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보물창고' 조선의 책을 톺아보다…'조선의 책'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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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삼십에다...'라고 한 뒤 이어 '삼십에...다섯이네'라고 답했다.
신간 '조선의 책'은 일기, 야담, 설화집, 속담집 등 역사적, 문학적 가치가 큰 조선시대 책 12권을 통해 당대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탐색한다.
우리 문화·역사를 주제로 글쓰기를 해온 저자는 해당 책을 일기문, 이야기책, 백과사전 등으로 분류한 뒤 내용·편저자 등과 관련한 책들을 함께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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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김씨 성을 가진 나이 많은 관리가 평안도 함종(咸從) 지방의 수령으로 부임했다. 관리는 그곳에서 만난 평양 기생 두추(杜秋)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관리는 자신이 나이가 많다는 사실을 숨기고 자 했다. 어느 날 수령의 병세가 위독해졌다. 두추는 '기도를 드리려면 연세를 알아야 하는데 영감님께서 태어나신 날짜가 언제인지요?'라고 물었다.
관리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삼십에다...'라고 한 뒤 이어 '삼십에...다섯이네'라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두추가 '그럼 어르신의 연세는 육십오 세인 게죠?''라고 묻자, 관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이후 세상 사람들은 수령을 '쌍삼십 선생'이라고 불렀다.
이처럼 65세의 나이를 알아맞힌 기생의 재치도 흥미롭지만, 자신의 나이를 정확히 말하는 것을 망설였던 늙은 관리가 삼십(三十)을 두 번 말했다고 해서 '쌍삼십(雙三十)'에 오직 다섯을 뜻하는 '단오(單五)'를 합해 '쌍삼십단오(雙三十單五)'라는 말도 생겨났다." (본문 '태평한화골계전',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찾다 中)
신간 '조선의 책'은 일기, 야담, 설화집, 속담집 등 역사적, 문학적 가치가 큰 조선시대 책 12권을 통해 당대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탐색한다. 우리 문화·역사를 주제로 글쓰기를 해온 저자는 해당 책을 일기문, 이야기책, 백과사전 등으로 분류한 뒤 내용·편저자 등과 관련한 책들을 함께 소개한다. 그중에서도 책에 소개된 '콘텐츠'에 주목한다.
저자는 묵재 이문건의 '묵재일기', 미암 유희춘의 '미암일기' 등을 통해 사대부의 일상과 인간관계 등을 살핀다. 책에는 양반가의 가장으로서 노비를 비롯해 집안 식구들의 건강을 챙기는 모습, 스스로 점을 쳐서 일상의 일을 결정하는 모습, 아내와는 애틋하면서도 모범적인 부부관계를 이어간 사대부의 삶이 세세하게 펼쳐진다.
또 산송(山訟·묘지와 관련한 소송) 문제가 '노비'·'전답' 소송과 함께 조선시대 3대 민사 소송으로 자리잡는 과정 등을 담은 이재 황윤석의 일기 '이재난고'도 소개한다.
'태평한화골계전'과 같은 이야기책에 당시 비주류였던 승려, 기생, 여인 등이 자주 나오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허세와 무능, 욕심에 찬 지배 계층을 지적함으로써 사대부 지식인으로서의 여유와 자신감을 보이려 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당시 명나라 조정이 조선 사신단의 서적 구매 요청을 번번이 거절하고 귀국길에 짐 수색까지 벌인 일화를 전하며, 사대부 지식인들이 유서 편찬에 눈을 돌린 이유도 설명한다.
◇ 조선의 책 / 김진섭 지음 / 지성사 / 3만3000원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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