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200원대 찍자 한숨 돌린 기업들…원자재값·외화부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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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내려오면서 외화부채, 원자재 비용 부담 등을 걱정하던 기업들이 한숨을 돌렸다.
특히 항공유와 리스비용을 달러로 지불하는 항공업계와 원자재를 달러로 수입하는 배터리·석유화학·철강 등의 비용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배터리업계는 수출 업종이라 환율이 오르면 호재로 알려졌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해외 투자 등을 고려하면 달러 초강세가 마냥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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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내려오면서 외화부채, 원자재 비용 부담 등을 걱정하던 기업들이 한숨을 돌렸다. 특히 항공유와 리스비용을 달러로 지불하는 항공업계와 원자재를 달러로 수입하는 배터리·석유화학·철강 등의 비용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삼중고에 위축됐던 기업들의 투자도 재개될지 주목된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76.2원)보다 4.6원 오른 1280.8원에 마감했다. 전날엔 1276.2원에 마감하면서 지난 6월 10일(1268.9원)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환율을 기록했다. 환율은 지난 9월 28일 1439.9원으로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추세다.
가장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은 항공업이다. 항공사들은 영업 비용의 20~30%를 차지하는 항공기 리스비용, 유류비 등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지난 3분기 국내 항공사 6곳은 달러 초강세 영향으로 1조원대 외화환산손실을 봤다. 3분기 평균 환율은 1337.98원으로 2분기 평균 환율인 1259.57원보다 78.41원이나 높았다. 그러나 환율이 점차 안정되면서 항공사들은 환손실 규모가 3분기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수 비중이 높은 철강업계도 해외에서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를 달러로 사고 제품을 원화로 팔기 때문에 피해가 크다. 현대제철의 경우 상반기 기준 86.9%가 국내 매출이었다. 포스코도 같은 기간 절반 이상인 59.9%가 국내 매출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통상 고환율일 때 호재라고 봤지만, 이번 달러 강세일 때는 오히려 부담이 커졌다. 석유화학제품의 원료인 나프타를 달러로 사오는 비용은 올랐는데 경기 둔화로 환율·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서다. 지난 9월 한화솔루션과 현대오일뱅크는 수천억원대 투자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외화부채 규모가 큰 배터리 기업들도 부채 관련 부담을 덜었다. 배터리업계는 수출 업종이라 환율이 오르면 호재로 알려졌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해외 투자 등을 고려하면 달러 초강세가 마냥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배터리 자회사의 해외 투자로 인한 부채가 연결로 잡히면서 상반기 국내 외화부채 규모 2, 3위 기업으로 꼽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환율 10% 상승시 1638억원의 손해를 볼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3분기 달러 강세의 수혜를 누렸던 조선·해운업계는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 조선업계와 해운업계는 각각 선박 대금과 운임을 달러로 받기 때문에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 매출도 감소한다. 한국조선해양은 3분기 환율이 평균 6.3% 오르면서 영업이익 1888억원을 달성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총 987억원의 환율 상승 효과를 봤다.
업계에선 일본은행이 지난 20일 긴축 정책을 발표하면서 원·달러 환율 하방 압력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도 달러 초강세 현상이 힘을 잃고 원화 가치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BI는 아시아권 통화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원·달러 환율이 1130~1350원대에서 움직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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