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ISS 탈퇴 엄포에도… ‘우주 경제 잡아라’ 불꽃 튀는 선점 경쟁 [세계는 지금]
인류 사망원인 1위 심혈관 질환 치료 등
ISS 연구소 구축 후 3000건 실험 진행
美 스페이스 등 기업들 앞다퉈 투자
‘메이드 인 스페이스’ 상품 시대 임박
나사, 우주 경제 가치 517조원 평가
선진국들 새 성장동력으로 투자 박차
ISS 공동 운영 러시아 돌연 탈퇴 선언
러 빠지면 ISS 추락·우주 미아 될 운명
우주 비즈니스 꿈꾸던 서방세계 당혹
미국 코네티컷주 파밍턴의 람다비전사(社)는 퇴행성 안구질환 환자의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단백질 기반 인공 망막을 만든다. 특이한 것은 이 회사의 인공 망막 연구가 이뤄지는 장소다.
람다비전이 ISS를 택한 이유는 중력이 거의 없는 ISS의 이른바 미세중력(microgravity) 환경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생물·물리적 작용에 중력이냐 무중력이냐 하는 환경은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람다비전의 경우 지상 연구실에서 인공 망막을 만드는 얇은 단백질 조직을 층층이 쌓아 올리면 중력에 의해 붕괴하거나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
ISS연구소는 그래서 미세중력 환경이 갖춰진 ISS에서 생명과학, 생명공학, 에너지 및 바이오연료, 물리·재료과학 등의 분야를 연구한다. 미국이 ISS를 쏘아 올린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별도의 국립연구소를 만들어 운영하는 이유다. 이 연구소는 ISS 구축 후 최근까지 3000여건에 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LEO에서 창출되는 산업, 이른바 우주경제를 선점하기 위한 주요국과 기업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우주정거장은 바로 우리 앞에 다가온 우주경제의 핵심 플랫폼이다.
최근 중국이 자체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을 완성하면서 미국·러시아가 주도한 ‘유일(唯一) ISS 시대’가 저물면서 우주경제 경쟁은 더욱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대 말이면 ISS와 톈궁 외에 또 다른 우주정거장이 LEO에서 작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러시아가 자체 우주정거장을 2028년쯤 완공한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러시아는 1998년부터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등 ISS를 운영하는 15개국 중 하나다.
ISS 구조물에 대한 권리는 참여국의 기여도에 따라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다. 그동안 각국의 소유 모듈, 투자 규모에 따라 체류 인원과 실험실 모듈 사용 시간을 정했다. 미·러에 이어 나중에 ISS에 실험실 모듈을 붙인 유럽우주국(ESA)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도 이 모듈이 자국 소유이지만 초기 기여가 없어 절반 정도밖에 이 실험실을 사용하지 못한다.
공언대로 2024년 러시아 소유 모듈이 떠나면 ISS는 추락하거나 우주를 떠돌 수밖에 없다. 당장 급하게 된 것은 미국이다. 최소 6년간 공백을 감내해야 한다. 이는 우주경제 육성에 가장 적극적인 미국 입장에선 당혹스런 상황이다.
나사 관계자는 “우주경제는 지난 10년 동안 60% 이상 확장됐으며 현재 약 4000억달러(약 517조520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2040년까지 전체 우주경제 시장 규모를 연간 1조달러로 추산한 곳(씨티은행)도 있다.
미국의 다음 우주정거장은 이런 추세를 반영해 철저히 상업용으로 구상됐다. 블루 오리진과 시에라 스페이스, 노스럽 그루먼, 악시옴 스페이스, 록히드마틴 등 미국 회사는 2030년 이후 폐쇄될 ISS를 대체하는 우주정거장을 설계하고 있다. 2025년쯤 나사는 이들 회사 중 한 곳을 골라 우주정거장 구축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문제는 러시아가 ISS를 떠나냐다. 러시아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해까지 ISS에서 실험·연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을 비롯한 국내외 우주학계에서는 러시아의 이번 탈퇴 선언이 공갈에 그칠 공산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의 ISS 탈퇴 선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크름반도 합병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던 2014년 5월에도 러시아는 미국과의 우주 협력 중단을 선언했다.
드미트리 로고진 당시 러시아 부총리는 트위터에 “나사가 우주비행사를 ISS에 보내려면 트램펄린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지만, 실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강성 국수주의자인 로고진은 이후 러시아 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미국 나사 격 조직) 국장을 한때 맡기도 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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