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중락·펄시스터즈·심형래…반백년 넘은 한국 캐럴史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올해도 연말과 성탄 시즌을 맞아 거리마다 흥겨운 캐럴이 흘러 나와 행인을 반기고 있다.
K팝 한류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우리와 연말연시를 함께 한 한국 가요계의 캐럴 역사도 관심을 끈다.
25일 우리 가요사를 연구하는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에 따르면 국내에 창작 캐럴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K-캐럴 역사가 반백년을 넘긴 것이다.
윤일로의 '성종(聖鐘)이 울리는 밤'(1958), 박형준·최희준이 각각 발표한 '쓸쓸한 크리스마스'(1960년대 초), 김용만의 '크리스마스 폴카'(1960년대 초) 등이 세상에 나왔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젊은 세대에게 크리스마스이브는 특별한 날이었다.
박 평론가는 "당시 젊은이들은 겨울방학과 함께 찾아오는 성탄절을 즐기기 위해 밤을 새워서 놀 궁리를 했다"며 "특히 크리스마스이브는 통행금지가 해제돼 그 자체로 해방감을 느끼게 하는 날이었다. 이 때문에 젊은이들은 어떤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무조건 '올나이트'(밤새워 놀기)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룹 키보이스, 신중현과 애드포의 객원 보컬 서정길, 쟈니리, 김선, 영화배우 겸 가수 남석훈 등 인기 청춘스타들은 1966년 '그 밤과 같이'라는 연말 파티용 음반을 냈다.
이 음반에서는 키보이스의 리드 보컬 차중락이 부른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이 크게 히트해 추후 그가 솔로 가수로 독립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1970년대 통기타로 대표되는 청년 문화가 꽃피우면서 당대 인기 가수들은 잇따라 캐럴 음반을 내놓고 젊은 세대를 공략했다.
연말 최고 인기 가수상을 받을 정도로 흥행하던 펄시스터즈는 '솔 크리스마스'(Soul Christmas)라는 캐럴 음반으로 1970년대를 풍미했다.
'솔 크리스마스'는 1969년 첫 발매 이후 1979년까지 매년 발표될 정도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이 음반에는 '징글 벨스'(JINGLE BELLS), '싼타 할아버지 오시네', '화이트 크리스마스'(WHITE CHRISTMAS) 등이 실렸다. 펄시스터즈 외에도 '청년 문화의 대명사'로 꼽히던 조영남과 최영희, 송창식·윤형주가 꾸린 듀오 트윈폴리오 등이 이 음반에 참여했다.
1970년대 캐럴의 또 다른 특징은 '고고춤' 붐이 일면서 그룹사운드가 연주한 캐럴이 잇따라 등장한 것이다.
박 평론가는 "고고춤과 나팔바지로 상징되는 1970년대 젊은이들은 이른바 '야전'(야외전축)을 필수품으로 가지고 있었다"며 "성탄절부터 연말까지 삼삼오오 친구 집에 모여 기타를 치며 놀거나 음반을 틀어두고 밤새 즐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추세에 발맞춰 당대 인기 그룹들은 고고나 디스코 리듬으로 편곡한 캐럴과 연주곡을 내놨다"며 "키보이스의 '징글벨 록'은 경쾌한 리듬과 가사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1970년대 대표적인 캐럴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1980년대 들어서는 가수 외에도 인기 개그맨과 방송인 등도 캐럴 발매 대열에 합류했다.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으로 이름을 날린 심형래는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릴까 말까…' 하는 가사로 잘 알려진 '징글벨'(1984)을 내놔 큰 인기를 누렸다.
이 밖에도 김한국·김미화의 코믹 듀오 '쓰리랑 부부', 코미디언 김형곤, 드라마 '달동네'로 인기 배우로 도약한 '똑순이' 김민희,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의 뽀미 언니 왕영은 등도 캐럴을 냈다.
박 평론가는 "캐럴 음반을 내는 것이 당시 인기 척도의 기준이 되던 시절이었다"고 짚었다.
캐럴은 2022년 올겨울에도 숱한 히트곡들 사이에서 음원 차트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며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최대 음원 차트 멜론의 '톱 100' 차트에는 23일 현재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를 비롯해 시아의 '스노우맨'(Snowman), 아리아나 그란데의 '산타 텔미'(Santa Tell Me), 엑소의 '첫눈', 아이유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등이 자리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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