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잠든 사이에도 도로 관리는 쉬지 않습니다” [인터뷰 인사이트]

김준영 2022. 12. 2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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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우 서울시 서부도로관리사업소장

서울시는 1988년 인구 1000만명을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을 이어왔다. 서울시 인구는 1992년(1093만5000명) 정점을 찍은 뒤 지속 감소해 올해 5월 말 기준 949만6887명(행정안전부 통계)으로 950만명을 살짝 밑돌고 있다. 가파른 성장 구간을 지나 중장년기에 접어든 것은 인구뿐만이 아니다. 1000만에 가까운 서울시민의 터전인 서울시 인프라, 도시기반시설 또한 마찬가지다. 한창 신설되던 1970~1980년으로부터 40~50여년이 지난 만큼, 본격적인 노후화가 진행되는 셈이다.

시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도시 인프라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도로를 꼽을 수 있다. 도시를 인체에 비유한다면 도로 시설물은 혈관 및 순환계라 할 수 있다. 교통의 측면에서 체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로 시설물의 수명을 잘 관리하는 것도 원활한 교통은 물론 시민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중장년층이 혈관 건강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는 것과 비슷한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수년간 도로함몰, 포트홀 등이 이슈에 올랐던 것은 그만큼 도로 시설물의 노후화로 인한 영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밖에 올해에는 폭우와 폭설 상황도 추가되며 다양한 도로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당연히 항상 지나다니는 곳이기에 중요성을 실감하기 힘들지만, 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세심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서울시의 도로 관리 산하기관 중 하나인 서부도로관리사업소의 최연우 소장을 만나 도로 관리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최연우 서울시 서부도로관리사업소장
―올해 8월에 서부도로관리사업소로 오셨다. 서울시에서 오래 일하셨지만, 구청에서도 계셨다. 사업소까지 맡게 되면서 도로 관리와 관련한 업무 전반을 보게 되셨는데.

“본청(서울시)에 있을 때는 관리, 보고, 기획, 정책입안 등의 역할을 했다. 막상 사업소에 와보니 현장을 이해하고 나서 본청에서 기획을 하면 현실에 더 잘 맞는 정책이 나올 것 같다. 많이 방침, 규정 만들고 했는데 지금 보니까 현실과 안 맞는 게 보이는 거다.”

―평소에 어떤 일을 주로 하시는지.

“점검 업무의 비중이 가장 크다. 소장이 점검을 확인하는 거다. 법적으로 하는 점검들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주로 살핀다. 제대로 되지 않으면 투자 대비 보수의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니까. 많은 돈을 투자해서 효과가 작게 나올 때는 실태점검, 확인점검을 해서 유지관리하는 방향 자체를 바꿔야 한다. 주어진 예산으로 유지관리하는 게 과업이다.”

―도로 쪽으로 오시기 전에 교통 쪽 업무도 맡으셨다. 두 분야의 연관성이 어떠한가.

“교통 쪽 업무를 하면 도로의 흐름을 본다. 정체가 발생하기도 하고, 오히려 속도가 나는 구간도 있는데 그에 대해 도로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본다. 주어진 도로이지만, 문제가 생기면 확장도 하고 추가로 내기도 하고. 순서상으로 교통 쪽을 해보고 도로 쪽을 해보는 게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교통은 도로 개설과 운영·개선의 영역이다. 도로를 추가하거나 확장하는 것. 도로 관리 쪽은 도로의 기능과 수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순서상으로는 맞는 거 같다. 도로 관리로 연계되는 것. 확보된 도로의 기능과 수명을 유지하는 게 도로 관리의 주된 업무다.”

◆폭설·폭우에도 도로 관리는 상시 진행 중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이 많으신데, 최근에는 한파와 폭설로 인해 분주한 시간을 보내셨을 것 같다.

