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최전선]다른 사람 세포로 내 몸의 암 치료하는 시대 온다
한번에 수 억원 자가유래 CAR-T보다 시간, 비용 저렴해
안전성 입증 성공, 동종유래 CAR-T 도전 늘어날 전망
유럽의약품청(EMA)이 이달 19일(현지 시간) 미국 제약회사 아타라 바이오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동종유래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에브발로를 승인했다. 다른 사람의 면역 세포를 암 환자에게 주입해 치료하는 동종유래 (CAR-T) 치료제가 승인을 받은 건 처음이다.
에브발로는 장기이식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혈액암 중 하나인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감염 림프증식성질환 치료를 위해 개발됐다. 건강한 사람에게서 분리한 면역세포의 항원수용체를 활성화시킨 후 환자에게 주입하는 동종유래 CAR-T치료제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는 침으로 전파되는 흔한 바이러스로 ‘키스병’이라고 불는 감염성 단핵구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인 대부분에서 항체가 발견될 정도로 흔하고, 증상없이 완치되기도 하지만 장기이식 환자에서는 림프증식성질환을 유발한다. 림프증식성질환 환자는 백혈병 환자처럼 면역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해 자신의 세포를 공격한다. 2년 생존률이 50% 가량에 불과하지만, 뚜렷한 치료법은 없다.
에브발로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있지만, 건강한 사람의 피에서 뽑아낸 T세포와 B세포를 융합해 만든다. T세포에선 엡스테인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도록 항원 수용체가 발현된다.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T세포에서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유전자 편집 기술로 제거한다. 이렇게 만든 세포를 환자의 몸에 주사하면 림프증식성질환으로 늘어난 면역세포를 공격해 없애는 원리다.
지난 11월 발표된 에브발로의 임상 3상 시험 결과에 따르면 에브발로를 처방 받은 환자의 2년 생존률은 약 70%로 나타났다. 이는 처방을 받지 않은 환자의 생존률 20%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번 동종유래 CAR-T 치료제의 허가로 난치성 혈액암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유럽의약품청(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지난 11월 허가를 권고하며 “에브발로의 임상시험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지만, 환자 데이터가 부족했다”며 “희귀질환 치료제인 것을 고려해 비용, 기간 등 기존 치료제와 우월함을 보여 예외적인 허가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환자 자신의 면역 세포를 이용한 자가유래 CAR-T 치료제는 이미 다양한 질병에서 처방하고 있다 하지만 제조 과장이 까다롭고 가격이 바싸다는 한계가 있다. 자가유래 CAR-T 치료제는 환자의 면역 세포를 직접 채취해 유전자 편집과 배양을 거쳐 만든다. 대량 생산을 할 수 없고, 이미 만들어진 치료제를 다른 사람에게 쓸 수 없어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노바티스에서 개발한 CAR-T 치료제 킴리아는 환자에게 투여하는 데 1달 가량이 걸리고, 건강보험 적용이 없다면 1번 치료 받는데 드는 비용이 3억6000만원에 이른다.
반면 동종유래 CAR-T 치료제는 다른 사람의 세포로 만들어 대량 생산이 쉽고, 미리 만들어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처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동종유래 CAR-T치료제도 아직 해결할 숙제가 있다. 다른 사람의 세포의 유전자를 편집해 만들다보니 안전성 문제로 개발에 시간이 걸린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알로진 테라퓨틱스는 동종유래 CAR-T 치료제 ‘ALLO-501A’의 염색체 이상이 생긴 세포가 발견돼 임상 시험이 한 차례 중단되기도 했다. 올해 1월 제조 과정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이 밝혀지며 임상 시험이 재개됐지만 동종유래 CAR-T 치료제의 안전성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에브발로의 허가를 계기로 동종유래 CAR-T 치료제 연구가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스칼 투콘 아타바이오테라퓨틱스 최고경영자(CEO)는 “그간 동종유래 CAR-T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이번 허가를 통해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앞으로 다른 질병에 쓸 수 있는 동종유래 CAR-T는 더 빠르게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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