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들이 만든 고전 뮤지컬의 귀환···15년 만에 돌아온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리뷰]
‘뮤지컬의 고전’이 돌아왔다. 1957년 초연해 65년 가까이 사랑받아온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지난달 17일부터 관객과 만나고 있다. 국내 공연은 2007년 이후 15년 만이다.
뮤지컬 못지않게 영화로도 잘 알려진 작품이다. 뮤지컬의 연출과 안무를 맡았던 제롬 로빈스가 영화감독 로버트 와이즈와 공동 연출한 동명 영화가 1961년 개봉해 이듬해 아카데미상에서 10개 부문을 수상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최근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다시 뮤지컬 영화화했다. 뮤지컬은 뮤지컬대로, 영화는 영화대로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막이 오르면 1950년대 미국 뉴욕 웨스트사이드의 슬럼가를 재현한 무대가 펼쳐진다. 폴란드계 청년 갱단인 ‘제트’와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갱단 ‘샤크’가 관할 지역을 두고 맞붙는 장면으로 공연이 시작된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원작으로, 몬태규와 캐플릿 두 가문의 갈등을 현대의 뉴욕으로 옮겨 왔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사랑은 ‘제트’ 전 멤버 토니와 ‘샤크’ 리더 베르나르도의 여동생 마리아의 사랑으로 변주된다. 두 연인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그대로 가져가되, 당시 도시의 슬럼화와 이민사회를 둘러싼 갈등, 일자리 경쟁 등 당대 미국 사회의 모습을 녹여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서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자칫 뻔할 수 있는 이야기에 생기를 더하는 것은 춤과 노래다. 클래식과 팝의 선율을 오가는 음악, 발레와 현대무용, 재즈, 플라멩고, 스윙, 맘보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역동적인 안무가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특히 춤이 장식적인 요소를 넘어 극 전체를 관통한다. 제트와 샤크 두 집단 앙상블들의 군무가 극에 긴장과 에너지를 더한다. 두 집단의 청년들이 대사 한마디 없이도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첫 장면이나 발레와 현대무용이 절충된 충돌 장면 등 안무가 극의 전개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오리지널 창작진의 면면이 그 어떤 뮤지컬보다 화려하다. 뉴욕 필하모닉의 황금기를 이끈 거장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이 작곡을,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전설 스티븐 손드하임(1930~2021)이 작사를 했다. 모던 발레의 창시자 조지 발란신의 후계자로 발란신에 이어 뉴욕시립발레단의 2대 예술감독을 지낸 제롬 로빈스(1918~1988)가 연출과 안무를 맡았다. 이번 한국 공연엔 오리지널 안무 계승자인 안무가 훌리오 몽헤가 참여했다.
몽헤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처럼 위대한 음악 아래 모든 캐릭터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춤추고 노래하는 작품은 많지 않다”며 “이 작품이 가진 예술적 위대함을 구현해 공연을 진정한 축제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주인공 토니 역은 김준수·박강현·고은성이 맡았다. 클래식과 팝 발성을 오가며 3옥타브를 넘나드는 넘버를 소화해야 하는 마리아 역에는 한재아·이지수가 번갈아 출연한다. 제트의 리더 리프 역은 정택운·배나라가, 샤크의 리더 베르나르도는 김찬호·임정모가, 베르나르도의 연인 아니타는 김소향·정유지가 연기한다.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내년 2월26일까지.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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