“이번에 북극 쪽에서 한파가 심하게 오다 보니 기온도 많이 떨어지고, 눈도 많이 왔다. 아무래도 기온 높낮이 차이가 심할 때 눈이 더 오는 것 같다. 차이가 미미한 해에는 눈도 많이 안 오는 것 같다. 12월인데도 서울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떨어졌다.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가는 건 보통 1월 말인데, 12월에 이렇게 내려가는 건 정말 처음 보는 것 같다. 41년 만의 한파라는 게 실감 났다.”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의 마포대로에 폭설 뒤 출근 시간을 앞두고 제설 작업이 마무리된 모습. 서울시 서부도로관리사업소 제공
―눈도 많이 와서 제설작업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제설작업에 동원되는 장비에는 우선 제설제를 살포하는 전용차량이 있다. 5㎝ 이상의 눈이 오면 기존 도로 관리 차량 앞에 삽날을 붙여 쌓인 눈을 치운다. 10㎝ 이상 눈이 쌓이면 치운 눈을 퍼 나르기 위한 덤프트럭도 투입된다.”

―그냥 눈을 한쪽으로 미는 작업을 생각했는데, 덤프트럭까지 동원할 줄은 몰랐다.

“다음날 기상 상황이 영향을 미친다. 다음날 0도 내외로 춥지 않을 것 같으면 녹기 때문에 덤프트럭까지 동원할 필요가 없지만, 강설 후 한파가 예상되면 반드시 쌓인 눈을 제거해야 한다.”

―제설현장도 많이 다니셨을 것 같다.

“업무 시간에는 상황을 지휘해야 하다 보니 사무실에 있는 경우가 많지만, 이외의 시간 등을 통해 수시로 현장을 살필 수밖에 없다. 제설작업에 투입되는 차량이나 장비 상태도 살피고, 차량과 장비를 운용하는 기사나 기술자의 상태도 봐야 한다. 폐쇄회로(CC)TV로 상황을 살피는 부분도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직접 살펴야 하는 부분도 있다. 특히 반쯤 녹은 눈은 CCTV 상에서 그냥 눈이 녹은 뒤 아스팔트랑 잘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직접 현장에서 확인한다.”
눈 쌓인 보도에서 제설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 서울시 서부도로관리사업소 제공
―올해에는 예년보다 눈이 많이 왔다.

“제설 작업하는 노선이 있는데, 보통 제설제 살포하는 차량이 노선당 한 대씩 투입돼 한 시간 이상 작업을 진행한다. 이번에는 폭설이다 보니 교통량 등을 감안해 작업의 긴급성이 요구되는 주요 노선에 대해 두 대로 늘려 운용을 했다. 덕분에 제설작업이 빠르게 됐다.”

―특별히 업무 지침에 변화가 있었나.

“작년에도 폭설로 문제가 됐던 적이 있었고, 오세훈 시장 지시로 내부 방침이 강화됐다. 이미 최대한의 상황을 가정해 대비가 된 덕분에 이번 폭설에도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경우 대체로 제설작업이 참 잘 된다. 이번에 전국적으로 눈이 오면서 전북 전주 등 제설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지역도 있었다.

