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갱년기는 종합병원, 조심해야 할 질환들이 있다
50세 전후 신체·심리적 변화 급습, ‘사추기(思秋期)’로 불려
급격한 신체적·심리적 변화, 각종 질병 발생 도미노로 이어져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자연에 4계절이 있듯 우리 몸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 보통 태어나 유아기를 거쳐 청소년기를 봄에, 20~40대 청장년기를 여름에, 50~60대 중년기를 가을에, 70대 이후 노년기를 겨울에 각각 비유한다.
사추기(思秋期)는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사춘기(思春期)에 빗댄 말로, 50세 전후 찾아오는 갱년기를 이르는 말이다. 실제 이때는 사춘기처럼 신체, 정신, 환경적 변화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특히 여성은 이 시기 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면서 월경이 멈추고 생식 기능을 상실한다. 물론 남성 역시 갱년기를 겪는다. 다만 여성에 비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드물고, 주로 성기능이 떨어지는 수준이다.
최세경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갱년기는 특히 여성에 있어 신체와 심리적으로 큰 변화를 동반한다”며 “지난해 국내 여성의 기대수명은 86.6세다. 인생의 겨울을 준비하는 사추기의 건강관리에 앞으로의 따스한 30여 년이 결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인은 ‘폐경’… 보통 폐경 3~4년 전부터 시작
이 시기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폐경이다. 폐경은 임상적으로 월경을 규칙적으로 한 여성이 1년간 생리를 하지 않았을 때 진단한다. 폐경이행기, 즉 갱년기는 보통 폐경 3~4년 전부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폐경이 나타난 후 약 1년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짧게는 2년, 길게는 8년까지 지속한다. 국내 여성의 평균 폐경 연령이 2020년 기준 만 49.9세인 점을 감안하면 보통 40대 중후반부터 갱년기가 찾아오는 셈이다.
최세경 교수는 “갱년기가 되면 질병 발생도 도미노처럼 이어지는데, 폐경 초기 여성의 75%는 열성홍조와 야간발한을 경험하고, 50대 중반엔 급격한 기분변화, 기억력감퇴, 성기능장애 등을 겪다가 후반엔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치매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급격한 신체·심리적 변화, 질병 발생 도미노로 이어져
갱년기가 되면 특히 여성에게 다양한 변화가 나타난다. 먼저 월경이 불규칙해지고 양도 일정치 않게 되며 결국 폐경에 이르게 된다. 주름살이 부쩍 늘고, 기억력과 집중력도 떨어진다. 또 자신감을 잃고 우울해하기 쉽다.
갑자기 가슴을 시작으로 목·얼굴·팔에서 오한과 발한을 경험하기도 한다.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뇌 속에 온도를 조절하는 중추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시력이 점차 흐려지고 안구가 쉽게 건조해진다.
이유 없이 우울한 기분이 지속하기도 한다. 특히 이 시기는 자녀가 집을 떠나는 시기와 맞물려 더 심해진다. 또 기억력이 떨어져 자주 깜빡하는 일이 생긴다. 인지·기억능력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 부위에 많은 여성호르몬 수용체가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질과 요로계도 영향을 받는다. 점막이 얇아지고 건조해지며 탄력성을 잃고 위축된다. 호르몬 부족 상태가 계속되면 질은 더욱 건조해져 성관계 시 통증이 생기고 손상을 받거나 감염되기 쉬운 상태가 돼 자연히 부부관계를 피하게 된다.
아울러 폐경 후에는 여성호르몬 감소로 요로 상피가 얇아지고 탄력성이 감소되며 방광을 지지하는 조직의 이완으로 방광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밤에도 여러 번 일어나 화장실을 찾게 된다. 또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 나오는 긴장성 요실금이 나타나고 요도염이나 방광염에 쉽게 노출된다. 여성은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과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부족해 근육량이 적은 편이다. 특히 갱년기 여성은 유산소 운동과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심혈관질환 발생에도 주의한다. 폐경 전 여성은 동일연령의 남성에 비해 심혈관질환의 빈도가 3배 정도 낮다. 이는 여성호르몬이 보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폐경 후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 몸에 이로운 고밀도 지단백콜레스테롤은 낮아지고, 몸에 해로운 저밀도 지단백콜레스테롤은 높아진다. 이러한 콜레스테롤 수치의 변화로 폐경 후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 즉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의 빈도가 남성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한다. 심혈관질환은 폐경기 여성의 중요한 사망원인 중 하나로 폐경 후 여성의 경우 심혈관질환 사망이 암으로 인한 사망보다 약 2배 많다.
골다공증도 조심한다. 골다공증은 갱년기 증상 가운데 가장 심각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다. 폐경 후 여성호르몬 결핍의 결과로 골의 교체 속도가 증가하고 골 흡수와 형성 사이의 불균형이 커지지는 것이 원인이다. 폐경 1년 전부터 골 소실이 급격히 증가하고 그 후 3년 동안 지속된다. 골 손실이 많이 일어나는 부위는 척추, 대퇴부, 골반부, 장골 등이다. 최세경 교수는 “골다공증이 심하면 척추에 압박 골절이 생겨 요통이 생기고 신장이 줄어들거나 등이 굽기도 한다”며 “특히 전에는 미끄러지면 고작 멍이 들었을 정도도 엉덩이뼈가 부서질 정도로 약해지는데 대퇴부 골절은 사망률이 15~20%에 이른다”고 했다.
폐경 후 여성호르몬 부족은 치매(알츠하이머질환) 발생과도 관련된다. 대한폐경학회는 폐경 후 10년 내 비교적 젊은 폐경 나이에 호르몬요법을 시작하면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권고한다. 또 치매 예방을 위해서도 가능한 조기 호르몬요법을 시행을 추천한다.
◇적절한 여성호르몬 치료, 폐경 후 삶의 질 높여
여성 갱년기 치료는 부족해진 여성호르몬을 보충하는 치료를 주로 진행한다. 초기 안면홍조, 발한, 수면장애 등은 먹는 호르몬 대체 요법으로 어느 정도 개선이 가능하다. 질 점막이 얇아지고 질이 좁아지며 건조해져 성생활에 불편을 느낀다면 여성호르몬 질정이나 크림을 주기적으로 사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 체중조절, 뜨겁거나 자극적인 음식 피하기, 금연 등으로 안면홍조는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 특히 운동으로 인한 근력 강화는 골밀도를 증가시켜 골밀도 감소에 의한 골절 예방에 도움이 된다. 걷기, 등산, 수영, 요가 등을 추천한다.
가족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미리 갱년기 증상에 대해 가족과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떨어지는 기억력은 냉장고에 메모지를 붙이는 등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요실금은 평소 케겔운동으로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소변을 보다가 멈춘 듯 골반근육을 10초간 수축, 10초간 이완하는 운동을 반복적으로 시행한다.
최세경 교수는 “국내 여성 중에는 여성호르몬 치료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면서도 “갱년기 장애가 심하다면 득실을 따져 호르몬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 후 적절히 호르몬치료를 한다면 폐경 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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