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종금리 5.75%까지… 고금리 장기간 간다

박슬기 기자 2022. 12. 25.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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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기준금리 3.75% 시대 온다①] 셈법 복잡해진 한은, 기준금리 역전 폭 2%p까지 벌어지나

[편집자주]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속도 조절에 나섰다. 올 6월부터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다 12월 빅스텝(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것. 이에 2023년부터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하지만 여전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강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내뱉으며 미국 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2023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주요국들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한편에선 경기 침체 우려도 고개를 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23년 상반기 한국 경제가 경기 침체 경계선에 서 있다고 언급했다. 이미 급격히 치솟은 대출금리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던 차주들은 무거운 이자부담에 짓눌리고 있다.

미 연준은 내년 최종 기준금리 전망치를 5.1%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 대비 0.5%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급격히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는 한국은행은 내년 기준금리 추가 인상 폭을 두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로이터
◆기사 게재 순서
① 미 최종금리 5.75%까지… 고금리 장기간 간다
② 금리 인상 속 2023년 성장률 1%대? "더 센 충격 넘는다"
③ "대출 줄여야 산다" 영끌족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달 기준금리를 한번에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1.25%포인트 높아졌다. 이같은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22년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특히 연준은 내년 최종 기준금리 전망치를 5.1%로 제시,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내놨던 4.6%보다 0.5%포인트 높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내년 기준금리 인하 계획이 없다고 못박으면서 한국은행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레고랜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사태 이후 단기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고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어서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 추이./그래픽-이강준 기자


美 기준금리 6% 육박 전망


미 연준은 지난 13~14일(현지 시각) 열린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0.50%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지난 2007년 12월 이후 15년 만의 최고치로 이번 빅스텝은 예견된 행보였지만 시장의 관심은 점도표에 쏠리고 있다.

내년 최종금리 전망과 관련해 19명의 FOMC 위원 중 2명은 5.50~5.75%까지 올릴 것으로 봤다. 5.25~5.50%는 5명, 5.00~5.25%는 1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 최종금리가 적어도 5% 초반대까지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강하면 6% 가까이 올릴 수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4.75~5.00%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은 2명에 그쳤다.

이번 FOMC 성명 문구도 눈여겨봐야 한다. 해당 성명에 따르면 위원들은 "물가상승률을 2%로 낮출 만큼 충분히 제한적인 통화정책을 위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ongoing increases)'이 적절하다"고 했다.

파월 의장도 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FOMC 종료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내려간다는 확신을 할 때까지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 인하까지)시간이 좀 걸릴 것이고 갈 길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년 최종 기준금리 전망./그래픽=이강준 기자


한은, 기준금리 3.75% 인상하나


이처럼 연준이 내년에도 최소 2~3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은행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연준의 점도표대로 미 기준금리가 2007년 9월 이후 처음으로 5% 시대를 열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2023년 한차례 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그치고 미국이 금리를 5.00%까지만 올려도 한·미 금리 격차는 1.50%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이는 역대 최대 역전 폭을 기록했던 2000년 5~10월과 같은 수준이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확대될수록 높은 수익률을 좇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에서 대거 유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되면 한때 1440원대까지 올랐다가 최근 1200원대 후반까지 떨어지며 안정세를 찾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늘 가능성이 크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물가는 더 올라 그나마 진정된 물가 상승세에 다시 기름을 부을 수 있다. 한은은 전기·가스 요금 인상에 따라 내년 3%대 중반의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한국 기준금리가 3.75%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최종금리를 3.75%로 생각한 금통위원은 2명, 3.50%는 3명, 3.25%는 1명이었다.

한국 기준금리가 3.75%까지 올라도 연준의 점도표대로 미국이 금리를 5.75%까지 인상하면 한·미 금리 역전 폭은 사상 처음으로 2.00%포인트까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5%로 올리면 한국 역시 3.75%로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한·미 금리 격차가 1.5%포인트 이상으로 확대되면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월 금통위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금리 결정뿐 아니라 중국의 코로나 방역 정책, 엔화 움직임 등이 우리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한·미 금리 격차가) 너무 많이 벌어졌을 때 생기는 부작용을 걱정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금리 인상 속도조절론도 제기


따라서 한은은 미국과 금리 격차가 과도하게 벌어지지 않기 위해 연준의 금리 인상 보폭을 맞춰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2023년 경기둔화 우려와 최근 진정세를 보이는 국내 물가 상황을 고려하면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에 힘이 실린다.

2021년 8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한 한은은 올해 사상 첫 6회 연속 금리 인상에 나섰을뿐 아니라 기준금리를 1년3개월만에 2.75%포인트 올렸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금리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달 진행된 한은 금통위에서 한 금통위원은 "빠른 속도의 금리인상이 금융시스템 전반의 취약성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과잉긴축의 위험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은 대내외 여건에 따라 외환유출 가능성이 상존하는 개방경제로서 국내 금융안정 이슈로 인해 긴축 여력이 소진되면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신중히 긴축 속도를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오르다 꺾였고 부동산 경기 침체, 단기자금시장 경색을 초래한 '레고랜드 사태'도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는데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한은은 내년 1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 이후 3.50%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종료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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