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10대 산 이유 있었네…BMW 뉴 7시리즈 타보니 [신차털기]
7시리즈 첫 45V 마일드 하이브리드
안정감·정숙감·퍼포먼스 압도적
시어터 스크린 "움직이는 영화관"
BMW의 기함급 세단 '뉴 7시리즈'의 '740i sDrive' 모델을 타봤다. 이번에 나온 모델은 BMW가 6년 만에 내놓은 완전 변경 7세대 모델로, BMW 7시리즈는 1977년 첫 선을 보인 후 매 세대마다 최신 기술을 적용하고 확장하는 BMW의 기술적 플래그십 역할을 맡아온 모델이다.
지난 19일 BMW 드라이빙센터가 있는 인천 영종도부터 경기 김포 일대까지 약 90km 구간을 주행해봤다.
완전 변경 모델인 만큼 내외부 디자인이 이전 세대 대비 많이 변화됐다.
우선 전장이 무려 5390㎜에 달한다. 이번 모델은 롱휠베이스나 숏휠베이스 구분 없이 단일 모델로 나왔다. 경쟁 모델인 벤츠 S클래스 롱휠베이스 모델(5290mm)보다 10cm 길다. 국내 모델과 비교하면 제네시스 G90 숏휠베이스 모델(5275mm)보다 길고 G90 롱휠베이스 모델(5465mm)보다는 짧다.
휠베이스(축간거리)도 3215mm나 된다. 전장과 함께 길어졌다. 휠베이스가 길어지면서 승차감과 함께 내부 공간감이 훨씬 커졌다. 그동안 럭셔리 기함급 세단 시장에서 벤츠 S클래스의 추격자 이미지가 강했던 BMW 7시리즈가 이번 모델을 기점으로 '선도자'가 되겠다는 야심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외관 디자인에서도 큰 변화가 보였다. BMW 디자인의 상징과도 같은 키드니 그릴이 수직으로 길게 내려왔다. 그릴을 따라 윤곽 조명인 키드니 아이코닉 글로우를 넣어 야간 주행 시 럭셔리한 존재감을 부각한다. 헤드라이트도 분리형으로 배치했다. 전면 분리형 헤드라이트의 상단 유닛에는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 역할을 하는 'ㄱ'자 모양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 조명을 탑재해 이전 모델과 완전히 다른 인상을 준다.
내부는 초고급 자재와 최신 기술의 향연이다. 기사를 두고 뒷좌석에 앉는 차량인 '쇼퍼 드리븐' 뿐 아니라 운전자 중심의 '오너 드리븐' 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목표가 엿보였다.
각종 버튼을 대거 없애고 공조장치 조절 버튼 및 주행 관련된 버튼만 남겼다. 앞좌석에는 12.3형 계기판과 14.9형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구성된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크리스털 디자인의 인터랙션(입력구) 바도 눈에 띈다. 주행 모드를 색상으로 반영해주는 엠비언트 무드등이 크리스탈 인터랙션 바를 통해 은은하게 새어 나온다.
2열은 비행기 퍼스트클래스 느낌이다. 손잡이 디스플레이를 통해 '시어터 모드'를 누르자 천장에서 대형 스크린이 내려왔다. 이와 함께 2열과 후면의 선블라인드(햇빛가리개)가 자동으로 펼쳐지면서 순식간에 '움직이는 영화관'이 됐다. 시어터 스크린은 32대 9 비율 31.3인치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로 구성한 세계 최초 차량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내장해 별도 기기 연결 없이 직접 구동 가능하다. 최대 8K 해상도를 지원해 화질도 선명하다. HDMI 연결을 통한 외부기기 콘텐츠 재생까지 가능해 움직이는 회의실로 활용할 수 있다.
이번 7시리즈는 손잡이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차 문이 알아서 열고 닫히는 '오토매틱 도어' 기능이 최초 탑재됐다. 차 문이 알아서 열리는 것은 물론 차량 옆 장애물을 인식해 문이 열리는 범위도 스스로 조절한다. 빼곡히 주차된 주차장에서 손잡이 버튼을 누르자 옆차에 닿지 않을 만큼 문이 열렸다. 사람이나 물체가 있으면 센서가 자동 인식해 닿지 않을 정도로만 열린다.
