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뒤 보는 시진핑의 악수…中의 '달러패권 쪼개기' 시작됐나 [차이나는 중국]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석유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일찍이 석유의 중요성을 갈파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말이다.
지난 12월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우디 아라비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원유의 위안화 결제' 추진을 밝히면서 석유와 긴밀히 결합된 미국의 달러패권에 도전의사를 드러냈다.
사우디가 이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공급을 좌지우지하고 있지만, 달러로 원유를 거래하는 '페트로달러' 시스템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는 건 미국이다.
페트로달러 시스템을 도입한 사람 역시 키신저다.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두고 미국 브레턴우즈에서 열린 회의에서 미국은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 창설과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브레턴우즈 체제를 출범시켰다. 금 1온스를 35달러로 고정하는 금본위제도 공식화됐다.
하지만 보유 중인 금보다 많은 달러를 찍어내면서 미국은 다른 국가들의 금태환 요구에 응할 수 없게 됐고 1971년 8월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금태환 중지를 전격 선언하면서 브레턴우즈 체제는 붕괴됐다.
사우디로 날아간 키신저는 파이잘 사우디 국왕과 담판을 벌인 끝에 사우디의 안보를 미국이 보장하는 대신 석유를 달러로만 결제하는 협의를 1974년 체결했다. 이후 미국이 나머지 OPEC국가들과도 똑 같은 협의를 체결하면서 페트로달러 시스템이 구축됐으며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지금도 굳건하다.
과연 중국이 페트로달러를 페트로위안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지 살펴보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홀대했던 사우디는 전투기까지 동원해 시 주석에게 특급 의전을 제공했으며 시진핑을 위해 아랍권 14개국의 정상을 사우디 수도 리야드로 불러 모으는 등 중국과 밀착 행보를 보였다.
시진핑의 사우디 방문 백미는 중국·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 기조연설이다. GCC는 걸프만 연안에 위치한 산유국 6개 국가(사우디·UAE·쿠웨이트·카타르·오만·바레인 참여)가 결성한 협력기구다.
이날 연설에서 시진핑은 향후 3~5년 동안 중점 추진할 사안을 언급하면서 "중국은 GCC로부터 원유 수입과 액화천연가스 수입을 확대할 것"이며 "상하이석유천연가스거래소를 충분히 활용해, 석유와 천연가스 무역의 위안화 결제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중국이 석유의 위안화 결제를 추진할 것임을 선언한 대목이다. 시 주석이 금융투자 분야에서 통화스와프 확대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협력 강화를 언급하면서 각국 중앙은행간의 디지털 화폐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내용도 중요하다.
산유국으로 구성된 GCC와 통화스와프 및 디지털화폐 프로젝트를 공동추진하겠다는 내용은 석유의 위안화 결제 그리고 위안화 국제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2015년 3억3600만톤에서 매년 8~10% 증가하며 2020년 5억4200만톤까지 늘어난 후 2021년에는 5% 감소한 5억1300만톤을 기록했다. 중국의 원유 수입금액은 2015년 1345억 달러(약 172조원)에서 2021년 2573억 달러(약 330조원)로 약 90% 증가했다.
올해 중국의 원유 수입량도 5억톤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1~10월 중국 원유 수입량은 약 4억1300만톤으로 이중 사우디산 원유가 17.8%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GCC 국가들로부터 수입하는 원유는 2021년 기준 39.4%에 달한다.
사우디를 포함한 GCC 국가가 원유의 위안화 결제를 일부 허용하면서 다른 OPEC국가로 위안화 결제가 확산된다면 중국은 중대한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
중국이 사우디의 최대 교역상대국인 점도 유리하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양국 교역규모는 873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은 사우디에서 439억 달러어치의 원유를 수입했으며 이는 사우디에서 수입한 금액의 77%를 차지했다. 사우디가 수출한 전체 원유의 25% 이상을 중국이 사 갔다.
중국이 원유 수출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기 위해서는 원유 수출국이 손 안에 쥔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대중국 수입이 많은 사우디는 중국 상품을 위안화로 결제하면 되기 때문에 위안화의 양방향 순환이 용이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한 전 세계 외화준비금(외환보유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말 기준 전 세계 중앙은행의 외화준비금은 12조368억 달러다. 이 중 위안화는 3224억 달러로 2.9%(5위)를 차지했다. 2016년 4분기말(1.1%) 대비 1.8%포인트 상승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달러화 비중은 65.4%에서 59.5%로 5.9%포인트 감소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굳건한 달러패권을 드러냈다.
위안화의 국제 결제 비중도 비슷한 수준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지난 1월 국제결제통화 비중 순위에서 달러화(39.9%), 유로화(36.6%), 파운드화(6.3%)에 이어 위안화(3.2%)는 4위를 차지했다.
위안화가 단기간에 달러에 맞먹는 기축통화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하다. 사우디의 원유 위안화 결제 역시 장기 추진 과제이며 당장 실현은 어렵다. 중국과의 협력강화는 사우디의 대미 협상 카드 중 하나로, 당장 사우디가 미국에 등을 돌리고 중국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 중국은 미국처럼 사우디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진핑이 원유의 위안화 결제를 향후 3~5년 동안 추진할 과제라고 조건을 단 것이다. 시진핑이 GCC 국가의 300개 학교와 중국어 교육을 협력하고 3000명에게 중국어 연수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한 점도 중요하다. 중국이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아랍국가와의 관계 개선에 진력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10년 뒤에 위안화를 달러, 유로와 맞먹는 3대 기축통화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 석유의 위안화 결제가 시작된다면 중국의 꿈이 실현될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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