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국내 완성차업계는…내수판매 9년만에 가장 부진할 듯
포터 2년째 베스트셀링카…승용 1위로는 RV가 세단 제칠듯
친환경차 성장세 이어져…10만대 돌파 3년만에 '30만대 시대'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2022년 국내 완성차업계의 내수 판매실적이 9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와 코로나 재확산, 공급망 차질 등의 여파다.
연간 판매량 10만대를 넘는 '대박 차종'은 올해도 등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승용 부문에서는 레저용 차량(RV)이 처음 세단을 제치고 판매 1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최근 수년간 판매량이 감소하던 경차 시장은 일부 인기 모델의 선전 덕분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런 가운데서도 친환경차 수요가 증가하는 흐름은 계속 이어져 전기차 판매가 연간 10만대를 처음 돌파했다.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친환경차 전체 판매도 3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 밀리는데 생산 못 따라가…금융위기 이후 가장 부진할 수도
25일 국내 완성차 5사의 판매실적을 종합한 결과 올해 국산차의 내수 판매실적은 11월까지 125만8천972대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이달 초 발표한 자동차산업 평가 보고서를 보면 12월까지 포함한 올해 국산 완성차 내수판매는 전년보다 2.5% 줄어든 139만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현대자동차·기아·한국GM 파업과 신차 부재 등 악재로 국내 완성차업계가 극심한 내수 침체를 겪었던 2013년(137만3천902대) 이후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월 평균으로는 올해 판매량이 11만4천268대로, 미미한 차이이긴 하나 2013년 실적(11만4천492대)을 밑돌고 있다.
12월 판매가 기대치를 밑돌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내수 부진으로 기록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완성차업계의 내수판매는 금융위기가 몰아닥친 2008년 114만5천60대로 쪼그라들었고, 2009년에도 여파가 이어져 138만6천94대에 그쳤다.
이같은 내수 부진은 코로나와 반도체 공급난으로 생산 차질이 계속돼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 점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정점에 달했던 차량용 반도체 부품 공급난은 올해까지도 이어지다 하반기에야 조금씩 완화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중국 일부 지역이 봉쇄된 점도 공급망 차질에 영향을 미쳤다. 쌍용차는 올해에도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로 2차례 5일간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생산 차질이 해소되지 않은 반면 기형적 초과 수요는 계속돼 1년 안팎의 긴 출고 대기는 흔한 일이 됐다. 소비자들 사이에 '늦기 전 계약해야 한다'는 심리가 퍼진 탓으로 업계는 해석한다. 하반기 반도체 수급 상황 개선으로 생산이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인기 차종은 여전히 출고 대기가 길다
베스트셀링카는 포터…승용 부문은 RV가 첫 1위 유력
완성차 내수 1위는 현대차의 1t(톤) 트럭 포터가 2년 내리 차지할 전망이다. 11월까지 판매량 8만3천169대를 기록해 2위인 쏘렌토(6만1천509대)와 2만대 이상 차이가 난다.
다만 '10만대 클럽'으로 불리는 히트 차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등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이후 1위 차종 판매량이 10만대에 못 미친 경우는 2013년(현대차 아반떼)과 2016년·2021년(포터)뿐이었다. 올해 상황은 생산 차질에 따른 내수 부진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상용차 포함 전체 2위인 쏘렌토는 승용 부문에서는 RV 최초로 세단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에는 승용 최다판매 차종은 늘 세단이었고, 최근 5년간은 현대차 그랜저가 1위를 독점했다.
차급별로는 올 11월까지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17만1천361대로 가장 많이 팔렸으나 중형 SUV가 2천599대 차이로 바짝 뒤쫓고 있다.
상반기에는 아이오닉5, EV6 등 전용 전기차 SUV와 투싼, 스포티지 등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판매 호조를 보이며 준중형 SUV가 눈에 띄는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7월 출시된 쌍용차 토레스가 월평균 3천900대 수준의 판매량으로 선전하면서 중형 SUV 전체 판매고를 끌어올렸다.
2016년 이후 6년 내리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던 경차 시장은 11월까지 누적 판매량 12만2천565대로 전년 동기 대비 43.3% 증가하며 6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현대차의 경형 SUV 캐스퍼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66.2% 늘어난 4만4천493대 팔렸고, 기아 레이도 21.6% 증가한 4만257대가 판매되며 경차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위축됐던 경차 시장이 어디까지 반등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설 자리를 잃어가던 경차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며 "경형 SUV 등장과 더불어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차값 부담이 다시 경차를 돌아보게 만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친환경차 성장세 뚜렷…전기차 연간 '10만대 시대' 열어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는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다.
11월까지 국내 완성차 5사의 친환경차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1% 증가한 29만4천179대로, 연말까지 30만대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하이브리드가 16만5천328대, 수소전기차가 9천718대 팔렸고, 전기차는 지난 10월 처음으로 연간 10만대를 돌파해 11월까지 11만9천133대를 기록했다.
업체별로는 기아가 16만250대로 판매량이 가장 많았고 이어 현대차 12만9천719대, 한국GM 2천581대, 르노코리아자동차 1천520대, 쌍용자동차 109대 순이었다.
차종별 판매량은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4만4천464대), 현대차 아이오닉5(2만6천688대), 기아 EV6(2만3천615대), 기아 K8 하이브리드(2만3천400대), 현대차 포터 EV(2만272대) 등이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출고 기간이 길지만, 각사가 출시하는 전용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모델이 보급형부터 고급차종까지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데다 성능과 디자인 등 상품성까지 인정받는 추세라 선호도가 계속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국산 친환경차 내수 판매는 2019년 처음 연간 10만대를 넘어선 뒤 지난해 20만대, 올해 30만대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전기차는 2017년 연간 1만대를 넘긴 뒤 불과 5년 만에 10만대 시대를 열었다. 11월까지 올해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75.2%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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