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SK온 2조원 지원… 일부 주주 반발 우려

김동욱 기자 2022. 12. 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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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SK온에 2조원가량을 유상증자 형태로 지원한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자회사 SK온에 대한 대규모 자금 지원을 결정하면서 SK이노베이션 주주들 사이에서 우려가 나온다. 수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SK온에 과도한 자금을 투자한다는 걱정이다. 주주들에게 지급해야 할 배당금 재원을 이용해 SK온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불만 사항이다. 추후 SK온 상장 시 SK이노베이션은 대규모 자금만 쏟고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SK온이 추진하는 2조8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이달 1조원, 내년 1조원 등 총 2조원가량을 출자할 예정이다. SK온의 투자재원을 확보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란 게 SK이노베이션 관계자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이 현대자동차, 포드, 폭스바겐 등 고객사 물량 수주로 사업 확장을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투자금을 확보해야 기업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 참여 소식이 들리자 주주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SK온이 흑자 전환에 실패하는 등 재무적 성과를 내고 있지 않아 천문학적인 자금을 지원하는 게 부담이라는 시각이다. SK온은 지난해 꾸준한 분기별 적자에 이어 올해 1~3분기에도 영업손실 ▲2734억원 ▲3266억원 ▲1346억원 등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이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강달러 등으로 (SK온의 올해) 4분기 수익성 개선에 부담이 있다"고 밝힌 만큼 4분기에도 영업손실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재무 상황이 넉넉하지 않은 것도 주주들의 우려를 키운다. 배당금에 사용할 재원이 SK온 지원에 사용될 수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분기 말 SK이노베이션의 개별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525억원이다. 단기 금융상품 및 유동성 파생금융상품 등 단기간에 조달할 수 있는 자산을 합쳐도 유상증자 금액(총 2조원)에 못 미치는 1조4000억원 수준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의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조4768억원이고 이익잉여금은 12조원이 넘는다.

일부 주주들은 올해 1~3분기 동안 석유사업(SK에너지 등)·윤활유사업(SK엔무브) 등에서 실적이 개선된 만큼 주주들과 이익을 나눠야 한다고 주장한다. 석유사업은 올해 1~3분기 영업이익 4조524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9399억원) 대비 331.2% 급등했다. 윤활유 사업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6929억원에서 8028억원으로 15.9% 올랐다. SK이노베이션의 구체적인 배당 규모는 내년 공개될 전망이다.

SK온 지원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 사업 확장에 성공해도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수혜받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있다. SK온은 지난해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된 회사로 오는 2026년 상장이 예정돼 있다. 물적분할한 회사가 상장하면 기존 모회사 주주들은 단 한주의 주식도 받을 수 없다. 핵심 사업부가 빠지는 만큼 SK이노베이션 주가 하락 가능성이 존재한다. 앞서 LG화학은 배터리 부문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했는데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당일인 지난 1월27일 LG화학 주가(61만원)는 전날보다 8.13% 하락했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가 현재 61만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확대되고 있는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장 증설 등이 필수"라며 "SK온이 원활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참여할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회사가 보유한 현금으로 해결하고 나머지 1조원에 대해서는 재무전략을 세워 대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짧게 말했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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