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과속...내년 이후 'L자형' 침체 우려

조태현 2022. 12. 25.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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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높이면서 물가 상승률은 조금씩 잦아드는 분위기입니다.

문제는 부작용인데요,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엔 경기 부진 길게 이어지는 'L자형' 침체가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조태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던 한국은행,

지난해 8월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통화정책 정상화를 알렸습니다.

그리고 1년 3개월,

기준금리는 연 0.5%에서 3.25%로 치솟았습니다.

[이창용 / 한국은행 총재 (지난달) : 5% 수준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대응을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준금리를 빠르게 높인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고물가입니다.

여기에 미국의 과속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해에만 기준금리를 무려 4.25%포인트나 끌어올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등 외환 시장이 불안해지자, 맞대응에 나선 셈입니다.

문제는 만만치 않은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준금리 급등으로 세계 경제가 확연한 둔화세를 보이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8개월째 이어지는 등, 우리 경제의 대들보인 수출은 이미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올해 상반기 국내 경제를 떠받쳤던 내수마저 최근엔 둔화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한국은행은 물론, 정부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제시하는 등, 내년 상황을 부정적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추경호 /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난 21일) : 글로벌 통화 긴축 등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부동산 위축 및 한계기업 리스크 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이 지나치게 빨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회복하긴 쉽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내년 부진 이후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는 'U자형 회복'이 아닌, 침체가 길게 이어지는 'L자형' 경기 상황이 유력하다는 뜻입니다.

[이정환 /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 : 최근 제조업에서의 급격한 생산성 저하, 서비스 산업에서의 늘 낮은 생산성이기 때문에 생산성 회복이 요원한 상태에서 기업 대출이 많고 고용을 감축했다면 다음에 되살아날 계기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미국이 한동안 높은 기준금리를 유지한다고 예고한 만큼 우리가 한발 앞서 통화정책의 방향키를 완화로 바꾸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기준금리를 낮추기도, 그렇다고 더 올리기도 어려운 한국은행의 고심은 내년에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YTN 조태현입니다.

YTN 조태현 (chot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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