“보통 지자체별로 제설 대비를 할 때 최소한으로 하는 경우가 아직도 더러 있다. 서울시나 경기도, 강원도 등을 제외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제설장비를 보유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제설 전용 전문장비가 없는 경우에는 일반적인 도로 관리 차량 및 장비를 투입하고, 지역의 민간 업체에 용역을 줘서 제설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업무량을 소화하는 것도 문제지만, 투입하는 데 시간도 걸린다. 긴급하게 대응하기도 어렵고, 많은 양을 소화하기도 어렵다는 거다. 서울시는 100년 만의 폭설 등 최대한의 상황을 가정해 대비를 하고, 자체적으로 장비도 보유하고 하다 보니 대응도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면도로에서 진행되는 제설 작업. 서울시 서부도로관리사업소 제공
―최근 혹한 및 폭설도 문제였지만, 여름에는 폭우도 기록적인 한해였다. 차량 침수에 인명피해까지 있을 정도로 심했다. 이와 관련한 도로 관리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폭우로 인해 지하차도 등을 중심으로 물이 찬 곳이 많이 발생했다. 침수가 되면 우선 차가 지나갈 수 없다. 물이 빠지려면 일단 비가 그쳐야 한다. 모든 도로는 물이 자연스럽게 빠지는 구조로 설계가 된다. 그런데 배수관이 막히거나 문제가 생기면 물이 빠지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는 등 영향을 준다. 차량이 도로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사고이기 때문에 CCTV 등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현장 출동해 대응한다. 지하차도가 수십 개다 보니 조금이라도 침수된 곳을 찾아내는 게 쉽지는 않다. 포트홀도 발생 직후에 처리하면 괜찮은데, 민원이 들어올 때까지 가면 커지는 게 보통이다.”

◆10년 가까이 축적된 포트홀·도로함몰 대응 노하우

―강우·강수량에 따라 도로함몰, 지반침하, 포트홀 같은 것들이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와 관련한 역량을 축적해온 지도 꽤 됐다.

“그렇다. 2010~2015년에는 7월 기준으로 포트홀이 한 달에 약 8700건 발생했다. 기존에는 7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는데, 최근에는 8월이다. 8월에 비가 가장 많이 오니까. 그래서 2016~2021년에는 8월 기준으로 평균 5500건이 발생했다. 포트홀이 가장 적게 발생하는 달은 과거에도 최근에도 11월이다. 강수량이 아무래도 가장 적다 보니 그렇다. 최근에는 한 달에 1300건, 과거에는 평균 1600건이었다. 7·8월과 확실히 차이가 있다.”
연도별 서울시 포트홀 발생 현황
―통계를 보니 해를 거듭할수록 발생이 줄어들고 있다.
“아무래도 기상 조건의 변화가 크다. 강수량이 줄었다. 다음으로 유지·관리 역량이 향상된 것도 영향이 있다. 시스템도 개발하고, 재료도 더 나은 게 나왔다. 수경성 보수재나 상온 보수재 등이 새로 개발됐고, 관리체계도 개선됐다.”
2022년 서울시 포트홀 발생 현황(9월 기준)
―좀 지나긴 했지만, 대중교통체계와 연계해 포트홀 발생을 자동 신고하는 시스템도 획기적이다.

“옛날에는 일단 시민들이 신고하면 순찰해 찾아내면서 하나를 때우는 데 한 달 넘게 걸리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원칙적으로 24시간 이내에 대응이 이뤄진다. 버스랑 택시에서 자동으로 신고가 들어오니까 그에 즉각적으로 반응해서 한다. 그 외에 120(다산콜센터)으로 시민이 신고하는 것도 있고, 순찰로 찾는 것도 있다. 옛날에는 순찰과 민원 위주였는데, 지금은 자동으로 찾아내는 비중이 커지다 보니 민원이 많이 줄었다.”

―10년 전쯤 서울시는 물론 전국이 ‘싱크홀 공포’에 휩싸였던 시절을 생각하면 정말 격세지감이다.

“박원순 시장 시절이던 2013년에 포트홀이 서울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연도별로 보면 서울에서 2010년 7만7600여건, 2013년 7만4100여건 등으로 도드라졌다. 나머지 해에는 5만여건 정도가 보통이고, 강수량이 매우 적었던 해에는 2만5000여건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도로관리팀장을 맡으실 때 월별 강수량과 도로함몰(싱크홀)의 비례 관계를 밝혀내기도 하셨다.

