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과 '놀면' 제작진이 봉인 해제된 기안84에게 배워야 할 것
‘태계일주’ 기안84가 보여주는 현 예능의 신세계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제 더 이상 뻔한 미션이 궁금하지 않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우당탕탕 전원탑승' 미션 재도전을 본 시청자라면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시간 내에 전 멤버를 차에 탑승시켜야 성공하는 미션. 사진 조각 하나로 차량이 있는 곳을 찾아내는 지난 주 방송은 유재석의 빛나는 추리 덕분에 나름 쫄깃한 재미를 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차량을 찾은 후 '놀뭐 사서함'이라는 전화 메시지를 이용해 멤버들을 탑승시키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과정은 생각보다 흥미진진하지 않았다.
그건 이러한 미션이 유재석이 그간 출연했던 무수한 게임 예능들 속에서 그리 새롭게 느껴지지 않아서다. <무한도전>에서 일찍이 시도됐던 형태의 미션이고, <런닝맨> 같은 게임 예능 속에서도 자주 봤었던 듯한 기시감을 주는 게임이다. 특히 이처럼 전원이 힘을 합쳐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게임은 모두가 어느 정도의 분명한 자기 역할을 해줬을 때 더 흥미로워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놀면 뭐하니?>에서 이런 미션에 대한 멤버 간의 편차는 두드러졌다. 워낙 이런 미션에 익숙한 유재석 혼자 맹활약을 하는 가운데, 그나마 오래도록 <무한도전>부터 <런닝맨>까지 합을 맞춰 온 하하가 빛나는 공조를 보였을 뿐, 다른 멤버들은 미션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박진주는 유재석에게 자신이 한남 오거리에 있다는 사실을 알린 후 하염없이 그 자리에서 기다리기만 했고, 이미주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해하는 모습이 역력했으며, 신봉선은 차에 가방을 놓고 내려 전화조차 걸지 못하고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했다.
결국 유재석이 남산에서 하하와 합류한 후, 두 사람의 공조로 겨우 시간을 맞춰 여의도에서 차량에 탑승하는가 싶었지만, 시간이 초과되며 미션은 실패했다. 미션이야 실패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의 재미다. 서로 떨어져 있지만 얼마나 호흡이 잘 맞는가 하는 점들이 미션 과정에 들어갔다면 조금은 흥미로웠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가 점점 '노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건 이번 미션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건 이러한 너무나 익숙한 형태의 미션이 매회 주어진다는 것이고, 그래서 시청자들은 미션 제시와 함께 결과가 어떻든 어떤 전개들이 벌어질 거라는 걸 어느 정도 예측하게 되고 그 과정을 보는 것이 그다지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놀면 뭐하니?>의 이러한 미션 형태 예능방식은 이제는 어딘가 고전적인(?) 느낌을 준다. 이런 점은 MBC의 새 예능 프로그램인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와 비교해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기안84를 중심으로 이시언과 함께 하는 남미여행을 담고 있는 이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도대체 이야기가 어디로 어떻게 튈 것인가를 전혀 가늠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기안84가 페루에서 이시언과 만나 아마존강 투어를 가는 과정을 보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기상천외하다. 피라냐 낚시를 하다가 상처가 없으면 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뜸 수영이 하고 싶다며 그 강물에 뛰어드는 기안84의 모습은 어떤 예능에서도 보지 못했던 광경이다. 물지 않는다고 해도 피라냐가 사는 강에서 수영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을 선택이지만 기안84라는 인물은 마치 현지 원주민처럼 그곳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낚시만 하고 끝날 줄 알았던 아마존 투어는 가이드의 초청으로 그 집에 방문해 함께 저녁을 먹고 그곳에서의 하룻밤을 보내는 의외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그 과정에서 피라냐 구이와 그들이 상시 먹는 음료인 마사토를 먹고, 다소 충격적인 마사토 제조 과정을 본 기안84와 이시언의 눈물 나게 웃기는 리액션이 전파를 탔다. 물론 하룻밤을 함께 하며 그 현지인 가족들과 점점 끈끈해지는 정을 나누는 광경도 빠지지 않았다.
여행이라는 소재 자체가 의외성이 있기 마련이지만,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는 최근 유명 여행 유튜버들이 보여주는 날 것의 찐여행이 담겼다. 워낙 그러한 영상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재, 시청자들이 점점 요구하는 건 리얼리티와 진심이다. 그런 점을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는 기안84라는 기상천외한 인물을 통해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나 혼자 산다>가 기안84의 다소 절제된(?) 면을 보여줬다면,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는 봉인 해제되어 펄펄 나는 그의 면면을 보여주고 있다고나 할까.
현재의 <놀면 뭐하니?>가 보여주는 면면들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와 비교해보면 어딘가 퇴행적인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유재석은 여전히 발군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그것이 새로운 도전이 아니라 익숙하고 안전한 틀 안에서 벌어진다는 점에서 그다지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지만, 기안84의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자연인'의 리얼리티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놀면 뭐하니?> 제작진과 이 프로그램을 이끄는 유재석은 이 대비의 이유를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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