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떠난 연말 증시... '배당 막차' 타도 될까요 [내돈내산]
배당만 보면 12월 2~3주가 매수 적기
펀더멘털 좋다면 지금 들어가되 멀리 봐야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산타 랠리의 실종'. 올 연말 증시를 일컫는 말입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소비가 늘어나고 관련 기업의 매출이 증가하면서 증시가 상승하는 현상을 '산타 랠리'라고 합니다. 하지만 글로벌 침체 우려에 더해 최근 일본마저 긴축 대열에 합류하며 활황을 기대하긴 어렵게 됐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의 경제활동이 언제 재개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주식 투자자들은 배당주에 마지막 기대를 거는 모양입니다. 배당주는 시세 차익에 배당금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인지 코스피 상장 종목 중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배당금) 상위 50개 종목을 모은 '코스피 고배당 50' 지수는 22일 10월 말 대비 9.3%나 올랐어요.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2.7%)의 3배를 훌쩍 넘어요. 그만큼 연말 배당 시즌을 맞아 투자자들이 배당주에 몰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배당 막차', 27일까지 탑승 가능합니다
왜 연말에 배당주를 찾는 사람이 느냐구요? 배당의 개념과 배당금이 결정되는 절차를 보시면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배당은 기업이 한 해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남는 돈(잉여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거예요. 순자산액에서 자본금 등 상법에서 정한 항목을 빼고 남은 이익금을 배분하죠. 우리나라 상장법인의 대부분은 연말에 결산하니 자연스레 연말에 배당으로 관심이 집중돼요.
배당 액수는 이렇게 정해요. 먼저 배당을 받을 주주를 확정해요. 보통 특정일까지 주식을 산 사람에게 배당받을 권리를 주는데, 올해는 27일까지 주식을 사면 배당받을 수 있어요. 그리고 이듬해 3월 주주총회(주총)에서 '배당을 할지, 규모는 어느 정도로 할지' 정한 뒤, 4월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분배해요. 현금으로 받을 수도 있고, 새로 발행한 주식으로 받을 수도 있어요.
달리 말하면 투자자들은 기업의 실적을 예상하고, 지난해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을 얼마나 했는지)을 검토해 배당금을 '추정'한 뒤 주식을 살지 말지 결정해야 해요. 그래서 그간 '깜깜이 배당'이라는 지적이 나왔죠. 금융당국은 지난달 '선 배당금 결정, 후 주주 확정'으로 배당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밝혔어요.
배당제도를 개편하는 이유
금융당국은 배당금의 예측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배당이 활성화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어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점에서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정책이 강조되는 것과는 상반된 현실이라 본 거죠.
배당이 예상보다 적으면 주주들이 배당을 더 달라고 제안할 수도 있는데요. 주총에 참여하는 주주와 배당을 받을 주주가 달라 실제 요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해요. 배당받을 권리를 얻은 직후 주식을 팔아 주총에 참여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배당락 이후 주식을 사서 배당권은 없지만 주총에는 참석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제도 개편으로 주총에 참여하는 모든 주주가 배당권을 갖게 된다면 배당에 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겠죠?
※ 관련기사: 깜깜이 배당제도 손본다… "배당금 알고, 투자 결정한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12816140002960
하락장에도... 고배당주를 무시 못할 3가지 이유
사실 지금은 정기예금 연 5%, 단기 국채 연 3.6%의 고금리 시대라, 배당은 최고로 매력적인 선택지는 아닙니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올해 코스피 배당수익률은 연 2.1~2.48%로 시장금리보다 낮아요. 다만 배당수익률이 시장금리를 웃도는 고배당주 또는 배당 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는 배당성장주를 제때 사고팔면 수익률을 잘 관리할 수 있다고 해요.
특히 ①요즘처럼 주식이 힘을 못 쓰는 시기에는 고배당주의 실적이 양호한 편이었어요.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의 주요 하락 기간은 △2002년 카드채 사태(12개월), △2008년 금융위기(16개월),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4개월), △2018년 미·중 무역분쟁(23개월), △현재(15개월)의 5차례예요.
