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추억의 경동시장 '금성전파사'…옛 극장은 스벅카페로 탈바꿈

신영빈 기자 2022. 12. 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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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스타벅스 '공간 업사이클링'… 낯선 풍경에 MZ 발길 모여

(지디넷코리아=신영빈 기자)경동시장은 겨울 한파 속에도 상인들의 삶의 온기로 가득했다. 한 해 중 밤이 가장 길다는 지난 22일 동짓날 팥죽집마다 줄이 길게 늘어섰다. 시장 본관은 유독 분주했다. 이달 16일 문을 연 '금성전파사'를 찾은 시민들로 이른 오후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LG전자는 스타벅스와 함께 최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 복합문화공간을 열었다. 인삼도매센터 바로 옆, 옛 경동극장이 있던 자리다. 매표소와 매점이 있던 자리에 LG전자가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를, 상영관에는 스타벅스가 '경동1960점'을 차렸다. 총면적 360평 공간은 다채로운 문화센터로 다시 태어났다.

LG 금성전파사가 경동시장에 문을 열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금성전파사는 레트로 콘셉트로 체험공간 6개를 차렸다. 3층에 ▲마음고침코너 ▲스타일고침코너 ▲개성고침코너 ▲기분고침코너 ▲새로고침코너를 준비했고, 4층에는 고민탈출코너를 운영한다. 방탈출 체험은 미리 예약해야 한다.

처음 들어가면 커다란 스크린 벽면이 기자를 반긴다. 경동시장 옛 모습과 계절별 테마를 담은 영상을 13미터 길이 LED 월에 상영되고 있었다. 발걸음을 옮기면 각 코너 별 공간이 기다린다.

마음고침코너는 LG 가전 전시와 화분 만들기 체험으로 구성했다. LG의 전신 금성사가 1958년 설립한 이후 선보인 흑백 TV(VD-191), 냉장고(GR-120), 세탁기(WP-181), 라디오(A-501) 등 오래된 가전이 자리했다. 모두 국내 최초 가전들이다. 1950~1960년대에 생산을 시작한 국가등록문화재이기도 하다. 국내 최초 컬러TV(CT-808)도 볼 수 있다.

국내 최초 냉장고(GR-120), 세탁기(WP-181), 흑백 TV(VD-191) (사진=지디넷코리아)
경동시장 상인들이 기증한 금성 에어컨 실외기 (사진=지디넷코리아)

냉장고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던 한 방문객은 “어릴 적 친구네 집에서 보던 가전과 닮아 신기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금성 에어컨 실외기는 시장 상인들이 기증했다. 경동시장에서 30년간 사용한 실외기를 전시품으로 되살렸다. 방문객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세월의 흔적을 감상했다.

최신 가전도 함께 어우러졌다. LG 냉장고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 제품을 이용해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냉장고 외관을 원하는 색깔로 바꾸거나 내장된 스피커로 노래를 틀어볼 수도 있었다. 실내 식물 재배 가전 '틔운'도 눈길을 끌었다.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 냉장고 (사진=지디넷코리아)

스타일고침코너는 다양한 소품으로 악세사리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다. 내년 출시될 LG 슈케이스와 스타일러 제품이 자리했다. 개성고침코너는 폐가전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그립톡과 캔들, 키링, 거치대 등을 준비했다. 알록달록한 컬러감은 하나뿐인 '업사이클링'의 상징이다. LG는 이곳 판매 수익금 전액을 경동시장 지역 상생 기금으로 전액 기부한다.

기분고침코너(금성오락실)는 추억 속 게임을 담았다. 옛 오락실에서 볼 법한 게임을 크고 생생한 화면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고민탈출코너(ThinQ 방탈출)는 앱을 활용해 방 안의 기기들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신개념 방탈출을 경험할 수 있다.

코너를 구분하는 벽면은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구현했다. 빗방울이 떨어지거나 꽃잎이 흩날리는 등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투명 OLED로 구현한 마음고침센터 벽면, 기분고침코너 (사진=지디넷코리아)

스타일고침코너와 개성고침코너 사이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거대한 공간이 등장한다. 옛 경동극장 상영관을 스타벅스가 200석 규모 카페로 개조했다. 1960년대 지은 이후 현재 사용하지 않던 폐극장이다.

극장 무대를 연상하는 무대는 음료를 제조하는 주방으로 바뀌었다. 천장에는 대형 아트웍을 설치했다. 스타벅스는 경동시장상인회 등과 상생 협약을 체결해 지역적 의미를 살렸다.

카페는 이익공유형 매장인 ‘스타벅스 커뮤니티 스토어 5호점’으로 꾸려 매장에서 판매하는 품목당 300원씩 적립해 지역 상생 기금에 보탠다. 또 인근 상인들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교육을 진행하고 채용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스타벅스 경동1960점 내부 (사진=지디넷코리아)

인근 상인들은 크게 반기는 분위기였다. 인삼을 팔던 한 상인은 “공사할 때만 해도 누가 올까 싶었는데 갑자기 북적이니 신기하다”며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 분위기도 살고 관심도 늘어 좋다”고 말했다.

손정현 스타벅스 대표이사는 “오래된 공간을 특별한 트렌드를 가진 공간으로 변화시켜 우리의 전통시장이 활성화되길 희망한다”며 “경동1960점에서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타벅스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승진 LG전자 한국전략담당은 “MZ세대와 기성세대가 한데 어울려 즐길 수 있는 공간을 통해 전통시장이 보다 활성화되길 기대한다”며 “고객들이 즐겨 찾는 장소가 될 수 있도록 LG전자만의 차별화된 제품 및 서비스를 앞세워 기억에 남은 고객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동시장은 1960년 연 재래시장이다. 국내 최대 한약재 전문 상가로 알려져 있다.

신영빈 기자(burger@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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