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단어 사라진 유통업계, 대신 이 문구 쓴다

이태동 기자 2022. 12. 2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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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에서 시민들이 신세계백화점의 크리스마스 미디어 파사드를 관람하는 모습. 신세계백화점은 크리스마스 장식에 '크리스마스'라는 문구를 사용하지 않고, '매지컬 윈터 판타지'라는 자체 테마 문구를 쓰고 있다. /뉴스1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출시된 해태제과의 인기 상품 ‘얼초(얼려먹는 초코 만들기)’에선 ‘크리스마스’라는 글자를 찾아볼 수 없다. 포장 박스에 양말 달린 트리가 그려져 있고 루돌프와 산타까지 등장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내고 있지만 정작 과자 이름에선 크리스마스가 빠진 것이다. 2020년과 2021년 비슷한 시기 출시됐던 같은 컨셉의 이 과자 이름은 ‘얼초 크리스마스 파티’였다. 올해는 ‘크리스마스 파티’ 자리에 ‘해피 홀리데이즈’(Happy Holidays)라는 이름이 대신 들어갔다. 해피 홀리데이는 ‘종교 편향’을 문제 삼는 미국 일부 시민들이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사용하는 인사말이다.

해태제과가 2022년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출시한 '얼초 해피 홀리데이즈'(왼쪽 첫째). 해태제과는 2020년과 지난해엔 크리스마스용 상품으로 '얼초 크리스마스파티'라는 이름을 썼지만, 올해 '해피 홀리데이즈'로 바꿨다.

SPC 계열 프랜차이즈 배스킨라빈스가 최근 출시한 올해 크리스마스용 아이스크림 케이크 테마의 이름도 ‘해피 스누피 홀리데이’다. 배스킨라빈스는 2017년엔 ‘크리스마스니까 욕심내세요’, 2020년엔 ‘메리 배라스마스(메리 크리스마스+배스킨라빈스)’라는 문구로 마케팅을 했다. 2018년에도 메인 상품으로 내세운 케이크에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문구 장식을 붙였다. 그런데 지난해엔 포스터와 케이크 문구 모두 해피 홀리데이스를 사용했고, 올해도 만화 캐릭터 스누피를 내세워 ‘홀리데이’를 쓴 것이다.

2022년 배스킨라빈스 크리스마스 테마 '해피 스누피 홀리데이'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린 마케팅에서 ‘크리스마스’라는 말이 사라지는 현상은 유통업계 전반에서 확인된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쇼핑몰 스타필드는 지난달부터 하남점에서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해피 홀리데이 스노위 포켓몬’ 행사를 진행 중이다. 트리 옆에 서서 산타 모자를 쓰고 인사하는 높이 10짜리 대형 피카츄 모형 앞에 적힌 인사말은 ‘해피 홀리데이스’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기업 한섬의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가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추천한다”며 출시한 세트 상품 이름도 ‘홀리데이 글로우세트’고, 주방가전 브랜드 브레빌코리아, 유아용품 기업 스토케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시작한 이벤트에도 ‘홀리데이’란 말이 사용됐다.

쇼핑몰 스타필드가 하남점에 설치한 크리스마스용 특별 장식. 높이 10m짜리 대형 피카츄 등이 눈 내린 크리스마스를 연출하며 인사하고 있는데, 인사말로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홀리데이'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크리스마스’ 없는 크리스마스의 이유로 업계는 ‘효율 극대화’를 든다. 크리스마스라는 문구를 뺀 상품이나 이벤트로 내년 초 휴일까지 한꺼번에 프로모션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특히 코로나 이후 장기 불황에 접어들면서 크리스마스 문구를 빼고 통합 마케팅용 문구를 쓰는 경향이 짙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대체어로 ‘해피 홀리데이’가 많이 사용되는 건 그 자체로 ‘행복한 연휴 보내라’는 뜻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테마파크 서울랜드가 진행 중인 축제 이름도 ‘루나 해피 홀리데이즈’다. 신세계백화점이 크리스마스 장식에 ‘매지컬 윈터 판타지(Magical Winter Fantasy)’라고 새겨 놓은 것처럼 별도의 자체 문구를 만들어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이랜드이츠 프랑제리가 출시한 2022년도 크리스마스 시즌 상품. 전통적인 'Merry Christmas' 문구가 장식으로 달렸다. /이랜드이츠

이들과 반대로 전략적으로 ‘크리스마스’를 고수하는 경우도 있다. 이랜드이츠의 베이커리 브랜드 프랑제리는 올 크리스마스 스페셜 케이크에 전통적인 ‘메리 크리스마스’ 장식 문구를 달았다. 이랜드 관계자는 “연말연초를 통째로 묶어 대응하는 것보다, 특정 시즌을 정확히 겨냥해 마케팅하는 게 매출에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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