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체 위축, 서울 등 규제 해제한다고 주택 거래 활성화되진 않을 듯”
정부가 ‘경착륙’ 우려에 빠진 부동산 시장을 살려내기 위해 또 다시 '규제지역 해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르면 내년 1월께 규제지역 해제 발표가 나올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마지막 5개 규제지역 중 다음 후보가 광명과 서울 강북권이라는 전망도 나오면서 그 효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5일 뉴시스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1일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주택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규제지역을 연초에 추가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윤석열 정부가 6개월 동안 3차례에 걸쳐 규제지역을 차례로 해제한 데 이어 나온 4번째 규제 해제 소식이다.
통상 규제지역 해제 여부를 결정하는 국토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가 6개월마다 한 번씩 연 2회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은 매우 빠른 속도다. 연이은 규제 해제에도 국내 부동산 시장의 집값 하락과 거래침체가 계속되자 부동산 가격 급락을 막고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한 특단의 조치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정부는 앞선 3차례의 발표에서도 서울과 서울에 연접한 광명·하남·과천·성남(분당·수정)은 마지막까지 규제지역으로 남겨뒀는데 이번엔 서울 일부 지역까지 해제를 고려할 가능성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서울은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대한민국의 수도인데다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좌우하는 지역인 만큼 이곳의 규제를 푼다는 것은 시장에도 상징적 의미를 주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집값 하락세가 가파른 서울 강북권과 광명 지역이 후보군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1월 서울은 노원구(-2.82%)와 도봉구(-2.20%)를 중심으로 하락세가 짙었다. 특히 광명은 -3.95%나 떨어졌는데 이는 수도권 평균 하락폭(-1.77%)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규제 해제) 기준을 어떻게 두고 있다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보면서 거래를 정상화하기 위한 폭이 어느 정도인지 구분할 것"이라며 "서울을 어느 정도까지 풀 것이라고 예단해서 말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정은) 주정심,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 다만 (서울 등) 어느 지역을 배제한다는 것 자체는 말이 안 된다"며 "아직 시기 특정은 안 한 상태지만 대통령께서도 규제 완화 의지를 피력 중인 만큼 노력해보겠다"고 전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이번 조치로 거래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앞서 규제가 해제된 인천, 세종 등 대부분의 지역들이 여전히 거래 침체와 집값 하락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규제해제의 유력 후보군인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 역시 앞선 규제해제 지역들의 여전한 거래절벽 상황을 의식한 듯 며칠 전 정부 발표에도 큰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 소재 한 공인중개업체 대표는 "현재로서는 손님들의 문의도, 매물을 거두겠다는 집주인들의 연락도 따로 없이 조용한 상태"라며 "재계약 때문에 연락오는 것 외에는 전화도 안 오고 있다"고 전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지난 3차 규제지역 해제 당시 "시장 전체가 위축돼 있는데 규제를 해제한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거래 활성화가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에 가시적인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도 이 시기에 과도한 규제를 정상화해 나가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설명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지역을 설정하는 기본적인 정책목표는 시장과열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므로 지금은 규제지역을 유지하는데 따른 실익이 없다"며 "해제하더라도 가시적인 효과를 바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조만간 해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처럼 정책변화가 곧바로 시장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 오히려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를 실행하기에는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점"이라며 "지금처럼 여러 규제요인을 미리미리 조정해두는 것은 바람직한 대응"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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