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느린 우리아이 괜찮은 걸까?”...결정적 시기 존재해 [우리아이 언어발달①]
아이의 언어발달이 늦어져 고민하는 부모들을 위해 [우리아이 언어발달] 3부작을 발행합니다. 아이들의 말이 느린 이유, 치료받아야 하는 시기, 집과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치료 등 부모들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지난 13일 서울시는 '코로나19 이후 영유아 발달 실태'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는 어린이집을 다니거나 가정에서 양육되는 0~5세 영유아 542명의 언어, 정서, 인지, 사회성 등 발달 상황을 전국 최초로 조사한 자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총 456명)의 33%(152명)는 현재 발달에 어려움이 있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언어 발달이 지체된 영유아는 7.9%(34명)에 달한다. 또 가정 양육 영유아(총 86명)를 대상으로 한 언어 발달 검사 결과, 정상 발달은 69%(59명), 약간 지체 14%(12명), 언어발달지체 17%(15명)로 나타났다. 아이들의 언어 발달이 더뎌진 주요 원인으로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외부와의 소통이 줄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활하는 것이 꼽힌다. 서울시는 보도자료에서 "코로나 시기에 영유아기를 보낸 3명 중 1명은 연령에 맞는 언어를 사용하지 못해 관련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언어 발달 지연, 정말 마스크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착용이 아이들의 언어 발달을 지연시킨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었다. 입이 마스크로 가려져 있어, 아이들이 제대로 조음하는 것을 보고 배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서울, 경기 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4.9%가 마스크 사용으로 인해 아동의 언어 노출과 발달 기회가 감소했다고 답했다.
아기들은 주로 8개월 때부터 입술 모양을 보며 조음하는 법을 배운다. 소리로 언어를 배울 뿐만 아니라, 눈으로 배경과 표정 등을 보며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가 마스크를 끼고 있으면 표정 등 비언어적 요소가 통제돼 아이는 이 말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맥락을 파악하는 데 혼동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언어 학습 저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올여름, 서울시는 “0세에서 2세 사이는 보육교사의 입 모양과 움직임을 모방해 언어를 습득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서울형 투명 마스크’를 서울시 어린이집에 16만 3,016매 제공했다. 서울시가 어린이집 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투명 마스크 착용이 영아들의 뇌 발달에 효과가 있다는 답이 대다수라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투명 마스크 가격은 개당 2,000~3,500원으로 일반 마스크와 비교했을 때 최소 4배에서 최대 30배 더 비싸다. 서울시에서 지원한 마스크는 보육 교사당 8매로, 매일 바꿔서 착용해야 하는 마스크 특성상 턱없이 부족한 개수이다. 이에 아이들과 아이를 돌보는 교사부터라도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게 해달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들은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는 ‘때’가 있다고 말한다.
언어 발달의 결정적인 시점은 존재하는가?
언어심리학자인 레너버그(Lenneberg)는 ‘언어발달이론’을 통해 언어를 습득하고, 발달하는 과정은 어떤 특정 시기에만 이루어진다고 강조한다.
레너버그의 주장은 여러 사례를 통해 증명됐다. 예를 들어, 11세 이전에 실어증에 걸린 아이들과 11세 이후에 실어증에 걸린 아이들의 언어 회복 속도가 현저히 달랐다. 11세 이전 실어증에 걸린 아이들은 주로 1~2년 안에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11세 이후 실어증에 걸린 아이들은 평생토록 언어 장애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후자의 경우, 단어를 배우거나 이해하는 것 이외에 더욱 심화된 문장 구성이나 소통 등은 해내지 못한 것이다. 언어 학습에 선천적인 능력이 있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사회적인 요인을 배제시킨 레너버그의 주장은 많은 학자들에게 비판받기도 하지만, 학계에서는 언어 학습에 결정적인 시기가 존재한다는 그의 주장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발달 시기에 알맞은 적절한 자극 필요해
영유아의 뇌는 시 · 청각적으로 계속해서 자극받아야 성장한다. 이러한 자극을 통해 뇌 속 신경세포들의 신호가 교환되고, 신경세포들을 연결하는 시냅스가 더욱 튼튼해진다는 것이다. 다양한 자극이 반복되고 경험이 쌓이면서 아이가 할 수 있는 말이 늘어남에 따라 시냅스의 개수 역시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다. 출생 직후 시냅스의 개수는 20조 개 정도인데, 6세 전후에는 1천 조 개 이상으로 늘어난다. 시냅스 개수가 늘어남에 따라 아이는 언어에 반응하고 언어를 기억하며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특히 가장 많은 시 · 청각적 자극을 가해줘야 하는 시기는 2세에서 6세 사이다. 말소리를 들으며 언어를 학습하고, 표정이나 입 모양 등을 보며 뇌에 반복적인 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한 시기인 것.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실내 활동이 늘어나면서 직접적인 대면 활동보다는 미디어를 보는 시간이 늘었고, 마스크로 인해 비언어적 자극이 크게 줄어들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도 뇌 속 시냅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2~6세 사이의 아이에게는 직접적인 소통과 집단 활동을 늘려 뇌에 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김수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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