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가뭄, 여름 폭우, 겨울 먼지·한파…모두 이것 때문이었다

황덕현 기자 2022. 12. 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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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결산-기상·기후] 지구온난화…1년 내내 유례없는 피해
남부 역대 최장 무강수 기록…제트기류 약해져 북극 한파도
겨울 가뭄이 이어지던 지난 3월13일 경남 함양군 함양읍 한들 양파논에서 임재영(66)씨가 단비에 반가워하며 양파논을 둘러보고 있다. (함양군 김용만씨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올해도 기후변화가 심화하면서 봄부터 겨울까지 이상기후 현상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비가 올 때는 유례없이 내렸고 중위도에서 발생한 초강력 태풍은 남부지방을 할퀴었다.

겨울철엔 고비 사막과 내몽골 고원이 말라 미세먼지가 뒤덮었다. 먼지가 없을 땐 에어 커튼 격인 제트기류가 느려지며 북극 냉기가 몰려와 강추위가 찾아왔다. 모두 기후변화의 직간접 영향이다.

25일 기상청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올해 가뭄은 3월 초부터 예견됐다. 1~2월 전국 평균 강수량이 8.7㎜에 지나지 않아 예년 평균치의 17%에 머물렀다.

5월 말까지 6개월 누적 강수량도 167.9㎜에 불과해 평년(337.7㎜)의 49.5%에 불과했다.

서울 등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 지방의 가뭄은 7~8월 내린 여름철 호우로 다소간 해소됐다.

반면 남부지방의 가뭄은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영남 내륙의 경우 올봄 비가 오지 않는 '무강수일'이 71일(대구)이나 이어지며 1907년 현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긴 가뭄을 기록했다.

남부지역 가뭄은 우리나라의 기상학적 특성상 호우가 집중된 여름철에도 이어졌다. 수도권과 충청권에 기록적 폭우가 내린 8월, 서울에서 하루 만에 400㎜에 육박하는 비가 오는 동안 영남과 호남에선 빗방울조차 떨어지지 않는 곳이 많았다. 심지어 중부 내륙에 호우 특보가 발효되는 동안 남부지방은 폭염 특보가 발령돼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졌다.

이는 기후변화에 따라 지속되고 있는 라니냐의 직간접 영향 때문이다. 기상학적으로 라니냐는 열대 태평양 내 감시구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은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지속될 때가 해당한다.

서태평양 지역의 고온 현상이 지속됐고, 이는 북태평양 고기압 발달·확장의 원동력이 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동남권은 고온 현상이 지속돼 강수가 유달리 적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태평양에선 '21세기 이후 첫 3년 연속 라니냐'가 지속 중이다. 라니냐는 동아시아와 북미, 유럽에서 기록적 한파를, 캐나다 등 북미에서는 49.6도의 역대 최고 기온을 야기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우리나라의 가뭄은 계묘년인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9월7일 오후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를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여름철에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중부 지방 폭우와 초강력 가을 태풍 2개가 연이어 찾아왔다.

8월 초 서울 등 수도권에는 시간당 30㎜ 이상, 이틀 만에 500㎜에 육박하는 폭우가 쏟아졌다. 좁고 두꺼우며 긴 비구름이 강남권에 머물며 물폭탄이 떨어지듯 비가 왔다.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이 약 1300㎜인 걸 감안하면 1년의 절반치에 육박하는 비가 이틀만에 퍼부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빗물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강남권 일대가 침수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던 지난 8월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진흥아파트 앞 서초대로에 전날 쏟아진 폭우에 침수, 고립된 차량들이 뒤엉켜 있다.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침수는 가을 태풍으로 타격을 입은 포항과 울산에서도 벌어졌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상륙했던 9월 초 포항에는 하루 만에 400㎜에 육박하는 비가 쏟아졌고, 하천이 범람하고 지하 주차장이 잠기며 7명의 사망자를 냈다.

힌남노는 북위 25도선 이북에서 발생한 첫번째 초강력 태풍으로 기록됐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의 분류 기준에 따라 '슈퍼태풍'으로 분류됐다.

가을철에 발생한 강한 태풍 역시 기후변화가 기저 요인으로 꼽힌다. 라니냐에 따라 해수 온도가 더 높아졌고, 이에 따라 고위도의 태풍 발생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해수면의 수증기 증발이 더 많아지며 태풍이 강해질 수 있었다. 실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지도를 보면 힌남노 북상 당시 바닷물 온도는 평균보다 3도가량 높았다.

겨울철을 덮은 미세먼지의 농도도 기후변화 영향을 받는다. 12월초 서울 등 수도권에는 6년 만에, 전국적으로는 2011년 이후 10년 만에 황사 경보가 발효됐다. 황사 경보는 대기오염 평가 기준인 통합대기환경지수상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이상일 때에 해당한다.

한반도를 덮친 황사는 고비사막과 내몽골 고원에서 발원한다. 이 지역의 모래 먼지가 찬 대륙고기압(시베리아 고기압) 등 영향으로 부는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까지 들어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미세먼지 발원지의 강수량과 강수일수가 과거보다 줄었다. 고위도 지역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황사가 우리나라로 날아오기에 좋은 조건이 형성된 것이다.

광주에 40cm에 달하는 폭설로 도시가 마비된 가운데 24일 오전 광주 지역자율방재단이 광주 송정역 주변에서 도로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광주시 제공) /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폭설과 -20도 안팎의 한파도 기후변화 영향을 받고 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극 해빙 면적은 지난 1000년 중 가장 적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극의 빙하가 녹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통상 제트 기류에 의해 극지방에 갇혀 있던 냉기, 즉 '폴라 보텍스'(Polar Vortex)가 제트 기류가 약해진 틈을 타고 대륙 고기압의 냉기를 강화했다.

이후 우리나라는 겨울철 대륙 고기압(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강추위를 겪고 있다. 한파가 찾아오기 전후 내리는 폭설은 이 대륙 고기압이 비교적 따뜻한 해수와 만나는 데 따른 '호수 효과'로 내리는 것이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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