125만8972대로 집계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이달 초 발표한 자동차산업 평가 보고서를 보면 12월까지 포함한 올해 국산 완성차 내수판매는 전년보다 2.5% 줄어든 139만대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현대차(005380)·기아(000270)·한국GM 파업과 신차 부재 등 악재로 국내 완성차업계가 극심한 내수 침체를 겪었던 2013년(137만3902대) 이후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월 평균으로는 올해 판매량이 11만4268대로 2013년 실적(11만4492대)을 밑돌고 있다.
12월 판매가 기대치를 밑돌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내수 부진으로 기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완성차업계의 내수판매는 금융위기가 몰아닥친 2008년 114만5060대로 쪼그라들었고 2009년에도 여파가 이어져 138만6094대에 불과했다.
올해 극심한 내부 부진은 반도체 공급난으로 생산 차질이 지속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정점에 달했던 차량용 반도체 부품 공급난은 올해까지도 이어지다 하반기에야 소폭 완화됐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중국 일부 지역이 봉쇄된 점도 공급망 차질에 영향을 미쳤다. 쌍용차(003620)는 올해에도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로 2차례 5일간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초과 수요가 겹치면서 1년 안팎의 긴 출고 대기가 일상화됐다. 하반기 반도체 수급 상황 개선으로 생산이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인기 차종은 여전히 출고 대기가 길다.
완성차 내수 1위는 현대차의 1톤 트럭 포터가 2년 내리 차지할 전망이다. 11월까지 판매량 8만3169대를 기록해 2위인 쏘렌토(6만1509대)와 2만대 이상 차이 난다.
10만대 클럽으로 불리는 히트 차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등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이후 1위 차종 판매량이 10만대에 못 미친 경우는 2013년(현대차 아반떼)과 2016년·2021년(포터)뿐이었다. 올해 상황은 생산 차질에 따른 내수 부진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상용차 포함 전체 2위인 쏘렌토는 승용 부문에서는 RV 최초로 세단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전에는 승용 최다판매 차종은 늘 세단이었고 최근 5년간은 현대차 그랜저가 1위를 독점했다.
차급별로는 올 11월까지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17만1361대로 가장 많이 팔렸으나 중형 SUV가 2599대 차이로 바짝 뒤쫓고 있다.
상반기에는 아이오닉5, EV6 등 전용 전기차 SUV와 투싼, 스포티지 등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판매 호조를 보이며 준중형 SUV가 눈에 띄는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7월 출시된 쌍용차 토레스가 월 평균 3900대 수준의 판매량으로 선전하면서 중형 SUV 전체 판매고를 끌어올렸다.
2016년 이후 6년 내리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던 경차 시장은 11월까지 누적 판매량 12만2565대로 전년 동기 대비 43.3% 증가하며 6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현대차의 경형 SUV 캐스퍼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6.2% 늘어난 4만4493대 팔렸으며 기아 레이도 21.6% 증가한 4만257대가 판매됐다.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는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다. 11월까지 국내 완성차 5사의 친환경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40.1% 증가한 29만4179대로 연말까지 30만대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하이브리드가 16만5328대, 수소전기차가 9718대 팔렸다. 전기차는 지난 10월 처음으로 연간 10만대를 돌파해 11월까지 11만9133대를 기록했다.
차종별 판매량은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4만4464대), 현대차 아이오닉5(2만6688대), 기아 EV6(2만3615대), 기아 K8 하이브리드(2만3400대), 현대차 포터 EV(2만272대)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국산 친환경차 내수 판매는 2019년 처음 연간 10만대를 넘어선 뒤 지난해 20만대, 올해 30만대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전기차는 2017년 연간 1만대를 넘긴 뒤 불과 5년 만에 10만대 시대를 열었다. 11월까지 올해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75.2% 뛰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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