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줄여야 산다" 영끌족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강한빛 기자 2022. 12. 25.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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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기준금리 3.75% 시대 온다③] 금리 인상 도미노 '와르르'… 가계·기업에 금융사도 비상

[편집자주]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속도 조절에 나섰다. 올 6월부터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다 12월 빅스텝(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것. 이에 2023년부터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하지만 여전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강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내뱉으며 미국 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2023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주요국들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한편에선 경기 침체 우려도 고개를 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23년 상반기 한국 경제가 경기 침체 경계선에 서 있다고 언급했다. 이미 급격히 치솟은 대출금리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던 차주들은 무거운 이자부담에 짓눌리고 있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 미 최종금리 5.75%까지… 고금리 장기간 간다
② 금리 인상 속 2023년 성장률 1%대? "더 센 충격 넘는다"
③ "대출 줄여야 산다" 영끌족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 직장인 이진수(가명·32) 씨는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내 집 마련의 부푼 꿈을 안고 1년 전 연 4% 금리로 시중은행에서 4억원(30년 만기·원리금균등 조건)을 빌렸는데 최근 대출금리가 연 7% 수준까지 오르며 매달 갚아야 하는 월 원리금이 191만원에서 266만원 수준으로 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생활비에 보태고자 카드론(장기카드대출)에 손을 댄 것도 문제였다. 매달 그가 갚아야 하는 돈만 300만원을 훌쩍 넘는데 이는 그의 한 달 치 월급과 맘먹는 수준이다.

이씨는 "한 달 뼈가 빠지게 일해 월급을 받아도 대출금을 갚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이 없다"며 "집을 처분하기도, 그렇다고 또 대출을 받아 생활비에 보태기도 걱정스러운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뱉었다.

올해 한국은행이 사상 첫 6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금리 인상 보폭에 비해 서민경제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 8%를 위협하며 내 집 마련의 꿈도 요원해졌다. 시장의 전망치대로 오는 2023년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 현 3.25%에서 연 3.75%까지 치솟게 되면 대출금리 인상폭은 애석하게도 더 가파라질 가능성이 크다.


대출금리 '정점' 아직… 오르고 또 오른다


올해 11월말 기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전월(3.98%)보다 0.36%포인트 오른 4.34%로 집계됐다. 2010년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발표되기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한은이 지난 11월24일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올린 영향이 컸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를 의미하는데 통상 코픽스가 떨어지면 은행이 적은 이자를 주고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고 코픽스가 오르면 그 반대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코픽스 상승은 대출금리 오름세를 예견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코픽스가 역대 수치를 갈아 치우는 사이 금리 상승분이 고스란히 반영되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이달 중순 8%까지 바짝 다가섰다. 신용대출 금리도 마찬가지다.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한때 금융당국의 모니터링으로 7% 초중반까지 내려 앉았지만 금리 상승 흐름을 역행하기에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만약 주담대 금리가 8%를 넘어서게 되면 14년 만의 일이 된다.

저신용자의 급전창구도 좁아지고 있다. 지난 10월말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평균금리(표준등급 기준)는 13.20%~15.16%에 분포했다. 한 달 전보다 하단은 1.18%포인트, 상단은 0.74%포인트 각각 오른 수치다.


금리 인상 공포, 전방위로 번진다… 가계도 금융사도 '경고등'


고금리에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린 차주별 신용위험도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한은이 대출 부실화 위험도를 판단하는 신용위험지수는 가계, 기업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악화되고 있다.

기준금리가 연 1.25% 수준이던 올해 1분기 가계의 신용위험지수는 17이었지만 기준금리가 3.25%로 2%포인트 치솟은 4분기에는 42까지 악화됐다. 이 기간 대기업 신용위험지수는 6에서 17로 3배 가까이 올랐고 중소기업은 14에서 31로 악화됐다.

오는 2023년 최종 기준금리가 연 3.75%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내년 기준금리 인상폭은 올해와 비교해 낮은 최대 0.5%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상환 부담이 커진 대출자들의 시름은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져 신용위험지수를 끌어 올릴 가능성이 크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24%로 전월말과 비교해 0.03%포인트 증가했다.

문제는 차주의 신용도가 떨어지면 금융사의 리스크 악화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저신용자가 많고 여러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비중이 큰 저축은행엔 유독 먹구름이 자욱하다. 올해 기준금리 인상기 속 예금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며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를 줄여왔던 점도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기업평가는 내년 저축은행의 산업환경을 '비우호적', 등급전망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은행에겐 모든 부문에서 '중립'을 전망했지만 경기 둔화와 급격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기업 및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며 자산건전성 관리를 관건으로 짚었다. 사실상 1·2금융을 가리지 않고 모든 금융사에게 금리 인상 그림자가 드리워진 모습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 인상 폭과 속도 조절 가능성은 있지만 내년 역시 5%대 고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 교수는 "내년은 그동안 부채 규모를 키운 가계와 기업은 물론 금융사를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는 그 어느 때보다 리스크 관리에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강한빛 기자 onelight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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