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도 '단련'이 될까요?

한전진 2022. 12. 2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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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매운맛 '단련'에 대한 진실
익숙해져도 한계치 키우는 건 '불가능'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맵찔이'(맵다와 찌질이의 합성된 은어)도 노력하면 '핵불닭볶음면'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요?

한국 사람들의 매운맛 사랑은 유별납니다. 땡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죠. 하지만 유독 매운맛에 약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화끈한 얼얼함에 스트레스를 날리고 싶지만 속이 받아주지 않죠.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 '맵찔이'를 위해 매운맛도 단련이 되는지 알아봤습니다. 불닭볶음면을 출시했던 삼양식품 식품연구소와 전문가인 식품공학과 교수 등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매운맛 익숙해질 수 있지만, 한계치 키우긴 힘들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타깝게도 매운맛은 아무리 먹어도 단련되지 않습니다. 매운맛을 극복하기 위해 매운 것을 먹는 건 우리의 몸만 축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매운맛'의 원리부터 알아야 합니다. 현대 과학에서 검증한 혀로 느낄 수 있는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그리고 감칠맛 오미(五味)입니다. 매운맛은 없죠. 사실 매운맛은 엄밀히 말하면 '뜨거움'에서 비롯되는 통증입니다. 혀가 캡사이신 등 물질로 자극돼 온도가 오른 고통을 매운맛으로 느끼는 겁니다.

통증의 경험으로 통증을 극복할 수는 없습니다. 언제 맞아도 아픈 건 똑같습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매운맛은 입안에 있는 'TRPV1'이라는 입안 수용체에 캡사이신이 달라붙으며 생기는 자극의 일종"이라며 "매운맛을 자주 먹으면 익숙해 질수는 있겠지만, 개인이 가진 매운맛의 한계치를 근본적으로 키우긴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그렇다면 개인마다 매운맛을 느끼는 차이는 왜 발생할까요. 이는 바로 'TRPV1'의 수용체의 차이입니다. TRPV1는 열에 반응하는 몸의 온도 센서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보통 43도 이상의 열에 반응하기 시작하죠. 매운 걸 잘 먹는 사람은 이 수용체가 적어 뇌에 자극이 덜 가는 겁니다. 한마디로 둔감한 사람인 거죠. 이 수용체가 많으면 매운 음식이 훨씬 뜨겁게 느껴질 겁니다. 

또 다른 이유는 '생각'의 차이입니다. 매운맛은 통증입니다. 이 때문에 생각이 몸에 작용하는 부분이 크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즉 먹는 사람이 '매운 음식을 먹으면 또 속이 쓰리겠지', '너무 매운데 잘 먹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실제로 매운 음식을 잘 못 먹게 됩니다. 반면 '나는 매운 음식을 잘 먹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아'라고 생각하면 통증이 훨씬 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매운맛에 약한 사람도 생각에 따라 가진 능력 이상으로 매운맛을 먹을 순 있다는 얘깁니다.

물론 통증을 덜 느낀다고 위장까지 강한 것은 아니겠죠. 캡사이신이 주는 자극은 누구든 똑같습니다. 과도한 캡사이신은 위산 과다를 야기해 위 건강을 해치죠. 복통과 설사 증상을 유발합니다. 매운 것을 먹은 다음 날 화장실을 직행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물론 캡사이신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적절히 섭취하면 면역기능을 활성화하죠. 문제는 매운 음식과 꼭 곁들이는 탄수화물과 당입니다. 혈당을 높이고 살을 찌우는 등 부작용이 많죠.

입에 난 불, 우유로 끈다

매운맛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속설에 대해서도 알아봤습니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깁니다. 인체는 고통을 느끼면 엔도르핀·아드레날린을 분비합니다. 엔도르핀은 통증을 줄이며 쾌감을 줍니다. 아드레날린은 개운하게 만듭니다. 강한 매운맛을 먹을 때 일시적으로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을 받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후 소화 불량 등 더 큰 스트레스를 겪어야 합니다.

우유가 매운맛을 중화시킨다는 것도 맞을까요. 이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얘기였습니다. 우유가 매운맛에 효과적인 이유는 우유의 유지방과 단백질 성분 덕분입니다. 이 두 영양소가 혀의 매운 성분을 분해합니다. 특히 차가운 우유는 화끈거리는 혀를 달래줍니다. 삼양식품 식품연구소 관계자는 "캡사이신은 지용성이기 때문에 우유의 지방 성분에 의해 효과적으로 녹을 수 있다"면서 "단백질인 카제인 성분도 매운맛을 씻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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