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외면’ 역대 최악의 예산지연 비판 받는데…“다른 나라는요?” [추적자 추기자]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2022. 12. 2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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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최장 지각 예산’ 신기록 질타 받아
美, 셧다운 하루 남기고 극적합의 도출
日, 코로나로 11년 연속 최대예산 편성
예산안·세법 일괄 합의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주호영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2023년도 정부 예산이 12월 23일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올해 예산은 국회선진화법 도입 후 첫 정기국회 내 처리가 불발된 예산입니다. 또한 예산 통과 법정기한인 12월 2일보다 가장 늦게 통과돼 최장 지각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다행히 크리스마스 직전 국회의장의 중재로 파국을 막았지만 자칫 사상 첫 준예산 편성이란 불명예 신기록도 세울 뻔 했습니다.

국회는 ‘동물국회’를 방지하기 위해 2014년 국회선진화법을 도입했습니다. 2002년 여야 합의로 예산안을 조기 통과시킨 후 10년 넘게 법정기한을 못 지키자 내린 특단의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된 이후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인 12월 2일까지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2014년과 2020년 등 두 차례에 불과합니다.

올해 역시 결국 법을 지키지 못한 채 가까스로 파국은 막았단 평가입니다. 여야가 합의한 내년도 정부 총예산은 634조4000억원입니다. 정부안보다 4조6000억원 감액된 규모입니다. 진통끝에 통과된 예산안, 이거 우리나라만 이런 걸까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미국 필라델피아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임시예산안 만료시한을 하루 앞둔 22일(현지시간) 1조7000억 달러 규모, 한화 약 2181조원의 2023년도 연방정부 예산을 가까스로 통과시켰습니다. 미국은 원칙적으로 지난 9월 30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각종 쟁점사안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못하며 연말까지 지지부진 끌어왔습니다.

특히 만약 하루만 늦었으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발생할 위기를 코앞에 둔 가운데 여야가 겨우 합의에 성공한 모양새입니다. 상원은 미국 최대 명절 중 하나인 크리스마스 연휴를 이틀 앞두고 본회의를 열어 가까스로 통과시켰습니다. 이어 하원은 23일 오전쯤에 이를 마무리해 백악관으로 넘길 예정입니다. 상·하원 양원제를 채택 중인 미국의 예산안 통과 방식은 한국과 꽤 비슷한데 이렇게 지연되는 모습조차도 올해 한국과 미국이 평행이론마냥 유사하게 흘러갔습니다.

쟁점법안과 쟁점 예산에 대한 첨예한 대립은 연말까지 예산안 통과조차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여당인 민주당은 국내 경기 부양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집중적으로 추진해온 예산에 대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연초부터 BBB법(Build Back Better) 통과를 추진해온 행정부의 기대와 달리 의회의 반대로 크게 축소된 바 있습니다.

예산안 역시 이러한 경기 부양 예산들이 반영됐지만 정부입장에선 아쉽다는 분위기입니다. 반면 야당인 공화당은 이번 중간 선거로 다수당이 된 하원 상황을 감안해 아예 예산안 의결을 내년도로 미룰 강경파들의 목소리도 나오긴 했습니다. 다만 결국 절충점을 찾은 미국은 가까스로 예산 통과를 마무리지으며 최악의 위기는 면했다는 평입니다.

또한 예산안 통과와 더불어 미국 내 틱톡 사용 제한에 대해서는 대승적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의회는 연방 부처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정부 소유 모바일·인터넷 기기로 틱톡을 설치하거나 사용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중국 서비스인 틱톡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정보 유출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공공기관의 사용을 크게 제한한 셈입니다. 지루한 갈등 끝에 중재안을 마련한 한국이나, 벼랑 끝 다툼끝에 결론 도출에 성공한 미국이나 크게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히로시마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는 기시다 일본 총리 . /사진제공=연합뉴스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은 어떨까요. 일본은 올해 11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한 2023년도 예산안 통과를 앞두고 있습니다. 예산안 규모는 114조엔. 한화 1090조원 정도의 예산인데요 한국보다 300조원 가량 일본 예산 역시 막바지 조율중입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일본은 국회가 승인한 법률과 예산을 내각이 집행하는 구조로 정치체계가 운영됩니다. 일본 국회 역시 예산·결산위원회가 있으며 특이하게도 회계연도는 매년 4월 1일부터 시작해 다음 해 3월 31일 마치는 구조입니다.

일본헌법에 따르면 1월중에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해야 합니다. 그런만큼 12월까지 정부에서 예산안을 확정짓고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후 국회의 심사를 거쳐 3월께 국회본회의를 통해 예산안이 최종 확정되는 구조입니다.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중의원에서 먼저 예산을 검토한 뒤 참의원 예산심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3월 31일까지 확정합니다.

아직 정부 제출안이 작성되는 시점인만큼 국회 차원의 검토는 다소 시간이 남았지만 코로나 시국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일본의 예산 편성 역시 최대한 위기 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력이 키워드로 잡히고 있습니다.

올해 제출된 일본 정부의 예산 중 눈여겨볼 점은 바로 방위비입니다. 일본 방위비는 역대 최대치인 6조8000억엔, 한화 65조원에 달하는 금액이 책정됐습니다. 이는 올해 대비 26%나 증가한 수치로, 일본의 자강 움직임이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다른 나라 역시 정부 예산안과 이를 견제하는 국회 및 야당의 샅바싸움이 항상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정쟁으로 인해 민생을 볼모잡는 예산다툼은 사실상 제살 깎아먹기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도 얼마나 추운 경제한파가 몰아닥칠지 가늠되지 않은 상황을 현명하게 해쳐나갈 수 있도록 정부 예산이 잘 쓰여야만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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