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부동산PF 줄줄이 만기…급한불 꺼도 채권시장 신용위험 여전 [어떻게보십니까 2023년 - 채권]

2022. 12. 2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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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유동성 공급 효과…회사채·CP금리 안정화
부동산 PF 우려 여전…차환 우려도
상반기 PF 유동화증권 만기 도래 35조원
신용강등 위기 전이될 수도…증권·건설 조정 가능성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제공]

[헤럴드경제=김상훈 기자] 올 한해 국내 금융시장은 살얼음판이었다.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에 혹독한 금리 급등기를 견뎌야 했으며, 하반기부터는 강원도 레고랜드발(發) 자금경색 위기와 부동산 경기침체가 맞물리며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크레디트 시장 위기로 전이됐다.

이에 정부는 50조+α 규모의 긴급 대책을 내놨고, 한국은행도 유동성 공급을 위해 환매조건부채권(RP)를 매입하는 등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전폭적인 조치를 취했다. 내년에도 정책 기조는 채권시장 수급여력을 개선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자금조달 상황은 여전히 위축된 상황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 도래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 증권 물량이 35조원에 달하는 만큼 부동산 시장 침체시 신용위험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 아직은 안심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3년 만기의 신용등급 AA- 기준 회사채 금리는 5.215%다. 지난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5.7%를 넘어선 뒤 채안펀드 등 정부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효과가 나타나며 하락세를 보였다. 회사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기관들의 회사채 투심을 보여주는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AA- 3년물 간의 금리 차)도 159.2bp(1bp=0.01%포인트)를 나타냈다. 일주일 전(168.6bp)과 비교하면 100bp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그만큼 신용위험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5.54%까지 치솟았던 기업어음(CP·91일물) 금리 역시 이달 초부터 상승세를 멈추더니 12일부터는 하락 전환한 뒤 23일 5.38%를 기록,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시장 안정화정책과 금융업권 자구노력 등으로 단기금융시장 불안이 점차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금융시장 안팎에선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회사채 시장에선 아직까지는 신용도 좋은 기업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면 우량등급에만 투심이 몰려있는 모습이다. BBB- 회사채와의 신용스프레드는 749.2bp로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BBB- 회사채 금리도 11%대를 유지하고 있어 기업 자금조달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부동산 PF 부실 위험도는 여전히 높은 상황으로 유동성 위험이 다시 커질 수 있어 경계를 늦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2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할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및 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 등 PF 유동화 증권은 34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들 유동화증권이 원활히 차환되지 못하는 경우 증권회사와 건설사를 중심으로 유동성 부담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는 “주택경기 위축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의 부동산 PF 취급 기피 행태가 확산될 경우 유동성 부족으로 정상 PF사업장이나 우량 건설사까지 부실화될 위험도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향후 부동산 경기를 전망하는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둔촌동 주동재개발 사업의 분양 성적이 시장 예상보다 저조하면서 전반적인 우려가 확산된 상태다. 최종 분양 성적에 대한 우려로 차환이 안 되거나 상환 능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엔 내년 초 신용 시장 전반의 위기로 리스크가 전이 될 수 있다.

최근 3대 신용평가사(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는 롯데건설과 태영건설의 무보증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일제히 하향했다. 증권사의 경우 신용평가사 3사 모두 내년 등급 전망을 일제히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한기평은 보고서를 통해 “유동성 위기로 시작된 PF발 리스크와 미분양 확대 및 착공 지연으로 신용위험이 본격화할 수 있다”며 “신용위험 확대에 따른 재무 건전성 저하가 회사에 따라 차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단기 자금시장의 추가 경색 가능성과 부동산 PF 불안 등 여러가지 리스크가 우려되고 있다”며 “최근 저조한 분양 성적에 대한 우려로 상환 차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크레디트 시장 전반의 위기로까지 전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awar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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