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5·18 고발한 ‘나대로 선생’ 이홍우 화백 별세

/유족 제공

‘미나리 여사’ ‘나대로 선생’ 등 네 컷 연재 만화로 5·18 민주화 운동을 고발하고 현실을 풍자한 시사 만화가 이홍우 화백이 23일 오후 5시 10분쯤 향년 73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1949년 부산에서 태어나 개성중 1학년 때 부산 국제신보에 투고한 독자 만화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서울로 떠나 1967년 서라벌예술대 2학년 때 대전 중도일보에 ‘두루미’를 연재했고 1973년 전남일보로 옮겨 ‘미나리 여사’를 그렸다.

고인은 1980년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전남일보 서울지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과거 언론 인터뷰 등에 따르면 당시 최승호 전남일보 편집국장으로부터 “지금 광주에서 계엄군의 만행을 기록한 모든 기사가 휴지통에 들어가고 있다. ‘미나리 여사’를 통해 은유적으로 상황을 전달할 방법이 없겠느냐”는 전화를 받고 1980년 5월 20일자 네 컷 만화를 그렸다. 글자 없이 주인공 ‘미나리 여사’가 소주를 앞에 놓고 담배를 피우며 울고 남편이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서있는 장면이었다.

고인은 이후 스포츠동아 ‘오리발’을 거쳐 1980년 11월 12일부터 2007년 12월 25일까지 동아일보에 ‘나대로 선생’을 연재했다. 매년 5월이면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만화를 그렸다. 고인은 1986년 보도 지침상 보도가 금지됐던 국회 국방위원회 회식 폭력 사건을 “맞고 나니 눈앞에 별이 번쩍하더군”이라고 묘사했다가 보안사에 끌려갔으며 1991년 육공 정부를 6신(외교 굽신·경제 망신·치안 불신·정책 등신·날치기 귀신·국민 배신)이라고 불렀다.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삼팔선(38세도 선선히 사표를 받아준다) 등 유행어도 남겼다.

고인은 2007년 제18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고 상명대 문화예술대학원 만화영상학과 교수·석좌교수, 한국 시사만화가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미스앵두’, ‘오리발’, ‘문민아 너 어디로 가니’, ‘재롱이 만화일기’, ‘나대로 간다’ 등 저서를 남겼다. 제1회 고바우 만화상과 동아일보 동아대상, 제16회 대한언론인공로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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