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육 민관 협력시대···에듀테크로 공교육·사교육 사다리 놓을 것"
"이해충돌 문제, 건강한 파트너십 위한 중요한 장치"
"에듀테크 기업과 파트너십 없이는 좋은 교육 못해"
"자사고 존치···일반고 다양한 기회 줘 부작용 해소"
"핵심은 교사역량 강화···교원 양성체제 개편 완수"
“이제는 민간 에듀테크 기업과의 파트너십 없이는 좋은 교육을 할 수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민간 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서는 안되지만 파트너십은 계속 강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4일 방영된 서울경제TV 프로그램 ‘정제영의 세상을 바꾸는 교육’에서 진행자인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가 인사청문회 당시 제기된 민간 에듀테크 기업과의 이해충돌 문제에 대해 질문하자 이 같이 답했다.
이 부총리는 취임 전 비영리 사단법인 아시아교육협회 초대 이사장을 맡아 교육과 기술을 결합한 '에듀테크(Edu-tech)'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에듀테크 업체들이 협회에 기부금을 낸 데다, 이 부총리가 올해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예비후보로 나섰을 당시에도 후원금을 낸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해충돌 논란을 빚었다. 이 부총리는 이를 두고 “굉장히 건강한 지적”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 조금 더 경각심을 갖고 일하게 됐다. 다시 공직에 돌아왔으니 정말 조심하겠다”고 입을 뗐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기존과 같이 사교육과 공교육을 떼어 놓고 생각 할 수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과거에는 사교육과 공교육을 엄격하게 구분해서 사교육을 줄이는 쪽으로 갔는데 앞으로는 분명히 민관 협력의 시대가 온다”며 “외국에서도 소위 ’퍼블리셔'라고 하는 교육 콘텐츠 제작 회사들이 교과서도 만들고 최근에는 AI 튜터링 서비스도 한다. 이제 교육 콘텐츠 민간 기업들은 없어서는 안 될 공교육의 파트너”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교육이라고 하면 학원과 같은 부분에서 부작용을 많이 의식하지만 이제는 ‘퍼블릭 프라이빗 파트너십(민관 협업)’ 을 계속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가 “학교가 교과서를 여러 출판사에서 선택하듯 에듀테크 역시 학교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는 의견을 밝히자 이 부총리도 “영국 같은 경우 바우처 제도라고 해서 교사들이 선택하기도 하고 다양한 제도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역시 이러한 것들을 제도화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10년 만의 대규모 교육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될 ‘디지털 교육국’이 이러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교육국은 민간 교육 기업과의 파트너십과 교사들의 에듀테크 활용 연수 등 어떻게 디지털 대전환을 할 수 있느냐는 목표를 가진 조직”이라며 “정부에서 교육부가 가장 먼저 디지털 전환을 담당하는 국을 만드는 것이고, 국제적으로도 이렇게 큰 조직으로 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추구하는 정부는 본 적이 없다”고 자평했다. 이어 “담당자들에게 ‘우리가 글로벌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세계 최고가 되자'고 독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파트너십 강화 과정에서 또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이해충돌 문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건강한 파트너십을 만드는 중요한 장치”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야말로 학부모와 학생들을 위한 이익을 위해 파트너십을 하자는 것이지 공무원 개인이 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주면 안 된다”며 “사실 교육계에선 이해충돌이라는 원칙이 한 번도 이야기 된 적이 없었다.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진 논란이) 아마 다른 공무원분들에게도 중요한 메시지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에 대해선 “당연히 자사고·외고 등 기존의 다양화 고등학교들은 존치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2025년 일괄 폐지 정책을 백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부총리는 MB 정부 시절 자사고를 확대하는 정책을 펼친 바 있다.
자사고·외고에 교육 수요가 몰리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선 일반고를 다양화 하고 질적 수준 역시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일반고에 더 다양한 기회를 주면 자사고나 외고에 학생들이 너무 많이 몰리게 되는 문제는 없어지지 않겠냐는 기대를 하고 있다”며 "교육 정책의 본질은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하는 것이다. 소수의 학교만 좋은 학교가 되면 그 학교들로 몰리고 경쟁이 심화되는 부분이 있는데 답은 좋은 학교 만드는 것을 중지하는 게 아니고 더 많이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자사고를 만들 때도 직업계 쪽에서는 마이스터고를, 지역 쪽에서는 기숙형 공립고 등을 만들었는데 더 많이 만들어 나갔다면 큰 문제가 없었을 텐데 중지됐던 것”이라며 “이번 정부에선 그런 좋은 학교들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하고, 이번에는 일반 공립고 중심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아카데미와 같이 공립학교에도 자율권을 대폭 주자는 게 이 부총리의 생각이다. 이 부총리는 “예컨대 교육부가 직할하고 있는 교대·사대의 부속 학교 같은 경우 각 지역에 있는데, 영국의 아카데미처럼 지역 학교들에게 자율권을 대폭 주면서 새로운 학교로 만들 수 있다”며 “또 농어촌에 있는 좋은 학교들을 시범학교로 지정해 AI 등 신기술 중심의 선도 학교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 맞춰 도입될 고교 내신 절대평가(성취평가제)에 대해선 ‘교육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9등급 상대평가는 교육의 본질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제도”라며 “가능하면 절대평가로 가야 되는데 그 시기가 계속 너무 늦춰지고 있다. 첫 번째 장관 당시 마지막에 도입하려다 잘 안 됐는데 10년이 지나도 아직 도입이 안 됐다”고 했다. 이어 “2025년 도입을 약속하진 못하지만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절대평가를 하려 하고, 적어도 9등급 상대평가로 인한 학부모와 학생들이 고통은 좀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기존에 내신 점수를 받기 어려웠던 자사고 등에 수요가 몰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꼭 그렇지 않을 거라고 본다"며 “고교 체제 개편으로 좋은 학교들을 굉장히 많이 만들면 한쪽으로 몰리는 현상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히려 핵심은 교사들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부총리는 “교육의 본질은 좋은 교사가 좋은 교육을 하는 것"이라며 “교사들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이 교육의 본질인 만큼 교사들이 절대평가를 할 수 있도록 연수를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 장관 당시 교원 양성체제를 개편하는 부분이 미진했다"며 “좋은 교사를 양성해서 그 교사가 현장에서 좋은 교육을 하려면 한 정권을 넘어 적어도 4~5년이 걸리므로 밀어붙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대통령도 그렇고 저 역시 힘들더라도 가장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이 장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교대·사대 등 교원 양성 시스템 개편 구상도 밝혔다. 이 부총리는 “굉장히 중요한 건 지금 교육이 크게 변하는 대격변기이기에 교사 교육과 훈련을 빨리, 그리고 대규모로 해야 되는 상황”이라며 “기존의 교사들의 연수 프로그램도 훨씬 더 확대되고 질적으로도 고도화가 돼야 하고 예비교원들의 경우에도 교대·사대를 전문대학원화 하는 노력들이 있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전문대학원 같은 경우 로스쿨처럼 높은 등록금을 받을 수는 없으므로 등록금 수준은 기존처럼 낮더라도 정부가 대대적인 예산 투입을 해서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또 교수들은 좀 더 연구 중심으로 교육 큰 변화에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중섭 기자 jseop@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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