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 떨어지고 귀성객 발 묶이고…성탄 연휴에도 전세계 몸살

김동호 2022. 12. 2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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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포격에 최소 10명 숨져…美 한파로 인명피해·결항·정전
英공항·佛철도 파업으로 수송 차질…파리는 혐오범죄 여파로 얼룩
성탄 전날의 미사일 쏜 러…우크라 시민 10명 사망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크리스마스 연휴 지구촌 곳곳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리는 의미가 무색하게도 전쟁과 갈등, 악천후와 각종 사건·사고로 몸살을 앓았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크리스마스 전날인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에 무차별 포격을 감행, 이로 인해 최소 10명이 숨지고 58명이 다쳤다.

일부 미사일이 헤르손 자유광장 인근의 슈퍼마켓 바로 옆에 떨어지면서 휴대전화 유심카드를 판매하던 여성 상인, 트럭에서 짐을 내리던 고객, 행인 등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헤르손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를 육로로 잇는 요충지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기 이곳을 빼앗겼다가 지난달 탈환했고, 이후 러시아의 기반시설 공습이 집요하게 이어지고 있다.

헤르손 당국은 전날에도 약 74차례에 걸친 포격을 당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공격을 받아 불타는 차량, 거리에 널브러진 시신, 파괴된 건물 등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이것은 테러이며, 위협과 쾌락을 위해 죽이는 것"이라고 러시아군을 비난했다.

'역대급 눈보라' 미국 뉴욕주 버펄로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미국에서는 북극에서 내려온 초강력 한파의 영향으로 '폭탄 사이클론'이 발생, 최소 18명이 숨지고 수십만 명이 정전을 겪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뉴욕주 버펄로에서는 '역대급' 눈보라에 구조대 출동이 막히며 요구조자 2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지역 일부에서는 강설량이 약 180㎝를 기록했다.

오하이오에서는 폭설로 46중 추돌사고로 4명이 숨지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캔자스에서도 3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한때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48만5천 명, 뉴잉글랜드 6개 주에서는 27만3천 명 이상이 정전 상태에 놓였다.

미 북동부에서 북서부까지 최대 권역에 전력망을 공급하는 사업자는 지역별로 돌아가며 전력을 차단하는 순환정전 시행시 약 6천500만 명의 이용자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항공정보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크리스마스이브 하루에만 미국의 국내외 항공기 2천360편 이상이 결항했다.

지난 23일 미국 미네소타주의 한 쇼핑센터에서는 19세 남성이 괴한의 총격을 입고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경찰은 범인을 추적 중이다.

런던 워털루역에서 기차를 타는 영국 시민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유럽에서는 공공부문 파업 사태가 여행객들의 발을 묶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3일 영국 내 6개 공항의 출입국 업무 담당 직원들이 공공부문 파업 대열에 동참을 결정했다. 이들은 성탄절 연휴 이튿날인 26일까지 업무를 중단, 잠시 복귀했다가 28∼31일 재차 파업할 예정이다.

당국은 자국에서 가장 붐비는 히스로 공항으로 인파가 몰리는 것을 피하고자 브리티시·버진애틀랜틱 등 주요 항공사의 국내선 항공권 판매를 일시 중단하고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등 출입국 업무 차질을 막기 위해 만전을 기했다.

영국의 철도해운노조(RMT) 파업으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등지의 철도 운행편도 대거 취소됐다.

같은 날 프랑스의 경우 열차 기관사들이 임금 이상을 요구하며 나흘간의 파업에 돌입했다.

프랑스철도공사(SNCF)는 이번 주말 열차 5대 중 2대꼴로 취소가 불가피해 최소한 승객 20만 명이 여행 계획을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쿠르드족 시위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랑스에서는 연휴 전날인 23일 60대 백인 남성이 쿠르드족을 향해 벌인 혐오범죄로 3명이 목숨이 잃는 참극이 빚어졌다고 AFP 통신과 프랑스앵포 등 매체가 보도했다.

용의자는 파리 한복판의 쿠르드족 문화센터 등을 다니며 무차별 총격을 가했고, 체포된 후에는 "나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그를 정신과 병동에 옮겨놨으며, 고의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을 두고 파리 시내에서는 24일까지 이틀째 쿠르드족 수백 명이 당국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거리의 차량을 부수고 방화하는가 하면 경찰에 돌팔매질을 하는 등 행태를 보였고, 이에 경찰이 최루가스 살포로 맞서며 성탄절 연휴가 폭력으로 얼룩졌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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