하락기간과 이후 1년간의 누적 수익률을 살펴보면 미·중 무역분쟁을 제외하고는 4차례 모두 고배당주의 수익률이 코스피 수익률보다 좋았어요. 자료를 분석한 염동찬 연구원은 "하락 구간에서 시장 대비 낙폭이 작았다는 장점 외, 하락 구간이 끝나고 반등하는 구간에서도 고배당주는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어요.
②고배당주 중엔 금리가 오를수록 실적이 좋은 은행주가 많다(55%)는 것도 무시 못 할 지점이에요. 실제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우리·하나금융)는 올해 역대급 이자 이익에 역대급 실적을 거뒀죠.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은행주 순이익 증가율이 11.9%이고 배당성향은 지난해 수준(25%)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은행주 평균 배당수익률 전망치는 연 7.5%"라고 봤어요.
③ESG가 강조되며 기업의 배당성향은 증가하는데 주가가 하락해 배당수익률이 반사적으로 늘어난 측면도 있어요.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내 배당전망치가 존재하는 242개 기업의 배당성향은 지난해 18.8%에서 올해 21.1%로 늘어난 데 비해, 주가는 전년 대비 10.7% 낮은 수준(5일 기준)"이라며 "현금배당수익률이 2.1%에서 2.4%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다만 배당주는 '하락장 방어주'로 기능할 뿐 수익원의 매력은 없다고 강조했죠.
배당주, 12월 2~3주가 매수 적기라는데...
KB·교보증권에 따르면 단기 수익률을 노리고 배당주에 투자하는 경우라면 12월 2~3주가 매수 적기라고 해요. 통상 배당락일에 배당주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을 고려하면 배당락일 2주 전에는 사야 시세차익을 낼 여유가 생긴다는 분석이에요.
배당락은 배당기준일이 지나 배당금을 받을 권리가 없어지는 걸 뜻해요. 앞서 배당을 받으려면 27일까지 배당주를 매수해야 한다고 했죠? 올해 배당락일은 28일이란 계산이 나올 거예요. 배당락일에 주가가 떨어지는 건 배당을 하는 만큼 회사가 갖고 있는 현금이 줄어들기 때문이에요. 기업의 자산이 감소하면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는 원리예요.
그렇다면 배당락일까지 사흘을 앞둔 크리스마스(25일)에 배당주 막차에 뛰어 올라도 될까요.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22일 "연말 배당이슈, 공매도 세력의 쇼트커버링(하락이 아닌 반등이 예상되자 빌려 판 주식을 다시 사는 것)으로 이미 주가가 오른 상태"라며 "지금 배당(수익)만 보고 들어가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고 단언했습니다. 비싸게 사서 손해만 볼 수 있다는 우려죠.
그러나 "매출 성장이 좋아 향후 배당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이른바 '배당성장주'라는 확신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들어가되, 멀리 보고 투자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습니다. '배당주의 정석' 같은 기업은 시점에 관계없이 매수하란 얘깁니다.
적기에 사신 분들은 배당주를 어떻게 운용하면 될까요. 2012~2021년 배당주 실적을 분석한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이렇게 조언합니다. "고배당주의 주가가 예상배당수익률 이상으로 오른 경우 배당락의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배당을 포기하고 매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보다 덜 올랐거나 주가가 빠진 종목은 배당을 받고 배당락일에 매도 또는 손절매하라."
코스피는 배당을 받는 게 더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코스피의 배당수익률에서 배당락일 하락률(시초가 기준) 차이는 1.16%포인트였다"며 "실질 배당수익률(배당수익률-배당락) 측면에서 주식을 보유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용어 설명
● 배당성향: 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 배당지급률, 사외분배율이라고도 한다.
● 배당수익률: 주당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값. 투자 대비 배당이 어느 정도인지 비율로 나타낸 것
● 배당락: 배당기준일이 지나 배당금을 받을 권리가 없어지는 것. 배당락일에는 주가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고배당주일수록 하락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 쇼트커버링: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 팔았지만(공매도), 예상과 달리 주가가 반등하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빌려 판 주식을 다시 사는 것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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