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선 박사의 쉼터] ‘가짜 자기’에서 벗어나 ‘진짜 자기’로의 회복

이순용 2022. 12. 25.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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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가 엄마 손에 붙들려 상담실을 방문했다.

어머니는 아이가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활발하게 잘 지내는 것 같은데 집에 오면 말도 안 하고, 방에만 처박혀 있다고 하소연하셨다.

부모님이 매일 같이 싸우시다 결국 갈라서는 힘든 상황을 겪으면서, 11살짜리 아이가 벌써 가면을 쓰고 사람들 앞에서 '가짜 자기'로 살아가는 법을 배운 것이다.

꼭 실천할 수 없을지라도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진짜 자기'의 모습을 찾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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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선 상담학 박사

[김미선 상담학 박사]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가 엄마 손에 붙들려 상담실을 방문했다. 어머니는 아이가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활발하게 잘 지내는 것 같은데 집에 오면 말도 안 하고, 방에만 처박혀 있다고 하소연하셨다. 아이와 상담을 진행하면서 자아상을 그려보도록 했다. 아이의 그림은 특이했다. 큰 원을 반으로 나눠 오른쪽은 해맑게 웃고 있는 자기 모습을 그렸고, 왼쪽에는 혼자 웅크리고 앉아 울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그림에 대해 질문하니 오른쪽 그림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기 모습이고, 왼쪽은 혼자 있을 때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즉,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는 밝은 척하며 지내지만 혼자 있을 때는 너무 우울하고 죽고 싶은 생각만 든다는 것이다.

부모님이 매일 같이 싸우시다 결국 갈라서는 힘든 상황을 겪으면서, 11살짜리 아이가 벌써 가면을 쓰고 사람들 앞에서 ‘가짜 자기’로 살아가는 법을 배운 것이다. 우리가 페르소나(persona)라고 부르는 가면은 사회화의 과정에서 다소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본다. 순수한 모습 그대로의 아이가 성장하면서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으로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른 가면을 쓰게 되는데, 우리는 이를 역할이라고도 부른다. 자녀 역할, 학생 역할, 친구 역할 등등. 하지만 상담에 온 아이처럼 상황에 맞
김미선 상담학 박사
게 적응하는 모습이 아닌, 사람들 앞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은 정서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했을까? 어려서 부모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지 못했거나, 혹은 조건적인 사랑을 받았던 아이는 그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 부모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사랑과 인정이라는 기본적인 욕구는 아이의 생존과 관련되기 때문에 자신의 욕구나 성향을 애써 억압한다. 눈치껏 부모가 바라는 역할 놀이를 할 때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배운 아이는 학교에 가서도 가면을 쓴 역할 놀이를 지속하게 된다. 밝은 척, 착한 척, 괜찮은 척하는 사이에 ‘진짜 자기(real self)’는 점점 희미해지고 타인에 맞춰 설정해 놓은 가짜 자기(false self)’만 선명해진다.

더 나아가 아이가 실수했을 때 훈육 대신 비난과 처벌을 한다면 ‘내가 뭔가 잘못을 했어(“I made mistake.”)’라는 생각 대신 ‘나는 문제아야(“I am the mistake.”) 라고 받아들인다. 실수를 반복하는 자신에게 수치감을 느끼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이러한 모습을 알면 싫어할까 봐, 떠나갈까 봐, 가면을 쓴 채로 살아가게 된다. 즉, 이들이 가면을 쓰는 이유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내쳐지지 않으려는 ‘자기 보호(self-protection)’다.

이러한 ‘가짜 자기’를 지닌 자의 특징으로는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이들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게 되면 자신을 떠날 것이라고 여기므로 부당한 요구에도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한다.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자신의 욕구나 소망을 억압하며 그들이 원하는 것에 집중한다.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 치열하게 살지만 정작 본인은 행복하지 않고 늘 공허하다. 태어날 때 부여받은 ‘진짜 자기’의 모습을 잃어버린 탓이다.

혹시 자신에게 이러한 ‘가짜 자기’의 증상이 보인다면 다음과 같이 시도해보자. 아침에 눈을 떴을 때 5분이라도 온전히 내 마음과 몸에 집중하며 자신의 기분이나 몸의 감각, 하고 싶은 일이나 말 등을 떠올려 본다. 그리고 ‘수고한 나에게 발 마사지 쿠폰 선물하기’나 ‘A 씨에게 정중하게 거절하기’처럼 하루 중 계획을 세워 실천해 본다. 꼭 실천할 수 없을지라도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진짜 자기’의 모습을 찾아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실수했을 때조차 그러한 자신을 수용하고 사랑하는 태도다. 이럴 때 수치감이나 죄책감 없이 자기 모습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밝아오는 새해에는 더 자기감정에 충실하고 자신의 마음을 적절히 표현함으로 ‘진짜 자기’로 살아가는 충만한 삶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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