실제 주행에 돌입하자 저속과 고속 구간 할 것 없이 '양탄자'를 탄 느낌을 받았다. 차량 시동이 걸린 상태임에도 마치 '스톱 앤 고'(주행 도중 정차할 때 잠시 시동을 끄는 기능) 기능이 활성화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조용하고 진동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저속에선 전기차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정숙감을 준다.
기자가 탄 '뉴 740i sDrive' 모델은 BMW 트윈파워 터보 직렬 6기통 엔진을 기본으로, 7시리즈 라인업 최초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시스템을 탑재했다. 이를 통해 최고 출력 381마력, 최대토크 55.1kg·m를 발휘한다. 8단 스텝트로닉 스포츠 자동변속기가 탑재돼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 5.4초의 성능을 갖췄다.
속도를 점차 높이자 부드럽게 가속되면서 은은하게 엔진음이 울려 퍼졌다. 가속페달은 무겁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편이다. 가속페달이 미세한 조절에도 불구하고 즉각적 반응을 보여 운전 재미를 높였다. 스티어링 휠은 손이 큰 성인이 잡아야 적당하다고 느낄 정도로 제법 두껍지만 부드러운 핸들링 덕에 편안한 조작이 가능했다.
공차 중량이 2.2t(2205㎏)이나 되는 거구에도 초반 가속 성능이 뛰어났다. 고속 구간에 진입하자 정숙감과 안정성은 더욱 돋보였다. 모든 모델에 어댑티브 2축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으로 탑재됐다. 이 서스펜션은 모든 속도에서 최적의 승차 높이를 유지해 안정감을 높인다. 또 속도나 주행 모드에 따라 차체 지상고와 충격 흡수 정도를 조정해 승차감을 극대화했다. 운전자의 필요와 취향에 따라 차체를 수동으로 높이거나 낮출 수도 있다.
특히 뉴 7시리즈 모든 모델에는 최대 3.5도까지 뒷바퀴를 조향하는 'BMW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이 기본 적용돼 고속주행 안정성을 최대한 확보했다. 앞바퀴의 조향을 뒷바퀴가 보조해주면서 곡선주행로에서 탑승자의 몸이 쏠리는 현상을 막는다.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과 고속 코너링에도 곧바로 제자리를 찾아줬다.
안전 기술도 대거 탑재됐다. 계기판에 표시되는 '증강현실' 기능은 센서를 통해 앞차와의 간격과 차로 유지 현황을 보여준다. 그래픽이 조잡하지 않고 운전시 보이는 시야가 화면에 그대로 담겨있어 직관적이었다. 최대 300m 거리를 인식하는 장거리 레이더, 30개 이상 초음파 및 레이더 센서, 차량용 카메라로 구성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갖췄다.
차체 무게를 고려하면 연비는 동급에서 우수한 편이다. 복합 연비는 10.7㎞/L를 인증받았다. 도심에서는 9.7㎞/L, 고속도로에서는 12.2㎞/L를 달릴 수 있다.
BMW는 이번 뉴 7시리즈 라인업에 내연기관 모델과 함께 전기차 '뉴 i7'도 함께 출시했다. 전동화 모델은 뉴 7시리즈와 플랫폼을 공유하며 파워트레인만 바꾼 모델로 순수 전동화 플랫폼에서 만든 차량은 아니다.
뉴 i7에는 삼성SDI가 공급하는 총용량 105.7kWh 고전압 배터리가 장착돼 1회 충전 시 438km(국내 인증기준)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BMW 뉴 i7 국내 출고 1호 차량을 포함해 업무용으로 10대를 구매해 화제가 됐다. 이 차량들은 삼성 계열사 대표 업무용 차량으로 사용된다.
뉴 7시리즈는 내연기관차의 경우 디자인 퓨어 엑설런스와 M 스포츠 패키지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된다. 개별소비세 3.5% 인하를 기준으로 뉴 740i sDrive는 △디자인 퓨어 엑설런스 이그제큐티브 패키지 1억7300만원 △M 스포츠 패키지 이그제큐티브 패키지 1억7630만원이다. 순수전기 모델인 뉴 i7 xDrive60은 △디자인 퓨어 엑설런스 이그제큐티브 패키지 2억1570만원 △M 스포츠 패키지 이그제큐티브 패키지 2억1870만원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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