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교사가 키스" vs "난 아이돌급…학생이 질투"…결말은?

김혜지 기자 2022. 12.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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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실서 엉덩이 등 만진 혐의…1심 징역 1년6개월 법정 구속
교사 "다른 학생 예뻐하니 질투"…재판부 "무고할 정황 없어"
ⓒ News1 DB

(군산=뉴스1) 김혜지 기자 = "온라인 수업이니, 할 것 없으면 학교 와서 놀아."

지난 2020년 10월12일 전북 익산의 한 여자중학교 기간제 체육 교사 A씨(35)가 1학년 제자 B양(당시 13세)에게 보낸 SNS 메시지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수업을 받던 B양은 A교사가 부르자 학교 소체육실로 갔다.

A교사는 B양이 체육실에 오자마자 느닷없이 "한숨 자자"고 했다. 스승의 말에 B양은 매트 위에 누웠다.

1시간 뒤 잠에서 깬 B양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갑자기 A교사가 "키스할래"라고 물었기 때문이다.

A교사는 갑자기 두 손으로 B양 볼을 감싼 채 입을 맞췄다. 이어 B양 엉덩이와 다리 등을 만졌다.

이날 이후 B양은 악몽에 시달렸다. 홀로 속앓이하던 B양은 이틀 뒤 학교 친구 C양에게 SNS를 통해 성추행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일이 커지는 게 싫으니 선생님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C양은 며칠 뒤 학원 강사에게 "B양이 'A교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소문은 삽시간에 학원에 퍼졌다. C양이 학원 강사에게 한 말을 다른 원생들이 들었기 때문이다. 곧 이 같은 소문은 B양이 다니는 학교까지 퍼졌고, 자연스레 A교사 귀에까지 들어갔다.

하지만 소문은 B양이 아닌 C양이 A교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으로 변해 있었다.

이에 당황한 A교사는 B양과 C양 입단속에 나섰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따로 학교 주차장으로 불러 "이 사건에 관해 누구한테도 이야기하지 말고, 소문도 내지 말라"고 요구했다.

A교사는 소문을 퍼뜨린 것으로 알려진 다른 학생도 학교 휴게실로 불러 "명예 훼손을 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소문은 지역 사회까지 일파만파 퍼졌고, 경찰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25일 전주지검 군산지청에 따르면 A교사는 미성년자 강제추행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교사는 "(사건 당일) 대면 수업이 없던 상황에서 '학교에 오겠다'는 B양 요청을 받아들여 소체육실에서 둘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1시간가량 혼자 남겨둔 적은 있지만, 성추행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당시 교무실로 가서 의자에서 수면을 취한 뒤 남자 교원 휴게실 안마의자에서 안마를 받았다"는 게 A교사 주장이다.

A교사는 "B양이 그 내용(성추행 사건)을 친한 친구가 아닌 내가 가장 예뻐하는 C양에게 말한 것 자체가 이상하다"며 "B양은 C양을 부러워했고, 내가 자신을 더 좋아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거짓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추행 사건은 B양이 C양보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싶고, 우월감을 과시하기 위해 꾸며낸 거짓말'이라는 취지다.

그는 "B양은 학생들 사이에서 아이돌 스타나 다름없는 나를 상대로 거짓말한 사실이 들통나면 학교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괴롭힘을 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며 "아마도 거짓말 말고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교사는 사건이 불거지고 학교 측이 진상 조사에 나서자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그는 "사직이라는 행위 자체가 추행 사실을 인정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으나, 정신적 고통이 극심하고 여자 학교에 질려 모든 것을 감수하더라도 학교를 그만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교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을 맡은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2단독(판사 강동원)은 지난 8일 "피고인은 교사로서 어린 피해자가 피고인을 신뢰하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성범죄를 저질러 비난 가능성이 커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특별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며 A교사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어린 피해자와 잘못된 소문에 연루된 피해자 친구는 이 사건 범행으로 학교를 옮기는 등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한 점, 여전히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는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며, 1심 선고 후 항소장을 냈다.

iamg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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