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암호자산 겨울'…한은 "금융시장 동일규제 적용해야"
"암호자산 발 금융불안 대응 정책수단 마련하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올해 암호자산 시장이 '겨울'(crypto winter)이라 불리는 극심한 침체기를 지나고 있다. 국내 시가총액만 1년 새 60%가 빠진 것으로 추정됐다.
암호자산 시장도 기존 금융시장과 비슷한 취약성을 내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주요국은 기존 금융시장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들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기존 금융시장은 회복할 수 없는 손실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있다.
25일 한은이 이달 공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기준 국내 암호자산 시장의 시가총액은 작년 말보다 약 60% 감소한 22조~23조원으로 추산됐다.
국내 암호자산 침체는 전 세계 암호자산 시장의 침체와 맞닿아 있다. 글로벌 암호자산 시가총액은 11월 말 기준 8720억달러로, 작년보다 63.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암호자산 시장은 크게 보면 두 변 침체기를 맞았다.
한은은 "암호자산 시장의 시가총액은 올 5~6월 테라·루나 가치 급락과 셀시우스 등 암호자산 관련 업체의 서비스 중단에 따라 한 차례 큰 폭으로 감소한 바 있다"며 "이후 암호자산 거래소 FTX의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우려와 파산 신청 등으로 11월 중 18.8%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참여자들의 위험자산 회피가 직격탄을 날리면서 '암호자산 겨울'이 덮쳤다고 한은은 소개했다.
한은은 이에 따라 "암호자산 시장도 기존 금융시장과 유사한 형태의 취약성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이에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암호자산 규제 체계 마련을 위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주요국은 암호자산 시장도 기존 금융시장과 동일한 수준의 시장 규율을 적용한다는 공통 원칙 아래 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용자 보호를 목표로 엄격한 규제를 유지하면서, 암호자산 관련 기술의 성장을 저해해선 안 된다는 목표를 둔 점도 공통적이라고 지적했다.
EU의 경우 세계 최초의 암호자산 관련 단독 법안인 'MiCA'(Markets in Crypto Assets)를 지난 10월 승인했다. 법안은 이르면 2024년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내용을 살펴보면, 법안은 향후 화폐처럼 지급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인에게 관계당국 인가 등 보다 엄격한 요건을 적용했다.
코인런과 같은 시장 불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산준거토큰 발행자가 발행액의 100%를 초과하는 규모의 준비자산을 안전자산으로 항시 보유토록 했다.
MiCA는 아울러 암호자산 거래 플랫폼 등 관련 서비스 제공자에게도 사업자 인가, 등록부 작성, 건전성 규제, 지배구조 규제 등의 규율을 적용했다.
한은은 오히려 이 같은 규제가 앞으로 암호자산 사용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이용자 보호 강화로 인해 그간 불공정거래, 해킹, 사기 등을 우려하며 암호자산을 꺼리던 새로운 이용자들의 유입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우리나라가 지금껏 법제화한 암호자산 규제에는 자금세탁방지 관련 법안 하나가 있다.
이와 함께 암호자산을 포괄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법 제정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금융위원회가 올 8월 디지털자산 민관합동 TF를 출범했다.
다만 한은은 여러 암호자산을 전부 다루는 일관성 있는 규제 체계를 완성하기까지 우리나라와 전 세계 모두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은 "국내에선 암호자산 관련 유관기관이 협력해 시장 모니터링, 정보 수집, 감시·감독 등 책임을 분담하는 효율적인 규제 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관련해 한은도 암호자산 시장으로부터 비롯되는 금융불안 요인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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