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흉년에도 퍼주기식 수상은 그대로, 100초 룰은 웬말[2022 KBS 연예대상②]
[뉴스엔 이하나 기자]
KBS는 2022년 예능 프로그램 중 큰 히트작이 없었음에도 퍼주기식 수상은 여전했다. 여기에 올해 선보인 ‘100초 룰’이 오히려 시상식을 방해했다.
KBS는 12월 24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2022 KBS 연예대상’을 열고 한 해 예능 프로그램을 결산했다. 이날 시상식 진행은 문세윤, 설인아, SF9 멤버 겸 배우 찬희가 맡았다.
KBS 연예대상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시상식도 초대 가수 무대 대신 ‘아기싱어’ 팀 캐롤 메들리,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꼰대즈, 이찬원의 고(故) 송해 무대 등 KBS 예능을 빛낸 출연자들이 직접 무대를 꾸며 의미를 더했다.
그러나 시청률이나 화제성 면에서는 20주년 의미가 무색했다. 유일하게 시청률 10%대를 지키고 있는 ‘1박 2일 시즌4’를 비롯해 43년 차 ‘전국노래자랑’, 12년 차 ‘불후의 명곡’ 등 장수 프로그램이 대거 포진한 KBS 예능은 소위 ‘그 나물에 그 밥’이었고, 특출난 대상감도 없었다.
KBS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1부 오프닝에서 문세윤은 KBS로, 설인아는 시청자로 분해 OTT의 공세 속에 고전 중인 TV의 현실을 전했다. 그러나 차린 것 없는 잔치에도 KBS는 연이어 공동 수상을 남발했다. 매해 KBS는 연예대상, 연기대상에서 공동 수상을 지적 받고 있지만 올해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인기상은 ‘슈퍼맨이 돌아왔다’ 김준호, ‘불후의 명곡’ 잔나비, ‘개는 훌륭하다’ 장도연이 수상했고, 베스트 팀워크상도 ‘홍김동전’과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가 공동 수상했다. 특히 베스트 커플상은 4팀이나 수상했다.
대상 수상 후 신동엽은 “‘상을 왜 이렇게 많이 주지? 상에 대한 권위가 떨어지는 것 아닌가?’라고 할 수 있지만 열심히 한 동료들이 받을 때마다 진심으로 축하해주게 되더라”며 “예능 프로그램은 매년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오고 어필하기도 쉽지 않다. 자리 잡기까지 꽤 시간이 걸리고, 자리 잡다가 다양한 이유로 폐지가 된다.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도 그렇고 연예대상을 보면서 ‘맨날 그 나물에 그 밥이네’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1년간 고생한 사람들을 위한 큰 잔치라고 긍정적으로 봐달라”고 당부했지만, 퍼주기식 수상으로만 잔치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KBS는 올해 ‘수상 소감 100초 룰’도 신설했다. 수상자들의 소감이 길어져 100초를 넘기면 퇴장을 의미하는 KBS 시그널송이 나오는 방식이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매해 시상식에서는 초반 수상자들의 소감에 많은 시간이 소비되면서 후반부 수상자들에게 소감을 짧게 해달라고 재촉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그러나 100초라는 제한 때문에 수상자도, 시청자도 소감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인기상을 수상한 장도연도 “100초가 있으니까 사람이 조급해진다”라고 말한 뒤, 시그널송이 나오자 시그널송을 따라하는 재치로 민망한 상황을 유쾌하게 마무리했다.
여러 명이 힘을 합쳐 수상한 팀의 경우에는 100초 룰 때문에 더욱 눈치를 봤다. 베스트 팀워크상 수상 후 성유리에 이어 소감을 말하던 장영란은 시그널송이 나오자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가 1년은 더 가야 한다. KBS 사랑한다. 사장님 감사하다”라고 급히 퇴장하면서 소감을 말했다. ‘홍김동전’ 팀 역시 홍진경은 시그널송이 나올 때 겨우 “엄마 상 탔어”라고 딸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우수상 후보로 오른 아내 강주은과 함께 시상식에 참석한 최민수는 인사를 전하면서도 “아직 1분 30초 안 됐죠?”라고 물으며 쫓기듯 말했고, 이찬원은 허재에게 아낀 초를 저에게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이고자 하는 의도는 좋았으나, ‘수상 소감 100초 룰’도 결국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 2022 KBS 연예대상 수상자(작) 리스트
▲대상 : 신동엽(불후의 명곡) ▲올해의 예능인상 : 김숙, 신동엽, 전현무, 김종민, 이경규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 : ‘불후의 명곡’ ▲최우수상 쇼버라이어티 : 딘딘(1박 2일 시즌4), 류수영(신상출시 편스토랑) ▲최우수상 리얼리티 : 이천수(살림하는 남자들), 사유리(슈퍼맨이 돌아왔다) ▲우수상 쇼버라이어티 : 김신영(전국노래자랑), 이찬원(신상출시 편스토랑, 불후의 명곡) ▲우수상 리얼리티 : 김병현(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제이쓴(슈퍼맨이 돌아왔다) ▲20주년 특별 공로상 : 故 송해 ▲베스트 커플상 : 주상욱 조재윤(세컨하우스), 조세호 주우재(홍김동전), 김숙 조나단(갓파더), 라이언전 김승수(리슨업) ▲베스트 팀워크상 : '홍김동전',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 ▲프로듀서 특별상 : 허재(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베스트 엔터테이너상 : 연정훈(1박 2일 시즌4), 박주호(슈퍼맨이 돌아왔다), 차예련(신상출시 편스토랑) ▲인기상 : 김준호(슈퍼맨이 돌아왔다), 잔나비(불후의 명곡), 장도연(개는 훌륭하다) ▲베스트 아이콘상 :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이들, ‘사장님은 당나귀 귀’ 꼰대즈 ▲베스트 챌린지상 : '빼고파' 팀 ▲디지털콘텐츠상 : 이무진(리무진서비스), 김구라(구라철) ▲올해의 DJ상 : 이기광(이기광의 가요광장), 이민혁(비투비의 키스 더 라디오) ▲올해의 스태프상 : 예능사업부 민지홍 BM ▲방송작가상 : 권유경 작가(슈퍼맨이 돌아왔다, 살림하는 남자들) ▲신인상 쇼버라이어티 : 나인우(1박 2일 시즌4) ▲신인상 리얼리티 : 양세형(이별도 리콜이 되나요?), 정태우(살림하는 남자들)
(사진='2022 KBS 연예대상' 방송 캡처)
뉴스엔 이하나 bliss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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