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코로나 재확산 위기…세계 경제 영향은?
중국에선 지난달 정부의 가혹한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반발한 소위 '백지 시위'가 주요 도시로 빠르게 확산됐다. 그러자 당국은 고수해 왔던 코로나 제로 정책을 포기하고 방역 조치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달 11일 중국 국무원은 핵산 검사 의무증명 및 확진자 발생 시 봉쇄 지역을 최소화하는 20개의 방역 완화 조치를, 지난 7일에는 확진자의 자가 격리를 허용하는 등 10가지 추가 조치를 시행했다. 그리고 내년 초부터는 해외 입국객을 대상으로 강제해오던 격리조치까지 폐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당초 빨라야 내년 3월 양회에 정책 전환을 예상했지만 중국 정부의 갑작스런 위드코로나 조치로 봉쇄됐던 도시가 리오프닝되고 경제활동도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시장은 반색했고 중국 증시도 크게 반등했다.
그러나 코로나 방역 조치가 갑자기 완화되자 중국 내 코로나 감염자는 급증하기 시작했다. 중국 보건위원회에 따르면 일일 확진자 수는 11월 중순 약 2000명에서 12월 첫째주에는 5000명을 돌파했으며 무증상 환자까지 포함하면 이미 4만여명을 훌쩍 넘어섰다. 최근 각종 외신보도에 따르면 전국의 화장터마다 대기줄이 길어지고 장례식장마다 시신보관용 냉장고가 부족해 시신이 그냥 방치되는 사태마저 벌어지고 있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최근 위드코로나로 전환한 중국에서 코로나 확잔지가 속출하면서 향후 코로나 확산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과 그에 따른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살펴봤다.
홍콩대 연구진에 따르면 현재 상태에서 전면적 일상 회복을 추진할 경우 감염이 확산돼 중국 의료 체계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고 결과적으로 약 100만명 가량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우자퉁 질병통제센터장이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중국 본토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즉각 완화될 경우 확진자는 2억3300만명, 사망자는 최대 200만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미중 공동 연구팀도 지난 5월 발표한 논문에서 백신 접종률을 높이거나 의료체계 확충 등 '안전장치' 없이 엄격한 방역 조치를 철회할 경우, 사망자 수가 150만명을 넘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
중국 정부는 방역정책의 완화의 근거로 오미크론 변종의 치명률이 낮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에든버러 대학의 공중보건 린다 볼드 교수는 오미크론이 치명률이 적은 것은 mRNA등 예방률이 높은 백신 접종으로 충분한 항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중국은 취약한 고령층의 백신 접종률도 낮은데다 중국산 백신은 예방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문제는 중국의 코로나 위기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다가오는 중국 춘절은 중국 14억 인구가 대이동하는 시기로 코로나19 감염과 확산이 급격하게 이뤄질 수 있다. 중국은 백신과 부스터샷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특히 80대 이상 노인 중 40%만이 부스터샷을 맞은 상황이다. 자연 면역을 가진 경우도 부족해 확진자 폭증 시 중국 의료체계는 과부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재도 병상과 의료 인력 부족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으며 간단한 해열제조차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현재 각종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감염자가 급증한 베이징의 거리는 최근에 봉쇄됐던 상하이 봉쇄처럼 텅 비어있다. 코로나 감염을 우려한 시민들이 외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여러 기관들의 예측대로 중국의 코로나 사망자가 100만명 수준에 이르게 되면 의료체계가 큰 위기에 빠지고 중국 정부도 대상 지역에 대한 봉쇄조치를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사망자가 상당수 속출하게 되면 이미 봉쇄조치에 익숙해진 중국인들은 외출이나 출근 등을 삼가고 자발적인 격리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높다.
통상 바이러스 감염이 대규모로 이뤄질 경우 이는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을 야기한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바이러스가 감염되고 복제되는 과정에서 변이가 쉽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다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에서의 대규모 감염사태가 위험한 이유다. 지금까지 등장한 주요 변이 바이러스 대부분은 백신 접종률이 낮거나 면역저하자가 많은 지역에서 발생했다.
낮은 백신 효능과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오미크론 변이에 면역력을 지닌 중국인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효능이 떨어지는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까지 더해져 백신 접종조차 꺼리는 상황에서 면역력이 떨어진 다수의 고령층이 코로나에 집단 감염될 경우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발생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대니얼 루시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는 몇 주 또는 몇 달 내에 중국에서 오미크론 하위 변종이 나타날 것이며 전파력이 더 강하고 치명적인 데다 약이나 백신 그리고 코로나 진단까지도 무력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Q.1과 BQ.1.1이 출현해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델타나 오미크론을 잇는 '파이' 변이와 같은 신규 변이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우세종인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지만 새로운 변이가 나타날 경우, 전파력과 면역회피력, 치명률 모두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칫 3년 전 코로나 팬데믹으로 돌아가는 악몽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의료계는 우려하고 있다.
특히 수억명이 대이동하는 춘절을 계기로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 대유행이 발생한다면 근로자들의 대규모 조업 중단 사태가 빚어지면서 수많은 제조업 공장들이 멈출 수 있다. 지난 상하이 봉쇄 당시처럼 중국 제조업 생산이 급감하고 이는 글로벌 상품 공급망과 연계된 세계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만약 3월에 개최될 양회를 전후로 중국의 코로나 확산 사태가 안정된다면 공급망 경색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망자가 100만명을 넘어서고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감염사태가 확산되면서 대유행사태가 1분기를 넘어 2분기에도 지속된다면 중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에 미칠 충격은 심대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중국발 코로나 사태가 공급망을 악화시키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상승시킨다면 세계경제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최근 World Bank는 중국경제가 올해 2.7%, 2023년 4.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3개월 전에 전망했던 2.8%와 4.5%보다 하향 조정됐다. World Bank는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정책 대응과 개인, 기업의 대응 등에 불확실성이 있다"며 전망치를 낮춘 이유를 밝혔다. 만약 코로나 대유행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중국의 성장률은 추가로 하향조정 될 수도 있다..
글로벌신용평가사인 Fitch 그룹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브라이언 콜튼은 중국에서의 감염증가로 인해 내년 초 (근로자들의) 병가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각 분야에서 활동 중단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중반 이후부터는 위드코로나에 적응하면서 경제활동이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코로나 재확산은 한국 경제에 큰 악재임이 분명하다. 이미 올해 대중수출은 급감했고 무역수지는 적자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내 코로나 대유행 사태가 벌어지고 주요 제조공장들이 문을 닫고, 도시까지 봉쇄된다면 대중 수출은 물론 수입에도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특히 지난 코로나 초기에 자동차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 부족 사태처럼 대중의존도가 높은 부품 및 소재의 조달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국내 관련 업계 및 전체 수출 경기에 적잖은 충격이 불가피하다.
최성근 전문위원 , 조철희 기자 samsar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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