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값으로 고민하게 될 줄이야”…전기·가스요금 두 배↑ ‘살인 물가' [어떻게 보십니까 2023-인플레]
비용 인상·유가·환율도 변수
물가상승률 5% 당분간 지속 전망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전에는 장 볼 때 10만원 정도 들었는데 지금은 그만큼 사려면 20만원은 드는 것 같다. 평소 먹던 것도 가격 보고 내려놓게 된다.”(가정주부 A씨)
살인적인 물가에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고 있다. 각종 지표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정점을 지났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여전히 생활물가 수준은 예년보다 높다. 문제는 내년에도 물가가 불안하다는 점이다. 유가 인하 등 물가 상승압력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전기요금을 비롯해 가스요금, 난방비, 택시비 등 줄줄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그간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도 물가를 불안하게 하는 점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내년 통화정책운영 방향을 ‘물가’에 중점을 두겠다고 공언한 만큼 내년에도 고물가와 고금리 사이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가정주부 B씨는 “이제는 하다하다 두루마리 휴지까지 비싸졌다. 휴지로 고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더 오르기 전에 사재기라도 해야 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 20일 내놓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보면, 올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보다 5.1% 올라,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게다가 5% 내외의 소비자물가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가가 내년 연간 기준으로는 3%대로 내려갈 것으로 보이지만, 상반기에는 올해와 비슷한 5% 내외의 높은 물가 상승이 점쳐진다는 것이다.
특히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는 연초 2%대 중반에서 지난달 4%대 초중반 수준으로 오름세가 확대되며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특히 외식물가가 가파르게 올랐는데, 지난 9월 상승률은 3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인 9.0%를 기록했다. 근원물가의 올해 연간 상승률은 물가 급등기였던 지난 2008년 수준(3.6%)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내년 중 물가상승률이 상고하저의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차 낮아지더라도 물가목표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 정책 운영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다만 외식물가 상승률이 최근 다소 낮아진데다, 앞으로 국내외 경기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근원물가 오름세가 점차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대출금리 상승, 매매 위축에 따른 매물 확대 등으로 전세 가격 하락 폭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소비자물가 내 집세 상승세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함께 경기 둔화로 임금 상승세가 완만하게 축소될 것으로 보이는 점도 근원물가 하락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근원물가를 꼼꼼히 따져보면 불안한 요소가 한 두개가 아니다.
우선 정부의 관리 영향이 없었다면 근원물가 상승폭이 연 5% 선마저 넘었을 것으로 분석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가격 결정에 미치는 전기·가스·수도요금 등 필수재나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의료·교육·보육료, 독과점 때문에 가격이 과도하게 책정될 수 있는 휴대전화 요금과 같은 통신료 등을 제외하면 물가 오름세가 더 컸다는 얘기다.
실제 한은에 따르면, 관리물가 제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상승률은 6월 4.6%에서 7월 4.7%, 8월과 9월 각 4.8%에서 이어 10월 5%, 11월 5.1%까지 높아졌다.
문제는 그간 누적된 원가 상승 부담이 고스란히 내년 물가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정부 측면에서 그간 누적된 원가 상승 부담이 전기·도시가스 요금에 점차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대표적인 공공요금으로 꼽히는 전기요금과 가시요금이 내년에는 올해 인상분의 2배 안팎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누적 적자·미수금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부터 전기·가스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내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킬로와트시(kWh)당 51.6원으로 올해 인상분(19.3원)의 2.7배로 산정됐다. 가스요금 역시 내년 메가줄(MJ)당 최소 8.4원에서 최대 10.4원까지 인상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인상분(5.47원)의 최소 1.5배에서 최대 1.9배로 오르는 셈이다.
이 총재도 지난 20일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물가 전망 조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11월 전망 때는 전기요금이 올해 인상 폭 정도로 내년에도 오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고 말했다.
전기와 가스요금은 근원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들 요금 인상은 비용측 물가 상승 압력을 높여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압력 약화 효과를 깎아내릴 수 있다.
이 총재는 “공공요금 정상화로 유가가 떨어질 때 물가가 낮아지는 속도가 좀 더뎌지는 반대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물류비 증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누적된 원가 부담도 내년 물가를 높일 수 있는 요인이다. 원가 부담은 상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근원물가의 상승률 둔화를 제한할 수 있다.
국제유가와 환율, 국내외 경기 둔화 정도 등에 대한 불확실성 또한 여전히 높다. 유가나 원/달러 환율이 반등하거나 소비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여러 상방 리스크들이 상존해 있어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를 더디게 만들 수 있다. 국제 에너지 시장에는 OPEC+ 감산, 대러 제재 강화 등 적지 않은 리스크 요인들이 잠재해 있다”면서 “여전히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이 가격과 임금 결정에 영향을 줘 고물가의 지속성을 높일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지만 고물가와 경제성장률 하락이 맞물리는 ‘슬로우플레이션(Slowflation)’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근원물가 상승세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기대인플레이션도 4%를 웃돌고 있어 향후에도 물가상승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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