“2013년에 포트홀이 엄청나게 발생하면서 박 시장이 직접 개선을 지시했다. 포트홀에 대해 개선을 지시한 시장은 처음이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박 시장이 당시 외국 출장을 다녀왔다가 왜 외국의 도로는 평평한데 서울은 이렇게 울퉁불퉁하냐면서 질타를 하셨다. 차를 타고 가면서 편히 커피 마실 수 있을 정도로 개선하라고 지시가 떨어졌다.”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어쨌든 그러한 과정을 거쳐 2013년 11월 ‘아스팔트 10계명’이 시행됐다.

“도로의 포장·관리를 담당하는 서울시 직원들이 교수 등 전문가 자문받아서 만들었다. 교수뿐 아니라 민간회사의 전문가를 비롯해 여러 기술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만들었다.”

―평소에도 도로 관련 유관기관들과 협업이 잦을 것 같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등과 포트홀 관리를 비롯해 지반침하, 구조물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계속 협업하고 있다. 건기원에서 새로운 것을 개발할 때 우리가 참여하기도 한다. 우리가 현장의 문제점을 찾아서 이야기하면 건기원에서 해결책을 찾아내는 게 일반적인 체계로 보면 된다.”
2016년 발간된 서울시 도로관리 기술백서.
―서울시 아스팔트 10계명 시행 이후, 관련 성과를 정리한 ‘서울시 도로관리 기술백서’도 발간됐다. 경험상 백서는 큰 사고 뒤에 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렇지 않은 케이스라 좀 의아하기도 했다. 물론, 2013년 즈음 포트홀 및 도로함몰이 이슈가 되긴 했지만.

“백서가 꼭 사고 뒤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업이나 일을 마무리한 뒤 기념비적인 의미로 발간되는 경우도 있다. 그때는 지하 동공 탐사와 관련한 기술을 개발하고 습득해 적용한 것에 대한 내용을 담아 백서를 발간했다. 포트홀은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해결했고, 지반침하는 일본의 기술을 받아들여 해결했다. 그러한 성과가 있었다는 것을 남기는 의미였다.”

―동공 탐사장비를 개발하는 과정도 참 쉽지 않았다.

“지하 동공에 대한 탐사기술이 국내에는 원래 없었다. 기계는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기계를 들여와서 사진을 찍어도 거기에서 구멍을 어떻게 찾아낼지를 몰랐다. 일본은 유럽에서 도입해서 1990년부터 판독하는 기술을 연구해 2010년 무렵 적용을 한 거다. 우리는 2014년에 (기술 도입·개발에 대한) 방침을 받고 2015년 용역을 발주해서 2016년까지 기술을 연마하고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했다.”

―기술을 받아들이고 개발하기 위해 일본, 싱가포르 등등 출장도 많이 다니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2014년에는 해봤는데 동공을 하나도 못 찾았다. 2015년 일본의 전문가들을 불러와서 같이 탐사했고, 2016년에는 일본과 우리가 동시에 진행했다. 2016년 말쯤 비교해보니 기술을 90% 이상 따라잡은 것으로 보여서 2017년부터는 국내업체들로만 발주를 했다. 그래서 처음에 4개 업체가 참여했고, 지금은 탐사하는 업체가 6개 이상으로 늘었다.”

―단순히 사진 찍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게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하를 탐사하기 위한 GPR(지표투과레이더) 장비는 보통 매립 문화재 찾는 데 많이 쓰였다. 그 기능을 응용해서 도로 탐사하는 쪽으로 더 개발을 한 거다. X레이로 구멍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 문화재는 금속이나 돌이니까 찾아내기 쉽다. 흙은 물질이 복합적이라서 어렵고, 빈 구멍은 찾아내기가 더 어렵다.”

―X레이로 인체 내부를 찍은 다음 의사가 그 사진을 판독하는 과정과 비슷해 보인다.

“그렇다. 지금은 한 업체가 인공지능(AI) 분석 기술을 적용 중이고, 나머지 업체들도 도입 중이다.”

―X레이도 AI 판독 기술 개발이 한창이던데, 이쪽도 마찬가지인가보다.

