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깜짝’ 긴축 전환으로 저무는 킹달러…내년 원·달러 환율은 ‘상고하저’
원화 가치 3분기 고점 대비 11% 상승
美 인플레 둔화·긴축 속도조절 여파
내년 상반기 환율, 불확실성 속 정점 찍고 하반기 들어 하락
올해 전 세계 금융·외환시장을 지배했던 강(强)달러 현상이 새해를 앞두고 누그러지는 모습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속도 조절을 예고한 데다, 최근 일본 중앙은행이 초저금리 기조를 끝내겠다고 시사하면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그 결과 지난 9~10월 1440원 수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도 최근 1280원선까지 내려왔다.
내년에는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를 마무리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도 달러화 약세 흐름에 맞춰 상고하저(上高下低)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 “원·달러 환율, 내년 평균 1360원”
25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국내 주요 연구기관은 내년 원·달러 환율이 1분기에 정점을 찍은 뒤 하반기로 갈수록 낮아지는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320~1360원선으로 예측했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연초 1180원대에서 출발한 환율은 지난 10월 장중 기준으로 1444.2원까지 오르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후 연준이 지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언급한 이후 1300원대로 떨어졌고, 실제 이달 FOMC에서 금리 인상폭을 0.5%포인트로 낮춘 뒤로 1200원 후반대에 안착했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6원 오른 1280.8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연고점이었던 9월 28일(1439.9원)과 비교하면 약 11%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면서 달러화가 본격적으로 약세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하락할 것이라고 봤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23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을 1360원으로 제시했다. 금융연구원은 “내년에는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전환 등으로 달러화 강세가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며 “다만 현재의 높은 환율 수준에 따른 기저효과로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2022년보다 높은 1360원 수준을 예상한다”고 했다.
국제금융센터도 “현재 환율 여건이 강달러 둔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올해 3분기 2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달러화는 내년 상반기 혼조 국면을 거쳐 하반기에는 약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강달러 조정의 배경으로는 영국 국채시장 불안 완화로 인한 파운드화 가치 안정, ECB의 통화긴축 강화에 따른 유로화 강세,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등을 꼽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9월 27일 114.106로 200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나, 이후 고점 대비 약 8.8% 떨어졌다.
지난 20일 기준 해외 투자은행(IB)의 달러인덱스 전망치는 내년 1분기말 108.9, 2분기말 107.0, 3분기말 105.1, 4분기말 103.9로, 점진적인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연준이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 방향으로 전환하고 세계 경제 전망이 개선되는 내년 하반기부터 강달러의 본격적인 되돌림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긍정론 VS 부정론 맞선 美 경제…”상반기 불확실성 크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 달러화 가치 하락을 제한하는 요인이 많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는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최근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 조짐에도 불구하고 통화긴축과 경기 침체 폭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상반기 중 달러화의 향방을 뚜렷하게 제시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높은 물가 수준과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올해 3분기 미국 경제가 기대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는데, 이는 단기적으로 달러화 가치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2%로, 지난달 발표한 잠정치(2.9%)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올해 1~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졌던 미 경제는 3분기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미국 3분기 GDP 잠정치가 3.2%로 상향 조정되면서 경기에 대한 믿음이 재확산됐고, 이는 연준이 긴축적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제공해 준다는 면에서 달러 강세 재료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가 내년에 침체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예상치를 웃도는 올해 하반기 성장률이 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영향을 미치면서 달러화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 경제가 내년 상반기 급속한 침체에 빠지거나 완만한 둔화 흐름을 보이느냐에 따라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화 가치도 오르내릴 수 밖에 없다.
BNP파리바는 “글로벌 경기 침체 환경에서는 달러화가 약세를 지속하기 어렵다”며 “미국 경제의 완만한 둔화와 그 외 지역의 개선 징후가 동시에 나타나야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씨티는 “앞으로 주요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약화 환경 속에서 미 달러화가 강세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수출이 개선되는 시점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여부 등도 환율 향방을 좌우할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경상수지 악화 지속, 중국 부동산 위기 발발, 유로존 국가의 재정위기 등 위험요인이 현실화할 경우 달러화 약세를 제한해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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