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간 아들 버린 모친에 사망 보험금 모두 주라는 법원...구하라법은 국회 계류

조성진 기자 2022. 12. 24.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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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3살 때 재혼해 떠난 후 한 번도 연락이 없다가 그 아들이 사고로 죽자 54년 만에 나타난 모친이 아들의 사망 보험금을 모두 갖겠다고 하자 법원이 어머니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선원법 시행령에 따르면 '선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해 부양되고 있지 아니한 배우자, 자녀, 부모 등도 유족에 해당한다'면서 A 씨가 B 씨와 같이 살지 않았지만, 법규상 그에게 유족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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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현행법, 부양하지 않은 부모도 상속 1순위 포함

유족들 "부양의무 다하지 않은 부모 상속 제한해야"

아들이 3살 때 재혼해 떠난 후 한 번도 연락이 없다가 그 아들이 사고로 죽자 54년 만에 나타난 모친이 아들의 사망 보험금을 모두 갖겠다고 하자 법원이 어머니의 손을 들어줬다. 다른 유족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어 뾰족한 방법이 없다.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지법은 지난 13일 아들의 사망 보험금 2억4000만 원 가량을 지급해달라는 80대 A 씨의 청구가 이유 있다며 인용 판결을 내렸다.

A 씨 아들 B 씨(사고 당시 57세)는 지난해 1월 23일 제127대양호에 승선 중 거제시 인근 바다에서 선박이 침몰하며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B 씨 앞으로 선박회사의 유족 급여, 행방불명 급여, 장례비 등 2억3776만 원이 나왔다. 이 소식을 들은 A 씨가 갑자기 나타나 유산을 달라고 했다.

B 씨의 누나 C 씨가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A 씨는 어머니 자격이 없다며 유족보상금 등의 지급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이에 A 씨가 다시 소송을 걸어 이번에 1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법원은 선원법 시행령에 따르면 ‘선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해 부양되고 있지 아니한 배우자, 자녀, 부모 등도 유족에 해당한다’면서 A 씨가 B 씨와 같이 살지 않았지만, 법규상 그에게 유족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C 씨가 B 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배우자가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그들이 주민등록상 같은 주소에 거주한 적이 없어 사실혼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C 씨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재혼한 후 우리 형제들은 친척 집을 전전하며 힘들게 살았다. 할머니와 고모가 우리를 키워주셨다. 그런데 자식을 버리고 평생 연락도 없이 살다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 나타난 사람을 어머니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주민등록상 미혼이었던 동생은 지난 6년간 한 여성과 동거를 하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 동생이 선원이라 한 달에 보름 정도 배를 타지 않을 때 두 사람은 같은 집에서 사실상의 부부로 생활했다. 여성은 김해에 아들이 있어 동생이 배를 타러 나가면 그곳에 가 있었다. 그래서 여성이 주민등록도 옮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C 씨는 "모친에게 유족보상금을 양쪽이 반씩 나눌 것을 제안했지만 모친은 모두 갖겠다고 한다. 너무 양심이 없는 처사다. 보상금은 동생을 길러준 할머니와 고모, 그리고 사실혼 관계의 올케가 받아야 한다. 어려운 형편에 변호사비가 많이 들어 큰 부담이 되지만 너무 부당한 상황이어서 집을 팔아서라도 항소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해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이견을 해소하지 못해 법이 계속 계류돼 있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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