“AI를 활용해 CCTV 영상, GPR 영상, TOPIS의 교통흐름 등을 분석할 수 있다. SK나 현대자동차도 AI를 활용해 도로 흐름을 분석하는 서비스를 한다. 2017년부터 한 업체가 AI를 지하 탐사에 활용하고 있다.”
최연우 서울시 서부도로관리사업소장
◆노후화하는 서울시, 도로 관리의 앞날은

―좁게는 포트홀이나 도로 관리의 문제인데 큰 틀에서 보면 도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예산이나 전문가나 쉽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사회재난이나 인프라 노후화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데 반해, 관련 투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도로 관리도 제대로 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균열은 모두 보수를 해야 하는데 예산이 없어서 절반도 못 한다. 교량이나 큰 구조물 이런 쪽은 긴급 예산도 편성해서 보수하고 하는데, 일반 도로 쪽은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보니까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다. 포트홀이나 지반침하가 발생하더라도 차량은 간혹 파손되지만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으니까.”

―뭔가 도로나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은 눈으로 결과가 명확히 보이니 보람이나 성취감도 있을 것 같은데, 도로 관리 쪽은 사실 그렇지 않다. 그러한 와중에 지속적으로 보이지 않게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일종의 소명의식 같은 게 없으면 쉽지 않을 것 같다.

“사시사철, 밤낮으로 그냥 반복되는 업무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에 애착이나 소명의식이 없으면 쉽지 않은 게 사실이기도 하다. 그런 분들과 일하면서 이야기도 많이 나눌 수밖에 없다.”
―사람 차원에서 보면 영양 섭취하고 검진하고 재활하는 것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다.

“일상적이고 판에 박힌 업무지만, 실제로 일을 할 때는 포트홀이나 지반·도로 침하 등 파손이 자주 발생한다.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균열 자주 발생하기도 하고 덜 발생하기도 한다. 경험과 지혜가 없으면 관리 역량이 그만큼 떨어지는 거다. 현장을 다니면서 눈으로 대충 쓱 하고 보는 게 아니다.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어떤 게 파손되고 균열이 가고, 왜 그렇게 되는지를 꼼꼼히 봐야 한다. 중앙분리대도 떨어지는 게 많은데, 그런 부분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려는, 알아내려는 게 중요하다. 중앙분리대를 보면 어디는 잘 떨어지는데, 어디는 튼튼하다. 모양 때문인 것도 있고, 두꺼워서 튼튼할 수도 있다. 잘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재료를 바꾸기도 하고 두께나 모양도 바꿔보면서 개선을 해나가는 거다.”

―도로 유지·보수 작업은 보통 야간에 이뤄진다.

“출근 시간을 감안해 늦어도 오전 6시까지는 완료한다.”
―보통은 그렇게 시민들이 활동하지 않는 시간에 작업을 하지만, 작업 규모가 크면 어쩔 수 없이 낮에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일정 기간 부분통제, 혹은 전면통제를 하게 된다. 과거에 원효대교 북단 램프 공사나 정릉천 고가 공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전 같으면 이러한 장기간 교통 통제에 대해 민원이 빗발쳤는데, 그렇지 않은 것으로 비춰볼 때 시민의식의 변화가 엿보인다.

“교통 통제로 인한 불편보다 더 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제대로 된 정비가 중요하다는 방향으로 시민의식이 바뀐 게 확실히 느껴진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건 밑바탕에 시민의식의 변화가 깔려 있어서 가능한 거다. 불편 감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게 느껴진다. 앞으로 기반시설의 노후화가 계속 진행되는 만큼 이를 유지·관리하는 데 불편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과거 20년, 30년간 신설을 했으니 이에 대한 유지보수를 하기 위해 추세적으로 그렇다.”

―말씀 나눴듯 시민의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다. 전반적으로 의식 전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인터뷰를 요청드렸다. 앞으로도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업무의 수행에 대해 응원 드린다.

“감사하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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