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온기 잃은 우크라의 크리스마스…젤렌스키 "기적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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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현지시간) 저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성 소피아 성당 앞.
우크라이나 곳곳에서는 연말을 앞두고 전쟁의 포화가 아직 그치지 않은 상태에서 올해도 과연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워야만 하느냐를 두고 찬반 논쟁이 일었고, 키이우를 비롯한 일부 도시는 설치를 결정했으나 그렇지 않은 곳도 상당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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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현지시간) 저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성 소피아 성당 앞.
예년 같았으면 대형 트리를 둘러싼 수천 개의 불빛이 광장을 수놓았겠지만, 지금은 바로 앞 사람의 얼굴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캄캄했다.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인 노랑과 파랑으로 꾸며진 다소 초라한 트리와 이따금 거리를 지나는 차량의 전조등 불빛만이 간신히 어둠을 깨뜨렸다.
최근 수개월간 발전소 등 기반시설을 노린 러시아의 공습으로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전기와 난방 공급이 끊겼지만, 춥고 어두운 성탄절을 보내게 된 현지 시민들의 항전 의지는 꺾이지 않고 있다고 이날 AP 통신은 전했다.
AP 취재진이 찾은 성탄절 전야의 소피아 광장에는 음악과 웃음소리 대신 트리에 전원을 공급하는 나지막한 디젤 발전기의 소음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시민들은 '무적의 트리'로 명명된 이 나무 앞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어 잠시나마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는 모습이었다.
이는 지난 23일 러시아 깃발이 나부끼고 있는 점령지 루한스크에서 무용수들의 공연을 포함한 화려한 행사가 진행된 것과 대조를 이뤘다고 AP는 꼬집었다.
우크라이나 곳곳에서는 연말을 앞두고 전쟁의 포화가 아직 그치지 않은 상태에서 올해도 과연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워야만 하느냐를 두고 찬반 논쟁이 일었고, 키이우를 비롯한 일부 도시는 설치를 결정했으나 그렇지 않은 곳도 상당수라고 한다.
지난 19일 '무적의 트리' 점등 행사에 참여한 올레 스카쿤(56)은 "이런 시기에 우리가 바라볼 수 있는 최소한의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남부 헤르손에 살던 스카쿤 부부는 지난 8월 자택이 러시아군에 점령당하자 키이우로 피난 온 상태다. 아들은 러시아군에게 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부인 라리사 스카쿤(57)은 "조금이라도 힘을 내고, 사람들과 축제 분위기를 보러 나왔다"며 눈물을 훔쳤다.
안나 홀로비나(27)는 트리를 바라보고 있자니 러시아에 빼앗긴 루한스크의 고향 땅이 생각난다며 "슬픔과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로부터 성탄절과 새해맞이 행사를 앗아가서는 안 된다고 결심했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은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성탄 맞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무차별 포격을 가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헤르손에서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최소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슈퍼마켓 인근에 미사일이 떨어져 상인과 행인 수십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화상 연설을 통해 "우리는 기적을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라며 "왜냐하면 우리는 스스로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배경으로 촬영된 이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공격과 위협, 핵무기 협박, 테러, 미사일 공습을 견뎌냈다"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겨울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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