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할거라 예상했는데”...‘재벌집 막내아들’ 3단계 성공방정식 [홍키자의 빅테크]

홍성용 기자(hsygd@mk.co.kr) 2022. 12. 2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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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을 키워가 등 따습고 배부르게 만들면 와 안 되는 줄 아나? 지가 주인인 줄 안다” - ‘재벌집 막내아들’ 5화, 진양철 순양그룹 회장 대사 中

송중기 이성민 주연의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인기가 가히 폭발적입니다.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기업집단의 모습인 ‘재벌가’를 둘러싼 이야기에 대한민국 현대사를 가미해 시청자들을 드라마에 적극 참여시키며 모든 연령층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죠.

지난 19일에 방영했던 14회 시청률이 24.9%(비지상파 유료가구)로 집계됐습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것인데, JTBC 역대 시청률 2위를 기록했던 ‘스카이 캐슬’(23.8%)을 넘어섰다고 하고요.

이 드라마는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티빙까지 어디서든 볼 수 있습니다. OTT 플랫폼들의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시청률을 집계하긴 어렵죠. 하지만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 1위 자리서 11월 방영 이래 내려오지 않는 걸 보면 요새 이 드라마 열풍을 짐작할만합니다. 올여름 ‘우영우 신드롬’을 넘어섰다는 말이 나옵니다.

저마다 드라마의 인기를 분석하지만, 결국 ‘웹소설→웹툰→드라마·영화’로 이어지는 IP(지적재산권) 밸류체인의 승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적당한 중박을 넘어서 대박 콘텐츠의 성공 방정식이 확고하게 자리잡힌 셈입니다.

2002년부터 시작된 웹소설의 힘 ‘문피아’
사진제공=JTBC 스틸컷
‘재벌집 막내아들’의 성공은 지난 20여 년 이상 공들여온 웹소설 플랫폼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문피아는 무협 작가 출신인 김환철 대표가 2002년 설립한 1세대 웹소설 플랫폼입니다. 2002년 9월 고무림이란 사이트로 무협 소설 독자들을 위한 플랫폼으로 시작해 이후 판타지 장르를 받아들이며 2006년 문피아로 이름을 바꾸게 됩니다. 문피아로 이름을 바꾸면서 무협, 판타지, 게임 판타지, 로맨스, 일반 소설, 라이트 노벨, 현대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를 다루게 되죠.

2012년에 정식 웹소설 사이트로 발돋움한 문피아는 웹소설 시장에서 네이버와 카카오에 이어 3위를 기록해왔죠. 네이버나 카카오는 등록된 작가만 연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곳은 누구나 연재를 시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컸습니다. 국내 판타지·무협 웹소설 작가 지망생의 ‘등용문’으로 꼽혀왔습니다. 등록된 웹소설 작가 수만 약 6만3000명에 달하고요. ‘전지적 독자 시점’ ‘나노 마신’ 등 인기 IP를 배출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문피아가 네이버에 인수될 당시에 나온 지표를 보면, 2020년 매출이 417억 원, 영업이익은 73억 원이었고요. 2019년에 비해 각각 45.2%, 38.8% 늘었난 수치였죠. 월평균 페이지뷰는 1억 회를 넘어선다고 전해집니다.

결국 문피아는 지난해 네이버에 인수됐습니다. 네이버웹툰은 문피아의 주식 325만5511주를 1082억원에 취득해, 문피아의 지분 36.08%를 보유하게 됐죠. 이달에도 중국 텐센트 계열 출판업체의 자회사인 ‘클라우더리 홀딩스 리미티드’의 문피아 주식을 취득하기로 결정해 누적 지분율만 57.78%에 달하게 됐습니다.

네이버가 문피아에 눈독 들이게 만든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재벌집 막내아들’입니다. 2017년 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문피아에 연재된 이 작품은, 326화가 연재되는 동안 단 한 번도 투데이베스트 1위를 놓치지 않아 전설적인 작품으로 꼽힙니다.

특히 이 작품의 작가인 산경 작가는 무역 회사와 마케팅 회사에서 25년 정도 근무한 직장인 출신이라고 전해졌죠. 아직 본명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고요. 자신의 실제 경험과 직장 생활의 현실을 녹인 작품을 연재하고 싶다는 생각에 웹소설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웹소설→웹툰→드라마·영화’...다시 확인된 성공방정식
‘재벌집 막내아들’ 웹툰. /사진제공=네이버웹툰
드라마의 성공으로 웹소설 인기도 다시 높아졌습니다. 11월 18일 드라마가 시작된 이래로, 네이버 시리즈와 카카오페이지에서 웹소설 원작인 ‘재벌집 막내아들’은 다시 주간 1위에 올랐습니다.

11월에 드라마를 시작하기 전인 지난 9월, 동명의 웹툰이 연재되기 시작했죠. 연재 2개월만에 웹툰 등록자 수만 10만 명을 넘어서며 목요웹툰 최상위권의 인기를 구가했습니다. 드라마 방영에 앞서서, 웹툰으로 다시 군불 때기에 나선 셈이죠. 웹소설보다는 웹툰에 더 익숙한 세대에게 호소한 뒤, 같은 제목의 드라마까지 구독자를 이끌고 오는 것이죠.

웹툰 출시와 함께 원작 웹소설 매출도 훅 뛰었습니다. 원작 웹소설 매출은 웹툰 출시 직전 10일간 매출 대비 34배에 달했고요. 드라마 방영 후 10일간 합산한 웹소설 매출은 드라마 방영 직전 10일간 매출보다 6배 뛰었죠. 웹툰과 드라마 등 2차 3차 저작물의 인기가 원작인 1차 저작물의 인기를 견인했다는 얘깁니다.

웹소설의 IP를 기반으로 웹툰을 만들고, 웹툰을 기반으로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을 만드는 ‘웹소설→웹툰→드라마·영화’ 등 3단 구조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가 잘되면 다시 웹툰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드라마나 영화가 재밌으면, 보통 이런 작품을 만화로 풀면 어떨까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죠. 그런데 ‘재벌집 막내아들은’은 웹소설을 기반으로 그려진 것이니, 사람들은 다시 사람들은 웹소설까지 눈을 돌립니다. 이 IP를 보유한 회사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나오는 매출로 끝나는 게 아니라 2차, 3차 매출까지 추가로 발생하는 것입니다.

왜 네이버가 산경 작가를 영입하는 게 아니라, 웹소설 플랫폼 인수까지 나섰는지가 보이는 대목입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웹툰·웹소설에서 영상으로 이어지는 IP 밸류체인(가치사슬) 시너지가 확대되면서 중장기 성장성이 한층 강화됐다”며 “영상 제작 역량 강화를 통해 글로벌 영상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3단계 성공 방정식이 확립된 것이죠. 웹툰과 웹소설 IP 중에 꾸준히 인기있는 아이템이 무엇인지 눈여겨봐야 한다는 얘깁니다.

콘텐츠 회사에 투자해 성과를 내고 싶다면 슈퍼 IP를 어떤 회사가 제작하고, 제작투자를 맡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 작품이 어떤 플랫폼 위에 태워져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웹소설이라면 웹툰이나 드라마 혹은 영화로 만들어질 때 어느 회사의 손을 타는지를 주시하면 좋은 성과를 거두기 쉬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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