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브누아 블랑의 반갑고 유쾌한 귀환 '나이브스 아웃 2'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2022. 12. 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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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감독 라이언 존슨)
외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2019년 관객과 평단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작품이자 코믹 추리극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나이브스 아웃'의 후속편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이 돌아왔다. 당연히 까탈스러운 패션과 특유의 느린 말투를 자랑하는 탐정 브누아 블랑도 함께 말이다. 그는 여전히 유쾌하고 뛰어난 실력을 선보였고, 빨리 다시 만났으면 하는 마음을 가득 심어놓고 떠났다.

대담한 탐정 브누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가 새로운 모험을 펼칠 장소로 선택한 건 그리스 섬의 호화로운 사유지. 그러나 그가 어떻게, 무슨 이유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부터가 무수히 많은 수수께끼의 출발점이다.

블랑은 억만장자 마일스 브론(에드워드 노튼)의 초대를 받고 해마다 열리는 모임에 참석한 각양각색의 친구들을 만난다. 초대된 사람은 마일스의 전 동업자 앤디 브랜드(자넬 모네), 현 코네티컷 주지사 클레어 디벨라(캐서린 한), 최첨단 과학자 라이오넬 투생(레슬리 오덤 주니어), 모델 출신 패션 디자이너 버디 제이(케이트 허드슨)와 그의 성실한 조수 페그(제시카 헤닉), 인플루언서 듀크 코디(데이브 바티스타)와 여자친구 위스키(매들린 클라인)이다.

이들 모두가 각자 비밀과 거짓, 살인의 동기를 품고 있다. 누군가가 죽은 채로 발견되는 순간, 모두가 용의자가 된다. 그리고 그 순간이 바로 대담한 탐정 브누아 블랑이 나설 때다.

외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나이브스 아웃'의 후속작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감독 라이언 존슨)은 억만장자의 '살인 사건 게임'이 예고된 그리스 외딴섬에 초대되지 않은 뜻밖의 손님 브누아 블랑이 나타나 진짜 벌어진 살인 사건의 진실을 밝혀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전편의 라이언 존슨 감독이 다시 한번 각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다니엘 크레이그도 탐정 브누아 블랑으로 복귀했다. 또한 무더운 그리스 섬을 배경으로 서로가 친구인지 원수인지 불확실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넘어간 이번 작품에는 에드워드 노튼, 자넬 모네, 케이트 허드슨, 데이브 바티스타, 캐스린 한, 레슬리 오덤 주니어, 제시카 헤닉, 매들린 클라인 등 내로라하는 할리우드 배우가 모두 모였다.

탄탄한 짜임새와 유쾌함까지 더하며 잘 만든 코믹 추리극의 부활을 알렸던 '나이브스 아웃'의 후속편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은 여전히 재밌고, 여전히 유쾌하고, 여전히 통쾌하다. 그리고 전편보다 훨씬 가볍고 밝아진 톤을 가진 '글래스 어니언' 속 브누아 블랑은 전편보다 더 이야기와 사건의 중심에 서서 추리를 이어 나간다.

외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영국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를 떠올리게 하는 고전적인 추리극의 설정에 가벼움과 유머를 한층 높인 '글래스 어니언'은 전편에서도 그랬듯이 작품은 누가 범인인지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그는 범죄를 저질렀는가, 피해자는 왜 살해당했는가 등 의문 사이에 있는 '사연', 즉 이야기에 흥미를 갖도록 한다. 살해 동기와 이를 유발시킨 감정선이 얽히고설키며 단순히 단서를 조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뉴잉글랜드 교외 지역이 가진 어둡고 축축한 분위기와 달리 '글래스 어니언'의 살인 사건 현장은 찬란한 햇빛이 가득한 그리스 섬이다. 그러나 등장인물의 화려한 면면과 휘황찬란한 부의 상징들, 인물들의 내면과 살인사건 등의 요소는 섬이 가진 밝은 분위기와 상반되며 어느덧 추리극의 장소로 변모한다. 그 찬란한 아름다움과 미스터리라는 이질적인 요소가 공존하는 섬에서 관객은 브누아 블랑이라는 열차에 탑승해 빠르게 사건과 단서, 인물들을 만나면 된다.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마치 글래스 어니언과 같다. 억만장자인 마일스 브론은 진실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로 층층이 가리며 사람들의 눈을 가린다. 그에게서 각자 원하는 게 있고 이를 받아내기 위한 친구들은 진실을 알면서도, 그리고 그것이 가져온 파장을 알면서도 안 보이는 척 눈을 가리고 거짓에 동참한다.

외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억만장자가 부를 이루는 과정에서 보인 거짓, 그리고 환경이나 일반인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부와 업적을 위해 위험한 기술을 밀어붙이는 모습 등은 도덕을 잃은 권력자의 모습은 위험하기만 하다. 그리고 억만장자 브론을 중심으로 모인 또 다른 권력들 역시 사회적 위치 뒤로 추악한 이해관계를 감추고 있다.

그들이 부를 중심으로 뭉쳐 자신들만의 문화를 향유하는 모습 등은 은연중에 현 사회에 대한 풍자처럼 다가온다. 브론과 친구들이 파티 장소인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글래스 어니언은 투명한 외관과 달리 어느새 새카맣게 물든 부패의 상징처럼 보인다.

그렇기에 영화 마지막 카산드라 앤디 브랜드가 글래스 어니언 안에서 크리스탈 장식품들을 하나씩 박살 내는 과정은 글래스 어니언에 숨어 있던 추악한 진실과 마일스의 진짜 모습을 벗겨내는 과정이자 진실로 향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통쾌하기까지 하다. 이처럼 부제이자 극 중에서 크리스탈로 만들어져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글래스 어니언'은 여러모로 캐릭터들의 내면과 상황을 은유하고 풍자하는 오브제로서 제 역할을 했음을 깨닫게 된다.

외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영화는 전편보다 가벼워진 톤만큼 코믹한 방식으로 여러 카메오 아닌 카메오가 등장한다. 이를 하나씩 발견하는 것은 '글래스 어니언'이 지닌 깨알 같은 재미이자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또한 영화의 부제이자 영화 사운드트랙이자 비틀즈의 노래인 '글래스 어니언'을 들으며 영화의 여운을 음미하다 보면 지나왔던 미스터리가 더욱 가깝게 다가오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역시나 잘 맞는 옷을 입고 멋들어진 워킹을 소화하는 모델처럼 브누아 블랑 역에 적역이다. 그가 007보다는 좀 더 오랜 시간 탐정으로서 일해주길 바라게 된다.

139분 상영, 12월 23일 넷플릭스 공개, 15세 관람가.

외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메인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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